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사람으로 가득한 서울역을 바쁘게 걸어갔다. 1호선에서 공항철도로 환승하기 위해서 수많은 인파 사이를 지나던 중, 어떤 여성이 내 앞을 스치듯 지나갔다. 순간 나는 몸과 마음이 얼음장같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응? 이 향기는!”
몇 년 전 헤어져, 추억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그녀에게서 풍기던 독특한 향기였다.
향기, 냄새는 신기루와 같다. 도무지 기억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없다. 맛이라면 ‘짜다, 맵다, 달다, 시큼하다’와 같이 대략적인 카테고리를 분류할 수 있지만 냄새는 이런 것조차 형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 기억하기 힘든지도 모르겠다. 추억 속 그녀의 향기도 그렇다.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사람에게서 풍기는 고유의 냄새가 있다. 이는 인종이나 국가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다른 나라에 출장이나 여행을 간다면, 공항 이미그레이션을 지나 길거리로 나오면 수많은 군중 사이에서 이 독특한 냄새를 잠깐 경험할 수 있다. 서구권 국가에서는 치즈, 동남아 국가에서는 향신채, 일본에서는 가스오부시와 같은 냄새다. 장기간 해외에서 체류하다 우리나라에 귀국하면 한국인 만의 독특한 냄새가 난다. 그것은 마늘 냄새다. 그런데 불과 한 시간도 안 되어 후각은 이런 냄새는 금방 적응해 별다른 불편감을 느끼지 못한다.
사람도 그만의 유니크한 채취가 있다. 주로 사용하는 비누나 샴푸의 냄새일 수도 있고, 땀이나 피부에서 나는 냄새일 경우도 있다. 평소 즐겨 먹는 음식이나 장소의 냄새가 배어나기도 한다. 담배를 피우거나 과음했을 때 나는 불쾌하고 역겨운 냄새도 있다. 개인에게서 나는 냄새는 이런 일상의 향기들이 조각조각 누적되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누군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사진을 보거나 영상통화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의 빈자리가 쉽사리 채워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 사람만의 유니크한 향기로 이런 빈자리가 채워지는 경우가 있다.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의 경우도 주인의 모습이 담긴 사진보다 채취가 남아있는 물건에서 더 안정감을 느끼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연애하고 싶어서 혹은 이성을 유혹하고 싶어서 값비싼 페로몬 향수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이미 당신의 몸에서 시나브로 페로몬과 같은 체취가 자연스레 풍기고 있으니 말이다. 중요한 포인트는 항상 청결하고 깨끗하게 신체를 잘 관리하는 것이다. 나는 과연 상대에게 어떤 향기로, 어떤 냄새로 기억되고 있을까? 온기가 느껴지는 달콤한 향일까? 아니면 열정적인 땀 냄새와 말끔한 비누 향이 섞인 향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