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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박보미 칼럼] 와인&클래식-“내일부터 ‘한여름 밤의 꿈’을 꾸기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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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박보미 칼럼] 와인&클래식-“내일부터 ‘한여름 밤의 꿈’을 꾸기 시작할 것입니다.”
  • 박보미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06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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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스존 - 한여름 밤의 꿈

한여름의 꿀

장마가 지나고 뜨거운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요즘 분위기는 아예 휴가를 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유가 무엇일까? 차가 막히고, 사람이 많아서, 성수기를 명목으로 여행지에서 치솟는 가격 때문?
휴가란 말 그대로 하던 일을 멈추고,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요즘 사람들의 휴가와 쉼은 꼭 무엇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 맛있는 아이스크림 한 통 끌어안고 TV나 영화를 보며 아무 생각 없이 깔깔깔 웃는 것이 그 무엇보다 꿀 같은 휴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필자 또한 그런 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세상 가장 편하고 즐거운 웃음이 나온다.

샤갈/한여름 밤의 꿈
▲샤갈/한여름 밤의 꿈 (출처/pinterest)

꿈같은 음악을 그린 멘델스존 (Felix Mendelssohn, 1809-1847)

경제적 궁핍과 정신적 빈곤 속에서 주옥같은 음악을 만든 당대 음악가들과 반대로 유복한 가정에서 행복을 누리며 음악을 만든 작곡가가 있다.
이름도 'Feilx' 행복이란 뜻을 가진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이다. 멘델스존은 독일의 낭만파(romantic music) 작곡가이다.
성공한 은행가 아버지와 문학적 소양이 풍부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멘델스존은 역사상 음악가로서 드물게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고, 평생을 경제적인 빈곤을 모르고 보냈다.
음악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아버지에게는 넘쳐나는 경제적 지원을 받고, 어머니에게 시적 감각과 감수성을 배우며 자랐다.
당대 음악가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부러움의 대상이었으며, 그로 인해 다른 작곡가들에게 비난과 질투를 한 몸에 받기도 하였다.

부모님 사랑을 넘어서 조부모님의 영향력도 보통 이상이었으며, 형제들과의 우애도 좋았다. 그가 가족에게 얼마나 많은 지원과 사랑을 받았는가 하면, 멘델스존의 생일에 그의 할머니는 바흐의 '마태 수난곡'(J.S. Bach, Matthäus-Passion) 악보를 선물해주고, 아버지는 그가 단장이 될 수 있도록 악단을 만들어 선물해 주었다. 그뿐 아니라 열두 살 때는 최고의 문호 괴테(J.W von Goethe)를 직접 만나기도 하고, 셰익스피어도 직접 만나 친구처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었다. 이런 것은 오늘날 우리의 입장에서 보아도 평범한 일은 아니다. 이런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이 멘델스존을 구김살 없이 밝고, 따뜻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의 삶이 음악에 그대로 반영이 된 듯 멘델스존의 음악은 아름다운 선율(Melody) 을 그리고, 시적 내용도 뛰어난 것이 마치 따스한 봄바람이 부는 듯한 느낌과 기분 좋은 높고 푸른 가을날의 하늘같다.
한편으로 '그의 음악은 지나치게 밝고, 깊이와 감동이 없다'라는 비평과, '사회의 어두운 면을 모르고 현실의 비극을 경험하지 못해 음악에 무게감이나 비창(悲槍)이 느껴지지 않는다'라는 평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행복을 질투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열등과 비판으로 생각된다.

라이프치히 멘델스존 기념조각/픽사베이
▲라이프치히 멘델스존 기념조각/픽사베이


당시 '사회의 어려움을 알지 못하는 부잣집 도련님이다'라는 일부 사람들의 비난과 다르게, 멘델스존은 가난한 음악가들의 복지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슈만(R.A Schumann/독일)과 함께 경제적으로 어려운 음악가들에게 여러 기회를 제공하기에 힘쓰고, 쇼팽(F.F Chopin/폴란드)도 멘델스존에 의해 높은 금액의 공연료를 받으며 연주할 기회를 얻었다.
멘델스존의 음악성은 작곡보다는 독일의 음악상 위상(位相)을 다시 높이는데 더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
라이프치히에 자신의 이름으로 최초의 음악학교를 설립하고, 잊혔던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복원하여 그의 음악을 다시 널리 알리는 등 많은 음악가들의 음악을 재현하며, 실제로 독일의 음악상 위상은 아주 높아졌다.

그가 비록 사회의 전반적인 어려움까지 공감하지 못했다 하더라고, 그가 있는 음악세상에 있어 그 아픔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며, 그를 함께 슬퍼하고, 극복하려는 마음 또한 갖고 있었다.
이런 것으로 보아 멘델스존은 자신이 받은 행복을 받은 것에 그치지 않고, 나눌 줄 아는 사람이다. 많은 시기와 질투에 해명과 대응이 아닌 실천으로 그의 진심을 보인 작곡가며, 그런 마음을 음악으로 만든 행복한 작곡가임에 틀림없다. 

 

한여름 밤의 꿈/픽사베이
▲한여름 밤의 꿈/픽사베이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멘델스존은 가곡, 교향곡, 협주곡, 관현악곡, 피아노곡, 합창곡 등을 다양하게 작곡하였으며, 낭만파 작곡가들 중 유일하게 보수적인 음악적 성향을 갖고 고전파(classic music) 양식을 따랐으며, 내용은 있는 그대로 모습을 표현하는 낭만파의 표제음악 특징을 가졌다.
대표 작품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서곡 '한여름 밤의 꿈'이 떠오른다. 원작은 셰익스피어(W.Shakespeare)의 대표적 낭만 희극으로 연인들의 사랑과 갈등이 초자연적 힘을 빌려 해결되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꿈같은 이야기이다.

멘델스존이 열일곱 살 때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접했는데, 그 중 '한여름 밤의 꿈'에 깊게 빠져있던 그는 꿈같은 이야기를 그만의 상상력과 섬세한 감수성을 담아 음악으로 만들었다. 17살에 서곡(Op.21)만 썼는데, 16년 후 1842년에 프로이센 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가 그에게 '한여름 밤의 꿈' 상연을 위한 음악을 의뢰하여  나머지 스케르초를 비롯 결혼식에서 신랑신부 퇴장 시 울리는 '축혼행진곡' 등 12곡이 만들어져 삽입되며, 극과 음악이 합하여진 음악극으로 완성된다.

서곡은 목관악기가 4개의 화성 진행으로 연주하고, 이어 아주 섬세하고 가볍게 연주되는 현악기로 시작된다. 깊은 울림을 주는 목관은 깊고 고요하면서도 몽환적인 숲을 배경으로 그려주고,  아주 짧은 리듬을 피아니시모로 연주하는 현악기의 테크닉은 반짝반짝 빛나는 반딧불, 아니 여기서는 요정이라고 하자. 어쨌든 현악기는 깊은 숲속 아주 가볍고, 경쾌하게 날아다니는 반짝이는 요정의 날개짓을 그려준다. 이 음악에 감격한 슈만도 “마치 요정들이 직접 연주를 하는 듯하다"는 말을 남겼고, 이곡에서 연주되는 현악의 테크닉은 흔히 볼 수 없었던 경이한 양식이라 이 안에서는 '요정양식'이라고도 불린다..
멘델스존의 상상력이 그대로 음악에 들어가고, 그 음악이 그대로 내 머릿속에 들어와 음악을 듣는 순간, 마법처럼 한여름 밤 반짝이는 반딧불이 가득한 숲에 와있다.

17살의 멘델스존이 무슨 생각을 하며 이런 작품을 썼을까? 자기가 좋아한 작가의 극에 빠져 단순하게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 당시 그의 생각은 어쩌면 자신이 너무나도 재밌게 읽었던 작품을 자신만의 방식과 색으로 표현하여, 본인에게 떠오른 그 감정 그대로를 나누고 싶었던 게 아닐까? 행복한 삶에 비극을 모르고 살았던 그가 아프고 힘든 사람들에게 자신이 느낀 즐거움과 기쁨을 음악을 통해 고스란히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멘델스존의 음악이 그렇다. 들으면 행복해지고, 평화로워진다. 주말마다 결혼식장이라면 흔히 들을 수 있는 축혼 행진곡도 이 음악극에 삽입되어있는 곡이다. 이곡도 첫 한마디만 들으면 누군가를 위해 축하의 손뼉을 치며, 모두가 웃고 있는 행복한 사람들이 그려지지 않는가?
이 외에도 멘델스존의 음악은 현실을 넘어서 아름다운 바람과 꿈을 상상하게 해준다.
그 이유는 멘델스존 삶의 행복과 그것을 다른 이와 나누고픈 마음이 그대로 그의 음악의 스며있기에 그의 음악을 듣는 순간  전달받은 것이 아닐까?

그의 음악의 깊이와 감동을 느낄 수 없다 말하는 사람은 꿈을 꿀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을 것이다. 꿈을 사치라 생각하고, 현실에 얽매여 근심과 걱정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을까 싶다.

한여름엔 샴페인(Champagne)
무더운 여름, 남들은 다가는 휴가 난 뭘 해야 할까 한다면, 시원한 에어컨이나 선풍기 아래에서 ‘한여름 밤의 꿈’ 음악극 혹은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면서 부드러운 기포와 싱그럽고, 달콤한 향이 가득한 샴페인* 한잔하다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어보는 것 아직 못해본 사람이면  정말 한여름의 꿀 같은 시간이 될 것이다.

*샴페인 : [컬처타임즈 이지선 칼럼 ‘샴페인’편]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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