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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혼냈다고 엄마 죽인 딸 5년 감형…“17년 후 어머니께 다시한번 용서를 구하십시오” 법이 주목한 슬픈 사연 개인회생, 파산제도를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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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혼냈다고 엄마 죽인 딸 5년 감형…“17년 후 어머니께 다시한번 용서를 구하십시오” 법이 주목한 슬픈 사연 개인회생, 파산제도를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 전동진 사회부기자
  • 승인 2019.10.16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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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출처/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출처/픽사베이)

이씨는 지난해 10월 경기 부천시 집에 불을 질러 모친(당시 55세)을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써 빚이 8000만원 상당에 이르자 모친에게 이를 털어놨고, 모친이 "함께 죽자"며 며칠간 본인을 질책하자 함께 죽기로 마음먹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씨는 불을 붙인 직후 연기만 다소 마신 상태에서 집 밖으로 나와 현관문을 닫았고 화상도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현관문 입구 쪽에서 발견된 모친은 전신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모친은 경제적으로 상황이 어려웠는데도 이씨가 도움을 요청하자 2014년부터 2차례에 걸쳐 수천만원의 빚을 대신 갚아줬고, 이번에도 딸의 빚을 갚을 돈을 벌기 위해 12시간여동안 식당 종업원으로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빚 때문에 어머니를 살해한 딸의 판결 기사에는 딸을 비난하는 많은 댓글이 달렸다. 어떻게 빚 때문에 낳고 길러준 어머니를 죽일 수 있는지, 1심이 판결한 22년형을 항소심은 왜 5년이나 깎았는지 등의 내용이었다.

딸은 8000만원 빚지고 성매매를 한 사실을 어머니에게 털어 놓았다. 이전에도 딸의 빚을 대신 갚았던 어머니는 충격을 받아 “함께 죽자”고 이야기 하며 딸을 혼냈다. 

1심은 "피해자의 삶을 돌이켜보면 사랑하는 자식에 의해 단 하나뿐인 생명을 잃게 된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며 "유리한 정상을 감안해도 반사회적 범행의 죄책에 상응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1심과 2심 모두 이씨의 존속살해죄가 무겁다고 보았다. 특히 ▶이씨가 어머니의 질책을 들은 뒤 시너를 산 점 ▶어머니를 구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은 점 ▶체포되기 전까지는 마치 어머니의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을 진술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춰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 정황도 있다고 봤습니다. 1심은 “반사회적인 이 사건 범행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결했다.
 
사건을 받은 항소심은 이씨가 범죄를 저지르게 된 배경에 조금 더 주목했다. 이씨의 죄가 무거운 것은 맞지만 이씨의 죄에는 이씨만의 잘못이 아니라 그 가족과 사회의 잘못도 함께 있다는 취지에서이다.

이씨의 양형 이유를 설명하는 4장의 판결문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묻습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이씨가 빚을 스스로 청산할 기회를 제대로 준 적이 있느냐”고 말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이씨의 빚 고백에 다음 날부터 식당 종업원으로 일했다. 12시간씩 일해 딸의 빚을 조금이라도 갚으려는 노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씨도, 이씨 어머니에게도 8000만원은 결코 쉽게 갚을 수 있는 빚은 아니었을 것이다. 항소심 재판장은 “젊은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진 이씨가 개인회생이나 파산같은 사회 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에는 사회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개인회생·파산제도는 1997년 외환위기사태(IMF) 이후 제도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19년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건수는 9만1219건, 개인파산 건수는 4만3402건이다. 한 해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개인회생이나 파산제도를 고민한다.

이씨와 이씨 어머니도 빚을 갚을 수 있는 사회적 제도를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 접수된 첫 개인 파산 사건을 맡기도 한 정 재판장은 “신용 대출이나 은행 서비스는 국가가 허가한 금융 서비스인 만큼 빚을 갚지 못하는 일부 국민이 있다는 위험성도 국가가 부담해야 하지만 갚지 못하는 이들에 대해 ‘모른척’ 눈을 감는 것이 사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2심은 "이씨의 죄는 평생 징역을 살아도 갚을 수 없다"면서도 "이씨가 남동생 사망에 대한 죄책감과 그로 인한 무절제한 채무부담, 그 채무를 해결하려 인생 밑바닥까지 갔던 시간과 모든 것을 어머니에게 털어놨지만 심한 질책을 받고 정신적으로 무너졌다"고 범행 동기를 고려했다.

이어 "40대 중반 전에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감형하기로 했다. 어머니도 이런 재판부 결정을 허락할 것 같다",
“17년 후 어머니께 다시한번 용서를 구하십시오” 항소심 재판장은 이씨의 선고 공판에서 이씨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채무 문제를 질책하는 모친을 집에 불을 질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성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존속살해,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25)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출처: 중앙일보] 빚 혼냈다고 엄마 죽인 딸 5년 감형…법이 주목한 슬픈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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