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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김용배 에세이] #6 대화하는 가족을 위해 꼭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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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김용배 에세이] #6 대화하는 가족을 위해 꼭 필요한 것
  • 김용배 강사
  • 승인 2019.08.14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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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어머니와 2시간 넘게 통화를 했다.
"일 때문에 밤늦게 산속에 혼자 있어. 조용하니까 너무 무섭네, 다른 사람 올 때까지만 통화하자 아들~"
그렇게 시작된 대화였다.
 '돈을 열심히 버는데 다 어디에 갔는지 모르겠다, 요즘 아버지가 부쩍 짜증이 늘어서 힘이 든다, 시집간 여동생이 걱정된다'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시더니 어머니가 후련한 듯 한마디 하셨다.
"아들이랑 대화하니까 엄마 속이 풀리네!  고마워 아들!"

출처: 픽사베이
엄마가 아들에게 전화 통화하는 사진 (출처: 픽사베이)

[24시간 중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한국경제에서 20-60대를 대상으로 400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하루 1시간 이상이라고 밝힌 사람은 22.5%였다. 다시 말해 약 80% 가족은 배우자, 자녀와 대화를 하는 시간이 하루 1시간도 안 된다는 말이다. 배우자와 대화 시간을 포함한 통계이니 배우자를 제외한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는 더 적을 것이다.

나도 80%에 속한 사람이었다. 가족이지만 부모님과 대화가 거의 없었다. 서로를 응원하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며 지냈다. 그러다가 3년 전쯤 변화가 생겼다.

 

그날도 어머니와 통화 중이었다. 아버지가 하는 가게가 잘 안돼서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한참 듣고 있던 나는 불쑥 한마디를 꺼냈다.
"어머니, 음.. 이제 저한테 기대도 괜찮아요. 기대세요. 이제 어머니, 아버지가 기댈 수 있을 만큼 자랐으니까 너무 걱정 마시고 힘든 일 있으면 기대세요." 한참 적막이 흐른 후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고맙다 아들"이라고 하셨다.

출처: 픽사베이
모두가 손을 잡고 관계의 친밀성을 다지고 있다. (출처: 픽사베이)

 

돌이켜보면 그건 당시에 낼 수 있는 최대의 용기였다. 어머니에게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지금 생각해보아도 얼굴이 빨개질 만큼 쑥스럽다.
그날 갑자기 '어머니 저한테 의지하셔도 됩니다.'라는 마음이 생긴 건 아니었다. 그전부터 마음은 있었지만 그걸 말로 표현하지 못했다. 민망하기도 하고 '가족끼리 무슨….'이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힘들어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니 위로해드리고 싶었다. 용기가 생겼다. 솔직함은 우리 모자를 친밀하게 만들어주었다.

관계의 친밀성은 5단계로 나눕니다. 1단계는 서로 만나서 인사만 하는 사이, 3단계는 같이 약속을 하며 함께 식사하고 차도 마시는 사이, 4단계는 자신이 힘들었던 경험, 두려웠던 경험을 공유하는 사이입니다.

손경이 작가의 이야기이다. 우리 가족의 친밀성은 몇 단계일까? 솔직한 자신의 두려움과 힘듦을 공유할 수 있는 4단계 이상이 되길 바란다.

출처: unsplash
온 가족이 손을 잡고 행복하게 산책하고 있다.(출처: unsplash)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는 가족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분명하게 있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지 않으면 표면적인 대화만을 나누는 관계에 머물 뿐이다. '밥은 먹었니? 어디 아픈 데는 없니?' 이런 말밖에 나눌 수 없다.

자신의 고민을 나누고, 힘들 때 의지하는 관계가 되고 싶다면 쑥스러움을 이겨내야 한다.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가 가족을 친밀하게 한다.
집이라는 공간을 함께 나누는 가족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가족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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