대학 시절, 자칭 연애 고수라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에게 물어보면 웬만한 연애 고민은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입담도 보통이 아니어서 멍하니 그 친구의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스킨십에 관한 조언은 성인영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듣는 이들을 흥분시켰다. 그런데 이 친구가 연애 경험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 친구는 왜 그렇게 스스로 연애 고수라 칭하고 다녔을까?
꽤 성공한 기업의 대표가 하는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이분은 스스로 성공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빌딩 몇 채를 소유한 지인이 있는데, 자신이 건물주라고 말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정말 재산이 많은 사람은 돈 자랑을 하지 않는다. 연애 경험이 풍부한 사람도 그렇다.

바꾸어 생각해보면, 사람이 적극적으로 드러내려는 자신의 자랑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자신의 결핍이다. 소개팅에서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지’라는 생각은 사실 ‘내 이러한 결점을 가려야지’라는 생각과 연장선에 있다.
지금 이성에게 뽐내고 싶은 자랑거리는 무엇인가 생각해보자. 그건 아마 당신의 ‘강점’보다는 ‘약점을 가리려는 것’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걷기도 힘든 홍대 좁은 골목길에 굳이 자가용을 끌고 들어가서 카페 앞에 어렵게 주차를 하려는 심리도, 나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패션 잡지에 나온 코디를 그대로 따라 입으려는 심리도, 명언 집에 나오는 문구만을 달달 외워서 마치 지식인인 척 하려는 심리도 본인 스스로는 자랑스럽겠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런 모습을 보면 불쾌하거나 안쓰럽기까지 한다. 이런 행동들이 오히려 내 결점과 약점을 더 잘 드러내는 것 아닌지 생각해보자.

독서 모임에서 종종 열성적으로 자신의 지력을 뽐내려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이런 부류의 사람은 첫인사부터 부담스럽다.
“안녕하세요. A 작가님의 책 읽어보셨나요? 그 책에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리고 B 작가님이 최근에 출간한 책에는 ~이론이 나와요......”
이런 말을 들으면 오히려 이 사람이 참 지적으로 빈약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독서 모임은 책을 주제로 함께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지식을 자랑하거나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기에 주최 측에서도 이 사람 때문에 난감한 입장을 보였던 경험이 있다.
연애 역시 나를 뽐내고 자랑하려고 만나는 자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연애를 통해서 내 결점이나 미해결 욕구를 해소하고자 하는 태도를 갖는 것은 더욱더 아니다. 연애는 상대방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라포를 쌓는 것이다. ‘자랑’하려고 하지 말고 ‘배려’하려고 노력해보자. 이성과의 관계가 한층 가까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