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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박보미 칼럼] 클래식, 음악가가 아닌 애호가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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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박보미 칼럼] 클래식, 음악가가 아닌 애호가의 중요성
  • 박보미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03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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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대, 음악가가 아닌 애호가의 중요성

가을이 시작되고 본격적인 예중, 고, 예대 입시와 콩쿠르가 열리는 때가 되었다. 오랜만에 한 예고 콩쿠르에 가게 되었는데, 필자도 한때 대기실에 앉아 긴장감에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던 그때가 떠오르면서, 순간 그곳에서 두 손에 악보를 쥐고 앉아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긴장하는 모습이 참 안쓰럽기도 하였다.
 
이 아이들은 이후에 어떤 길을 생각하고 이 곳에 앉아 있는 것일지, 무엇을 꿈꾸며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한 명 한 명 가서 응원도 해주고 싶고, 격려도 해주고 싶고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필자는 20년을 정통 클래식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교육하고 있는 사람이다. 긴 시간동안 정말 지겹도록 하기 싫으면서도 또 죽어라 하고 싶었던 것이, 이 음악 하나였기에 지금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른다.

아마도 음악을 전공하는 모든 학생들의 과반 수 이상의 꿈이 교수 혹은 유명한 연주자 일 것이다. 필자 또한 음악대학교수를 목표로 공부를 해왔고, 매번 과정을 마칠 때마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또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그러다 유학시절 그곳의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귀국 후 출강을 꿈꾸는 모습을 보고는 이건 아니구나 싶어 다른 길을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태리에서 마에스트로에게 레슨을 받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Giochiamo" (놀자), ”libera"(자유롭게) 노래를 배우러 갔는데, 발성보다 노래하시면서 두 손을 잡고, 그렇게 춤을 추며, 놀면서 부르라고 가르치셨다. 그땐 몰랐다. 대체 왜 이러시나, 힘 빼라고 이러시나, 사실 그땐 단순히 힘을 빼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후에 느낀 건 그 당시 나는 음악을 전혀 즐기지 못하고, 단순히 맞춰진 발성에 나를 끼어 맞추어 만들려 했고, 소위 말하는 메인 리그로 들어가기 위해 뭐든 열심히 하려고 했었다.

출처/픽사베이
▲공원에 놓여있는 그랜드피아노를 자유로이 연주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현재 한국의 클래식계는 교육자는 넘쳐나고 학생들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다. 몇몇 대학들은 입학생이 미달이고, 음대는 다른 문화 예술과나 실용음악학과랑 통합 절차를 논하는 과정도 밟고 있다. 반대로 뮤지컬이나 방송실용음악 분야는 점차 높아져 가는데, 클래식은 점점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다른 분야의 음악들이 더욱 대중들과 가까워지고, 대중들 사이고 파고들며, 관심을 사는 사이 클래식은 점점 더 멀어지며 어려운 음악으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클래식계 내부에서도 빈부격차가 보인다. 공연만 보아도 세계적 콩쿠르 입상자나 유명 연주자의 공연 외에 일반 민간 공연이나 캐주얼한 공연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고, 설 수 있는 무대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 후원이 줄어든 이후 신예 아티스트나 민간단체들에 대한 공연장이나 무료 공연에 대한 지원이 어려워 이들이 더욱 설 곳이 사라졌다. 그로 인해 높은 티켓값의 명연주자들의 공연만 올라오고 그에 따라 클래식을 접하고 싶은 초보자들은 가격 부담으로 쉽사리 다가가지 못한다.


후원과 공연만의 문제일까? 이건 현재 클래식을 하고 있는 모든 우리들의 자세도 바뀌어야 한다. 한국에서 클래식 음악계는 대부분 어떠한 한 사람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나의 기준, 나의 판단이 아닌 남의 시선, 남의 판단에 의존하고, 의식하는 면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 보니 나만의 색과 나만의 생각이 담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눈치를 보며 음악 하느라 정작 정해진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을 것이다. ‘클래식은 크로스오버, 재즈, 실용, 뮤지컬과는 격이 다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분명히 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다르다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멀어지고 외로워진다.

또한 시대가 너무나 다양한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그만큼 클래식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영역도 넓어졌다. 결코 연주자, 교수, 레스너가 끝이 아니다. 그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서 지금껏 해온 노력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앞으로 클래식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 결코 어려운 길을 오는 것이 아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고, 즐겨 듣고 있으며, 관심을 갖고 있기에 이를 토대로 각자만의 음악을 만들어 나가며, 클래식 역사를 재해석하여 더욱 다양한 음악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클래식 음악은 교육하고, 연주하는 사람보다 애호하는 사람이 많아야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사랑해주고 찾아주고 즐겨주는 사람들이 많아야 질적으로 양적으로 많은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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