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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松延유수현 에세이] 인생과 꼭 닮은 보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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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松延유수현 에세이] 인생과 꼭 닮은 보이차
  • 松延유수현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21 09:45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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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차의 역사도 수천 년

중국에 처음 갔을 때 필자가 적응이 잘 안되었던 것 중 하나가 중국 식당에 가면 물이 아닌 차를 주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찬물에만 익숙해 있던 필자에겐 쓰고 뜨거운 차는 늘 고역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깊은 맛을 알게 되면서 지금은 차의 애호가가 되었다. 또한, 중국 친구들이 필자에게 차를 자주 선물해 주는 만큼 차에 대한 필자의 사랑도 점점 깊어만 갔다.

출처/바이두
▲수천 년 역사의 중국차 (출처/바이두)

중국은 차의 역사만 해도 수천 년이다. 차의 기원을 살펴보면 기원전 2700년쯤 중국 신화에 나오는 전설상의 황제인 신농(神農)씨가 하루는 약초를 잘못 먹고 몸에 독이 퍼져 괴로워했는데 우연히 찻잎으로 해독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차가 계속 전해져 오고 있으니, 중국은 가히 차의 고향이라 할 만하다. 따라서 차의 종류와 세계적인 명차(名茶)도 중국이 가장 많다. 그 많은 차 중 맛과 향에 취하는 차가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그중 필자의 마음을 유독 훔치는 차가 있었으니 이가 바로 보이차(普洱茶)다. 그 이유는 필자가 잠시 후 언급하기로 하고 먼저 보이차의 유래를 살펴보자.


보이차와 제갈공명

보이차의 유래에도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중 하나만 소개하자면 일설에는 삼국지에서 나오는 최고의 책략가 제갈공명이 전파했다고 한다.

제갈공명은 유비가 못 이룬 대업을 완성하기 위해 십만 대군을 이끌고 남만 정벌에 나서 중국의 남쪽인 운남성(雲南省) 맹해(勐海)의 남나산(南糯山)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곳에 도착한 후 병사들이 그 지역의 풍토와 맞지 않아 눈병에 걸렸다. 이에 제갈공명이 지팡이를 남나산에 꽂았는데 놀랍게도 차나무로 변했다. 그리고 거기서 잎이 돋아나 찻잎을 따서 끓여 먹고 난 후 병사들의 눈병이 모두 나았다고 한다. 이를 보이차의 시작으로 본다.

제갈공명 도안을 넣은 보이차(출처/바이두)
▲제갈공명 도안을 넣은 보이차(출처/바이두)

물론 믿거나 말거나 한 전설 같은 이야기지만 그 후로 사람들은 남나산을 공명산이라 불렀다. 그 외에 운남성(윈난성)에 있는 유락산(攸樂山)도 공명산이라고 하는데, 그곳 주민들은 이 전설 같은 이야기를 굳게 믿고 지금까지도 매년 제갈공명이 태어난 음력 7월 23일에 제사를 지내며 제갈공명을 보이차의 시조로 공경한다. 혹시 운남성에 갈 일이 있으면 공명산에 들러 제갈공명의 좋은 기운을 받고 오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보이차는 그 뒤로 명맥을 이어오다 청나라 옹정제 10년에 황실 공차(貢茶)로 진상되면서 그 진가를 발휘하며 황금기를 맞는다.  강희제와 건륭제도 보이차를 즐겨 마셨으며, 그 뒤로 보이차는 청나라에 오는 국빈에게 선물로 주는 귀한 차로 대접받았다.

 

모양에 따라 나뉘는 보이차

보이차는 모양에 따라 산차(散茶)와 긴압차(緊壓茶)로 나뉜다. 산차는 말 그대로 그냥 찻잎을 흩어놓은 차를 말한다. 긴압차는 찻잎을 뭉쳐서 둥글납작하게 만든 차를 말한다. 이를 병차(餠茶)라고 하는데, 보이차를 사러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로 대부분 칠자병차(七子餠茶)라는 말이 쓰여 있다. 이전에 보이차를 7개씩 포장해 한 통에 담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출처/바이두
▲보이차 (출처/바이두)

보이차는 이런 동그란 모양 때문에 원만함을 상징해 중국에서 선물로도 인기가 많다. 실제로 필자가 결혼 후 중국에 출장 갔을 때 중국 친구한테서 앞으로 동글동글 행복하게 잘 살라고 보이차를 선물 받은 적이 있었다.

 

다이어트, 혈관 건강, 노화 방지에 좋은 보이차

보이차는 다양한 효능이 있다. 보이차에 들어 있는 갈산 성분이 체내의 지방을 분해해 체외로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다이어트에도 좋다.

또한 보이차는 혈관 속 노폐물을 배출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주어 혈관 건강을 지키는 데도 효과가 있다. 그리고 보이차 안에 카테킨이란 성분이 들어 있어 세포의 노화를 막아준다고 한다.

이쯤 되면 건강과 젊음, 미용까지 보이차로 몇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으니, 특히 여자들이 보이차라면 귀가 번쩍 뜨여 광팬이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천천히 음미하며 여러 번 마셔야 깊은 맛을 알 수 있어…
인생철학이 들어 있는 보이차

필자도 보이차의 효능을 듣고 그 맛을 상상하며 시음하러 찻집에 갔다. 그리고 보이차를 마셨는데, 필자의 기대와는 달리 쌉쌀하고 떫은 데다 곰팡이처럼 썩은 내가 나는 것 같았다. 보이차의 맛에 실망한 필자는 점원한테 인상을 쓰며 보이차 맛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점원이 씩 웃으며 보이차의 첫맛은 원래 쓰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릴수록 차 맛이 다를 테니 필자에게 한번 직접 느껴보라며 두 번째 잔, 세 번째 잔 이렇게 계속 권했다.

필자도 그 말을 듣고 보이차를 계속 천천히 마셨는데 참 신기했던 것은 잔 수가 더해질수록 희한하게 달고 감미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출처/픽사베이
▲보이차가 인생과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의 쓴맛에서 우릴수록 단맛이 나기까지 인생도 이와 같다. (출처/픽사베이)

순간 필자는 보이차가 인생과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의 쓴맛에서 우릴수록 단맛이 나기까지 인생도 이와 같다. 세상 물정 모르고 왕성한 혈기로 인해 쓴맛을 많이 봤던 젊은 시절부터 차츰 성장해 성숙해져 모든 일을 웃으며 의연히 받아들일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과정이 있으니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필자는 갑자기 기운이 솟기 시작했다. 필자가 보이차를 처음 접했을 때가 바로 유학 생활을 하던 중 한창 지쳐있을 때였다. 하지만 그날 보이차를 마시면서 문득 ‘이 힘든 과정을 이겨내면 보이차의 단맛처럼 고진감래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뒤로 필자는 보이차를 즐겨 마시며 마침내 유학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많은 차 중 보이차를 가장 좋아했던 이유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보이차는 '마시는 골동품'이라고 한다. 원래 할아버지 대에 만들어 손자 대에 마시는 차라고 할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맛과 풍미가 깊어지며 그만큼 값도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1950년대에 생산된 보이차가 현재 1억 원대에 거래된다고 하니, 보이차의 품격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출처/픽사베이
▲여유와 함께 보이차를 마셔보자. (출처/픽사베이)

끝으로 보이차 마시는 법을 쓰며 오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보이차는 한 번에 2~3g 정도 내어 우려 마시는데, 쉽게 말해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먼저 끓인 물로 세차(洗茶)를 한 번 한 후, 그 찻물은 버린다. 그리고 그다음부터 반복해 우려서 마시면 된다. 보이차는 적게는 3번, 많게는 10번까지 우려 마실 수 있다.

이처럼 보이차는 적은 양으로 여러 번 우려먹을 수 있어, 한 번 구매하면 오래 먹을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효능도 만점이니 가히 명차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듯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다고 해도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마시면 탈이 날 수 있으니 여유와 함께 보이차를 조금씩 음미하며 마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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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2019-08-21 19:06:15
눈물이 핑 도네요
고개고개 넘는 삶...!
보이차처럼 익어가는 우리네~~
푹 우려 참 맛 살리며
행복의 도가니에 빠져야죠
늘 새로운 맛 감사합니다!

백범 2019-08-21 12:05:44
인생의 통찰력이 보이는 글 잘 읽었습니다.
송연 선생님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joo 2019-08-21 16:55:46
보이차를 마시면서 유래를 이제야 알았네요~ 매번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000 2019-08-21 12:12:36
필자의 문장을 보고 인생은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필자처럼 노력해서 이 힘든 유학 과정을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고영미 2019-08-21 10:32:07
저도 보이차와같은 인생을 살고싶네요^^.
오늘도 칼럼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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