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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박보미 칼럼] 와인&클래식-신세계를 통해 민족성을 일깨운 A. Dvořá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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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박보미 칼럼] 와인&클래식-신세계를 통해 민족성을 일깨운 A. Dvořák
  • 박보미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20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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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를 통해 민족성을 일깨운 드보르자크(Antonín Dvořák)
출처/픽사베이
▲가을밤 환희 비추어 주는 달 (출처/픽사베이)

입추(立秋)가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처서(處暑) 를 앞둔 지금 가을을 기다리듯 나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또한 여름이 언제였냐는 듯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청아(淸雅)한 하늘이 이제 곧 지날 여름의 끝자락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다.

가을이 되면 손에 닿을 듯한 하늘의 풍경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푸른 하늘에 그림을 그려 놓은 구름에 감탄하고, 그것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꺼내 든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밝고, 청아하게 떠있는 달을 보기 위해 밤하늘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명소들을 찾기도 한다.

가을, 하늘과 땅이 풍성해지는 계절이자, 한 해의 끝자락이 곧 다가옴을 알려주는 아쉬움이 남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가을밤 환희 비추어 주는 달을 보며 작은 바람을 속삭이기도 한다.

 

달에 바치는 노래 (Song to the moon)

“오! 하늘의 달님이여
...
부디 그에게 전해 주세요,
...
그분을 비추어 주세요,

오 달님, 부디 떠나가지 마세요“

달이 밝게 떠 오른 밤, 호숫가에 한 여인이 달을 보며 자신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소원을 간절히 비는 노래를 하고 있다. 너무나도 애절하면서도 아름다운 이 노래는 버드나무 사이로 비치는 달빛을 더욱 빛나게 한다.

출처/픽사베이
▲‘인어(Mermaid) ’ (출처/픽사베이)

동유럽 슬라브족(Slavs)  사람들 사이에서 물속의 요정 ‘루살카’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져오고 있다. 사람도 물고기도 아닌, 우리가 동화로 알고 있는 ‘인어(Mermaid) ’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을 사랑에 빠지게 만들어 죽이면 인어에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인어공주처럼 아름답기보다 어쩌면 조금은 섬뜩한 전설이기도 하다.

위의 노래는 체코의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Antonín Dvořák)의 오페라(opera) ‘루살카’(Rusalka)中 1막에 나오는 장면으로 숲에서 만난 왕자에게 사랑에 빠져 그의 사랑을 간절히 바라는 루살카가 달을 보며 부르는 아리아 “달에게 바치는 노래‘이다.

오페라 ‘루살카’(Rusalka)는 안데르센(Andersen)의 ‘인어공주’, 푸케(Fouqués,1777-1843)의 ‘운디네(Undine)’ 등 작품을 토대로 작가 야로슬라브 크바필(Jaroslav Kvapil)이 쓴 대본을 가지고 만든 오페라이다.

사랑을 위해 목소리를 잃고 인간이 된 루살카, 만약 인간에게 배신을 당하면, 사랑하는 남자를 죽여서 그의 피를 마셔야 돌아갈 수 있다는 조건을 받은 루살카.
인간이 되어 왕자와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가 싶더니, 수많은 오해와 질투 속에서 왕자의 배신으로 인간도 물의 요정도 아닌 신세로 이리저리 떠돌게 된다. 어느 날 숲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왕자와 루살카, 다른 여인에게 마음을 뺏겼던 왕자는 잘못을 뉘우치면서 죽어서라도 루살카와 함께 하길 원하고, 루살카는 자기에게 오면 죽을 수밖에 없다 말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는 신세로 마주하게 되었다.

왕자의 사랑으로 인해 목소리를 찾고, 진정한 사람으로 왕자와 결혼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해피엔딩의 이야기와 다르게 오페라 ‘루살카’는 결국 서로를 향한 어긋난 생각으로 왕자와 루살카의 죽음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맺는다. 

사랑에 대한 소망, 배신과 속죄, 그리고 오해. 비현실적 이야기 속에서 현실을 넘나드는 인간적인 갈등을 애절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낸 루살카. 음악 또한 환상적이고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고 있다. 드보르자크는 등장인물과 자연의 모습을 민속음악 멜로디를 사용하면서 환상적이고도 아름답게 장식하였다. 루살카가 노래하는 부분에서 목관과 현악기로 개성을 살렸고, 루살카의 아리아 'Song to the moon' 만 들어봐도 아름다운 선율과 리듬에서 오페라 전체적인 색채감을 느낄 수 있다.

 

안토닌 드보르자크/픽사베이
▲안토닌 드보르자크 동상 (출처/픽사베이)

신세계를 통해 민족성을 일깨운 드보르자크

‘루살카’는 체코어로 된 작품으로 흔히 이태리어와 독일어로 만들어진 작품들보다 생소함이 있다. 드보르자크(Antonín Dvořák)는 프라하 근교의 시골인 넬라호제베스 출신 작곡가로 체코의 음악을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게 한 대표적 작곡가이다.

18세기 당시 체코는 독일의 지배를 받고 있어 공식적으로 체코어는 교육하지 않고, 독일어를 교육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독일어를 배우며 가업인 정육점을 운영하길 원했지만 그는 그의 아버지의 일도 독일어에도 관심을 갖지 못하고 결국 음악의 길로 들어섰다.
고향을 떠나 생계를 위한 음악 활동을 하다, 독일 작곡가 바그너와 브람스를 만나게 되면서 그의 음악이 진가를 발휘하게 되었다. 브람스는 드보르자크가 빈으로 진출해 음악 활동을 하길 바랐지만 그는 체코를 떠나지 않았다. 드보르자크는 자신의 나라와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큰 사람으로 그의 그런 성향이 그를 국민주의 악파(nationalism in music)의 대표음악가로 만들었다.

드보르자크 하면 ‘신세계 교향곡(Symphony No.9, Op.95)이 가장 대표적인 곡으로 꼽힌다.
드보르자크가 음악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을 무렵 미국에서 뉴욕 국립음악원 원장으로 와 달라는 초청장을 받게 되는데 몇 번 거절을 했지만 결국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자 미국으로 가게 된다. 그가 음악원장에 부임한 뒤 그 당시 극심한 인종 차별이 있던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인종을 불문하고 흑인과 아메리카 원주민 혈통 학생들도 입학을 허가하였다. 드보르자크는 이때 흑인음악이나 인디언 음악을 접하며, 배웠던 음악에 그가 갖고 있던 슬로브적 음악과 결합하여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대표곡이 바로 ‘신세계 교향곡’이다.

출처/픽사베이
▲지휘하는 모습 (출처/픽사베이)

미국에서 체코로 돌아왔을 때 체코에서도 독일어가 아닌 체코어의 교육이 다시 공식화되며, 많은 곳에서 체코어로 된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드보르자크 또한 이 시기에 이전 보다 많은 시간을 오페라 작곡에 투자하였다. 이때 모국어로 만들어진 작품, 현재까지 체코의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품이 ‘루살카’이다.

 독일, 영국, 미국 등 그가 음악적으로 더욱 높은 평가를 받으며, 더 큰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음에도 그 모든 것을 마다하고, 문화적으로는 변방(邊方)이나 다름없는 모국을 택하였는지,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그의 모든 음악을 들어보면 보헤미안(Bohemian)풍 악기 사용이나 민요적 리듬에서 또 작품 내용에서 그의 나라와 고향,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가득함을 느낄 수 있다.

루살카가 달에게 “오! 하늘의 달님이여, 부디 그에게 전해 주세요, 그분을 비추어 주세요,
오 달님, 부디 떠나가지 마세요“라며 부른 아리아에 드보르자크 그가 나라를 생각하며 나의 나라를 나의 고향을, 가족을 비춰주세요, 우리를 떠나지 마세요”라고 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보편적이고 전통적인 이태리 와인 ‘끼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이태리 토스카나의 끼안티 지역에서 생산되는 레드와인으로 그중에서도 토양과 기후 조건이 좋은 곳에서 나온 와인이다. 이태리 와인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와인으로 드보르자크의 음악에서 보헤미아의 향수를 느낄수 있는 것처럼 토스카나의 소박하고 편안함을 느낄수 있는 와인이 아닌가 싶다.
산죠베제(Sangiovese) 품종을 주 품종으로 하여 생동감 넘치는 레드계열 과실과, 꽃의 풍미가 있으며, 신선함을 주는 적절한 산도가 요즘같이 선선한 밤에 즐기기 딱 좋은 와인이다. 토스카나 와인 중 높지 않은 가격대에서 만날 수 있는 것 또한 맑은 밤하늘 달구경을 하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소.확.행 이 될 것이다.

토스카나/픽사베이
▲토스카나 (출처/픽사베이)

 

맑고 청아한 가을 하늘을 보면 누구나 다 즐거우며 상쾌함을 느끼고, 밤하늘 밝은 달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저마다 소원하는 것을 마음속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무엇이 이루어지면 지금보다 내가, 혹은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저마다 크고 작은 바람이 있을 것이다.
이런 소원과 바람은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당연한 마음이다. 하지만 그 바람을 어딘가에 간절히 빌기 전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내 주위를 먼저 살펴보자. 나의 바람이 혹은 그것이 이루어져 누군가에게 상처나 아픔이 되진 않을지, 나의 행복이 나만의 행복에서 멈추진 않을지, 그 행복의 끝에 후회는 없을지..
입으로 가볍게 툭툭 내 뱉어 그저 사라지는 바람이 아닌, 마음속에 차마 쉽게 말하지 못하는 나만의 작은 바람을 갖고 있는 것도 행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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