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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박보미 칼럼] 와인&클래식 - ‘소통(疏通)속의 불통(不通)’ L.V.Beetho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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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박보미 칼럼] 와인&클래식 - ‘소통(疏通)속의 불통(不通)’ L.V.Beethoven
  • 박보미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23 09:30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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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信念) VS 불통(不通)' 무엇이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나?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소통(疏通) 속의 불통(不通)’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개인주의적 생활방식이 점차 확장되면서, 또 하나 함께 성장된 것이 있다면 SNS (Social Network Service) 가 아닌가 싶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관심사와 생각을 공유하고 나누는 자유로운 소통의 통로로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그로 인한 많은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SNS 하면 단연, ‘소통(疏通)’ 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소통이란 뜻을 사전적으로 찾아보면 <1.막히지 않고 잘 통함, 2.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고 기재되어있다. (NAVER 어학사전)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을까? 뜻이 통하는 것이 소통인 것인지 그럼 그 뜻을 통하게 하기 위해 우리들은 어떠한 제스처를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소통속의 불통(不通)’ 이라고 말하면 될까? 그렇다. 요즘 소소한 개인 일상에서부터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내가 느껴지는 것은 소통이라고 쓰여 진 상자 속에 서로 듣지 못하고, 내 이야기 만 하는, 보이지 않는 불통이 가득 차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신념(信念) VS 불통(不通)' 무엇이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나?

어떤 음악가든 자신의 음악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 음악을 만들고, 연주할 것이다. 하지만 베토벤은 음악뿐 아닌 삶에서도 오직 자신의 가치관(價値觀)과 신념(信念)이 아주 정확하고, 무엇이든 본인의 뜻대로 진행되어야 했고, 대화와 합이 쉽지 않은 사람이었다.

베토벤은 클래식 역사상 고전파에서 낭만파로 넘어가는 브리지 역할을 한 작곡가이다. 자유적이고 진보적인 음악과 사상을 추구했던 그가 어떻게 고집불통과 소통불가의 작곡가로 기억되고 있는 것일까? 그의 음악을 보면 고집과 소통불가라 하기보다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와,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를 가지고 예술가로서의 투쟁과 불굴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

베토벤은 독일 태생으로 당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군주 정치에 의한 폐해를 누구보다 더욱 깊이 생각하고, 이런 정치적 상황들로 인한 고통이 베토벤의 사상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으며,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음악으로 표출되어 만들어졌다. 종교적으로 귀족들의 궁정음악가로, 활동하며 고용주가 요구하는 음악을 만들고 연주한 이전 일부 음악가들과 달리 정말 전형적인 자기감정 표출의 음악을 만든 작곡가였다. 베토벤의 이런 감정 표출 음악은 후세대인 낭만파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루드비히 반 베토벤 출처/픽사베이
▲루드비히 반 베토벤 (출처/픽사베이)

베토벤 교향곡 중 “빰빰빰빠~ 빰빰빰빠~” 하면 모두가 알 수 있는 교향곡 제5번 운명 교향곡을 떠올린다. 운명 교향곡도 베토벤의 성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곡이지만, 필자 개인적인 생각으로 베토벤의 성향을 더욱 잘 보여주는 곡은 3번과 6번이 아닐까 싶다.

교향곡 제3번 ‘영웅’(Symphony No. 3 E-flat major op.55 ‘Eroica’)은 애초에 프랑스 혁명에서 나라를 다시 일으키고, 새로운 시대를 만든 나폴레옹에게 감동을 받아 그에게 헌정하기 위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으나, 나폴레옹이 황제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하여, 악보를 찢어버렸다는 일화도 남아있다. 이후 나폴레옹이 베토벤의 음악적 영향력과 그의 신념에 대해 관심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영웅은 결국 나폴레옹에게 헌정되지 못하였고, 처음 지어진 일부도 수정되었다. 제3번 영웅은 곡명 그대로 풍부한 악상으로 장엄하고, 힘 있는 움직임을 갖고 있고, 압도적이며 위풍당당함을 보여주는 곡이다.

비록 나폴레옹에게 헌정되지 않았지만 베토벤이 그를 얼마나 위대하게 생각하고, 존경했는지를 음악을 통해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또 하나 교향곡 제6번 ‘전원田園’(Symphony No. 6 'Pastorale' op. 68)은 단순히 자연과 풍경을 묘사한 음악이 아닌 베토벤 자신이 전원에서 느낀 자연과 풍경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 음악이다. 베토벤 직접 악장 하나하나에 표제를 붙였으며, 표제에 대해 각각 느낌을 설명하는 메모를 남기기도 하였다. 그만큼 베토벤은 자신의 세계에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작곡가였다.

교향곡 제6번‘전원田園’(Symphony No. 6 'Pastorale' op. 68) 표제

1악장 ‘전원에 도착했을 때의 유쾌한 기분’

2악장 ‘시냇가에서’

3악장 ‘농부들의 즐거운 모임’

4악장 ‘폭풍’

5악장 ‘폭풍이 지난 후의 감사한 마음’

3번과 6번은 제목과 음악의 분위기를 봤을 때 대조적인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나라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베토벤은 어려서부터 가난과 병에서 자유롭지 못하였다.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와 동생들까지 거느리고 살아왔던 터라 어려서부터 생계를 위해 발버둥 치며 살아왔다.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와 고통, 조국에서 받은 궁핍과 아픔이 그를 사람과 멀리하게 하며 ‘사람은 모두가 마찬가지다’라는 말을 남기며 대인관계의 절단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동시에 그 속에서 평화롭고 자유로움이 있는 풍경 속 자신을 그리고, 꿈꾸지 않았을까? 전원 외에도 베토벤의 교향곡은 자연을 담고, 자연과 이야기하는 주제를 가진 곡들이 있다. 비록 현실과 차단하고, 철저히 자신만의 신념만을 갖은 강한 사람으로 보였지만 실은 그도 평화와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바라고, 꿈꾸고 있는 그런 사람이었을 것이다. 귓병으로 오랜 시간 힘들어했던 베토벤은 결국 귀가 안 들리는 상황까지 갔다. 간혹 베토벤이 귓병 때문에 사람들과 멀리하고, 대화를 거부하였다고 아는 이들도 있다.

그의 일생과 음악을 다시 한 번 쭉 살펴보니 어쩌면 베토벤은 아버지에게도 나라의 지도자에게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화를 하기 위해 열심히 문을 두드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향곡 제9번 합창교향곡 (Symphony No. 9 op. 125 ‘Choral)에서는 어느 교향곡에서도 없었던 합창이 나온다. 마치 신비한 환상을 노래하는 듯한 1악장의 시작으로 4악장이 시작되면서 독창자가 “오, 벗이여! 즐겁고 환희에 찬 곡조를 노래합시다!” 하며 모든 사람들이 함께 노래한다.

귀까지 안 들리는 말년 그간의 고독하고 외로웠던 그의 마음과 바라던 이상을 그대로 담은 곡이다. 베토벤의 일대를 그린 영화(불멸의 연인)와 뮤지컬(루드윅)에서도 비쳤던 고집스럽고, 자기주장이 강해 화합이라고는 없던 베토벤... 상대가 그의 외침을 듣지 못했고, 그로 인해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며,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을 친 것이 아니었나 싶다.

- 이태리 레드와인의 왕 “바롤로(Barolo)”

필자가 베토벤을 그린 영화 ‘불멸의 연인’을 처음 보고, 두 번째 다시 볼 때 택했던 와인은 이태리 와인에서 왕(King)이라고도 불리는 ‘바롤로(Barolo)’이다. 이태리 피에몬테 남부 바롤로 지역에서 나오는 와인으로 네비올로(Nebbiolo) 품종으로 만들어진 와인이다.

이를 선택했던 이유는 바롤로를 마실 때 첫 잔에서 느꼈던 내게는 조금 강한 듯한 향신료와 감초 향 또 풀 바디감과 강한 타닌이 베토벤의 고집스럽고 강한 성격과 어울릴 듯하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듬어지는 타닌과 풍부하게 올라온 검붉은 계열의 과실향이 베토벤의 깊은 내면 사람을 향한 사랑과 아픔을 마지막까지 입안의 긴여운을 남겨주는 피니시가 그의 음악의 감동을 그대로 표현해주지 않을까 해서 택하여 함께 해 보았다.

나의 선택이라 그런가? 생각하기 나름인가? 바롤로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마셔보는 것이 좋은 와인이라 그런지 영화를 보는 동안 와인의 맛을 더욱 다양하고 깊게 느낄 수 있었으며, 더 긴 시간 느끼고 싶었던 것일까? 좋은 부분은 몇 번을 반복해가며 와인을 나누어 나누어 마셨다. 꼭 바롤로가 아니어도 좋다. 이태리 와인 중 네비올로 품종으로 된 ‘바르바레스코’를 선택해서 가볍게 마셔보는 것도 추천한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 소통의 첫걸음은 듣는 것부터

살아가면서 소통이라는 것은 나 자신뿐만 아닌 누군가의 삶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내 생각과 내 표현과 다르다고 해서 상대의 생각이 틀린 건 아니다 라는 건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정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아니야, 틀렸어’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의 뜻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먼저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의 생각을 이해시키고 싶다면, 상대의 생각을 먼저 이해해 보자.

대화는 일방적인 것이 아닌 주고받는 것이다. 대화는 입으로 말만 하는 것이 아닌 귀로 듣는 것도 있다. 내 세계에 빠지지도, 나로 인해 누군가가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지 않도록 한 번 더 생각하고, 들어주고, 이해하고, 전달하며 진정한 뜻이 통해 서로 오해가 없는 그런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면 더 많은 사람들과 더욱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며 유익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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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상 2019-07-23 10:50:59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장성림 2019-07-23 12:34:22
글이 쏙쏙 쉽게 잘 읽히네요^^ 저는 바롤로 한 잔 마시며 베토벤의 함머클라비어를 들어보고 싶네요ㅎㅎ 서로 듣는 것 같지만 듣는 형태만 있는 불통의 시대가 참 아쉽네요ㅠㅠ

피아노맨 2019-07-23 12:40:52
너무 좋은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와인들으면서 베토벤 교향곡 감상하고 싶네요
용이한 해석 덕에 좀더 이해가 쉽고 다가가기 좋네요

2019-07-23 13:54:42
항상 좋은 글 잘 보고있습니다 :)

블루베리 2019-07-23 14:06:43
불통의 시대에 와인과 클래식으로 소통하면 좋겠네요. 우리 집 강아지들도 클래식을 들으면 저와 함께 조용히 감상한답니다. 멋진 글 덕분에 품격있는 오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다음 글이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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