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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이지선 와인 칼럼] 6억짜리 와인, 협박범부터 가짜와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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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이지선 와인 칼럼] 6억짜리 와인, 협박범부터 가짜와인까지
  • 이지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04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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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고의 와인, 로마네 꽁띠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세계 최고의 명성과 판매가를 자랑하는 로마네 꽁띠_(출처) 크리스티
▲세계 최고의 명성과 판매가를 자랑하는 로마네 꽁띠_(출처) 크리스티

 

드림 와인”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드림카’가 있듯이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드림 와인’이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며 가장 값비싼 와인으로 알려진 ‘로마네 꽁띠 Romanee Conti’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와인에 처음 입문했을 때 이 와인의 가격을 듣고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언젠가는 우연이라도 마실 날이 오길 고대했던 와인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한 병에 고작… 2천5백만 원 이상만 주면 살 수 있는 와인이기에 일찌감치 포기도 빨랐다. 드림 와인, 로마네 꽁띠는 유명세만큼 파란만장한 사건도 많았다.

로마네 꽁띠를 생산하는 와이너리 이름은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 Domaine de la Romanee Conti’로 보통 축약해서 DRC라고 부른다. 최고의 와인 생산지인 프랑스 부르고뉴 Bourgogne의 본 로마네 Vosne-Romanee 마을에서 빚어지며 와인 이름 그대로 ‘로마네 꽁띠’라는 밭에서 난 포도로 만들어진다.

로마네 꽁띠는 약 12병의 DRC가 만든 와인들과 세트로 판매되는데 로마네 꽁띠 1병, 로마네 생비방 2병, 리쉬브르 2병, 라 따슈 3병, 그랑 에세조 2병, 에세조 2병 등으로 구성된다. 로마네 꽁띠는 연간 평균 약 4,000~6,000병만이 생산되며 200여 명의 개인과 전 세계 유명 레스토랑 등에 판매하며 도멘에서 유통경로를 관리하고 있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의 포도밭_(출처) 뉴욕포스트
▲프랑스 부르고뉴의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의 포도밭_(출처) 뉴욕포스트

포도나무 납치되다. 몸값은 1백만 유로”

로마네 꽁띠 밭에서는 억대의 와인이 생산되지만 삼엄한 돌담이나 철조망 따위는 둘러져 있지 않으며 여느 밭과 마찬가지로 낮은 돌담으로만 둘러싸여 있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의 눈만큼 도처에 위치한 그 흔한 감시 카메라도 찾아볼 수 없는데 다만 “로마네 꽁띠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밭에 들어가거나 묘목을 손상시키지 말아 주세요.”라는 경고문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래서였을까. 협박범은 너무나 쉽게 포도밭에 침입했다. 2010년 DRC의 오너인 오베르 드 빌렌은 한 통의 협박편지를 받았다. 1백만 유로를 준비하지 않으면 포도나무에 독극물을 주입하겠다는 내용과 포도밭의 지도가 포함된 편지였다. 포도나무 두 그루에는 이미 독극물을 부어 놨다는 무시무시한 선전포고도 함께. 협박범은 포도밭을 아주 잘 아는 사람 같았고 그가 언급한 포도나무 두 그루에서는 구멍과 함께 독극물을 주입한 흔적도 발견됐다.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의 협박사건을 다룬 책-Maximillian Potter_(출처) 더드링크비지니스
▲ 맥시밀리언 포터 Maximillian Potter가 출간한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의 협박사건을 다룬 서적 'Shadows in the Vineyard'-_(출처) 더드링크비지니스

 

경찰에게 신고한 후 위치 추적장치를 부착한 가짜 돈을 준비해 근처의 공동묘지 주변에 두었다. 잠복 수사가 진행되었고 협박범 자크 솔티 Jacques Soltys는 가짜돈을 찾으러 왔을 때 이내 체포되고 말았다. 그는 전과가 화려했던 인물로 보르도의 부유한 샤또들에서 강도 짓을 일삼았고 종국엔 인질을 잡고 몸값을 요구하다 체포가 되었다. 그는 감옥에서 범죄 계획을 세웠고 다음에는 와이너리의 주인이 아닌 포도밭 자체를 납치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잡지를 보며 최고의 와인메이커들을 조사했고 명성을 고려하여 로마네 꽁띠를 선택했던 것이다. 체포된 2010년 여름 재판을 기다리던 그 남성은 57세의 나이로 밧줄로 목을 매고 자살하며 이 사건은 마무리가 되었다. 로마네 꽁띠가 더욱 유명해지게 만들었던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크리스티 경매에서 558,000달러에 판매된 로마네 꽁띠 1945년산_(출처) BBC
▲크리스티 경매에서 558,000달러에 판매된 로마네 꽁띠 1945년산_(출처) BBC

 

"로마네 꽁띠, 2병에 1백만 달러!”

2018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945년산 로마네 꽁띠 2병이 약 1백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낙찰되며 와인 경매가 신기록이 8년 만에 깨지는 대사건이 일어났다. 종전 와인 경매 최고가는 2010년 제노바에서 팔린 1947년산 샤또 슈발블랑 6리터(므두셀라 Methuselah)짜리 와인으로 304,375달러로 팔리며 세간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1945년산 로마네 꽁띠 일반 사이즈(750ml) 2병이 각 558,000달러, 496,000달러에 판매되며 소더비의 예상 최고가 32,000달러보다 17배나 더 비싸게 팔린 것이다.

 

▲뉴욕 소더비 경매에 출품된 로마네 꽁띠 1945년산_(출처) 디캔터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된 로마네 꽁띠 1945년산_(출처) 디캔터

1945년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럽 대륙이 회복에 힘쓰기 시작할 무렵으로 로마네 꽁띠 역시 포도나무를 다시 심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600병만을 만들었던 해이다. 와인은 생산량이 적고 수요가 높을수록 가격이 상승한다. 수많은 고가의 와인들이 이렇게 시장가가 책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단 600병만이 생산된 로마네 꽁띠는 병안에서 와인이 지내온 유구한 시간과 희소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고가의 판매가와 희소성 때문에 가짜와인이 판을 치며 웃지 못할 사건이 또 한번 발생한다.

 

▲일명 '닥터 꽁띠'라 불리는 가짜와인을 유통시켜 체포된 루디 쿠르니아완 Rudy Kurniawan_(출처) 와인스펙테이터
▲일명 '닥터 꽁띠'라 불리는 가짜와인을 유통시켜 체포된 루디 쿠르니아완 Rudy Kurniawan_(출처) 와인스펙테이터

짝퉁 와인의 귀재, 닥터 꽁띠 Dr. Conti”

닥터 꽁띠로 불리는 루디 쿠르니아완 Rudy Kurniawan. 그는 짝퉁 와인계의 대부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나와 2003년 불법 체류자가 되고 미국에 체류하게 된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 대량의 희귀 와인들을 사고팔기 시작하여 2006년까지 한 달에 1백만 달러를 와인 경매에 쏟아부었다.

그리고 공범들과 함께 로마네 꽁띠를 비롯하여 르 팽 Le Pin, 샤또 라플레르 Chateau Lafleur 등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고가의 와인들을 가짜와인과 레이블을 이용해 만들어 냈고 역으로 경매에 부쳐 판매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경매에 붙여진 와인을 만든 와이너리에서 경매에 붙여진 와인이 가짜라고 신고를 했을 때, 그는 순진한 척하며 자기도 속아서 와인을 구매했다는 핑계를 댔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끝내 그는 체포되었고 체포되던 당시 FBI가 그의 집을 수색했을 때 수많은 저렴한 보르도의 오래된 빈티지의 와인들, 코르크, 레이블 등 위조 와인과 관련된 많은 증거물들이 발견되었다. 그는 가짜 와인을 만들어 판 덕에 10년이라는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DRC의 오너인 오베르 드 빌렌 Aubert de Villaine이 그의 밭에서 찍은 사진_(출처) 르몽드
▲DRC의 오너인 오베르 드 빌렌 Aubert de Villaine이 그의 밭에서 찍은 사진_(출처) 르몽드

 

DRC의 명성을 지켜온 오베르 드 빌렌 Aubert de Villaine은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 DRC의 오너이며 부르고뉴의 포도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데 가장 큰 노력을 한 주역이다. 당찬 모습의 크지 않은 키를 지닌 이 70대 노인은 어떤 행사장에서건 언제라도 밭에 들어가 일할 채비가 되어 있는 수수한 차림을 하고 등장한다.

로마네 꽁띠는 명성만큼 다사다난한 와인이지만 천생 농사꾼인 오베르 드 빌렌의 이 수수한 모습이 보여주듯 DRC 와인들의 진정한 가치와 전통이 평탄하게 이어져 갈 수 있길 빌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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