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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이지선 칼럼] #1 알고 보면 단순한, 이유 있는 와인 마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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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이지선 칼럼] #1 알고 보면 단순한, 이유 있는 와인 마시는 방법
  • 이지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5.31 10:0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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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바마화이트하우스
▲출처/Obamawhitehouse

 ‘와인은 어렵다?!’
  굳이 가르자면 우리 일상의 소주나 맥주와 다를 바 없는 술에 불과한 와인이지만 유독 한국인들에게는 그 잔을 잡는 것부터 난해하고 까다로운 술이 와인인 듯싶다. 그러나, 와인의 원조국인 유럽인들이 평범하게 술 한잔 곁들이는게 지루해서 구태여 주도를 어렵게 만들었을 것 같진 않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유 없는 음주 문화는 없지 않을까?

 자연스레 한국의 음주 문화는 어떤 위치에 있는지 생각해본다. 글쓴이가 다니던 대학에 교환학생을 왔던 프랑스와 독일에서 온 학생들, 그리고 교수님과 함께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 교수님께서 따라 주시는 술을 받을 때는 두 손으로 받고 고개를 반대로 돌려서 마셔야 하며, 잔을 비우는 게 예의라는 주도를 알려주자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워 머뭇거렸다. 이내 한 잔, 두 잔, 술잔이 비워지자 마치 한국인처럼 능숙하게 받아들여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있다.

 상대가 건넨 술잔을 바닥까지 깨끗이 비우고 나서 다시 건네지는 잔, 윗사람에게 술을 따르고 받을 때의 손을 두는 위치, 고개를 돌려 술을 마셔야 하는 한국의 주도. 어른에 대한 공경심과 유교 사상에서 비롯된 이 까다로운 음주 ‘절차’는 한국인들에게는 당연한 문화이겠지만, 외국인들의 시선에는 한국의 ‘주도’ 역시 동양인들의 어려운 문화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관점에서,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의 초보자들이 와인이 어렵다고 느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까. 유럽에서 역사가 시작된 와인 역시 유럽인들의 생활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그들에게 한국의 ‘국’ 같은 존재인 와인은 어려운 술도, 어떤 절차에 따라 마셔야 하는 술도 아니다. 멀리서 보면 까다로운 와인의 주도, 그 이유만 알아도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이제 걱정은 내려놓아도 좋을 듯싶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1. 와인을 받을 때는 잔을 들지 않는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와인을 따라본 적이 있다면 완전히 공감할 첫 번째 규칙은 와인을 받을 때는 잔을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와인잔과 와인병은 일반 술의 그것들보다 길이가 길다. 그래서, 술을 따라줄 때 잔을 든다면 따라주는 사람이 팔꿈치를 높이 번쩍 들어 힘겹게 따라주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따라주는 이의 팔근육을 단련시키고 싶다면 추천하는 바이다.

 따라서, 와인을 받을 때는 테이블에 잔을 두고 받는 것이 원칙이며 예의를 차리고 싶다면 술을 받을 때 잔 받침(베이스 Base)에 손가락을 살포시 올리고 눈인사나 목례를 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2. 와인은 1/3만 따른다.
  이 이야기를 듣고 와인 강의를 듣던 한 학생에게서 ‘와인을 아껴 마시려고 1/3만 따르는 게 아니냐’는 유쾌한 답변을 들은 적이 있다. 와인을 마실 때 흔히들 와인잔을 돌려가면 마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를 스월링 Swarling이라 하는데 와인을 잔에서 돌려 향기 입자를 공중에 띄워 향을 다채롭게 맡기 위하는 과정이며 공기와 접촉시켜 빠르게 와인을 더 맛있게 마시려는 과정이기도 하다.

 와인잔은 브랜드마다 디자인이 천차만별이지만 1/3 지점이 가장 볼록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바로 이 가장 볼록한 1/3 지점이 와인을 스월링하기에 가장 적합한 ‘구역’이다. 가장 단순한 이유는 가득 따라진 잔을 들고 마시기엔 얇은 기둥을 가진 와인잔이 너무나 불안하고 무겁다는 것이다.
 
3.  와인잔은 어떤 부분을 잡아도 좋다. 단, 차게 해서 마시는 와인은 예외이다. 
  ‘와인잔을 잡을 때는 와인잔의 기둥(스템 Stem)을 잡고 마셔야 한다’, 술잔 하나를 드는데 왜 이런 번거로운 조건이 붙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와인잔 어떤 부위나 잡아도 좋다. 프랑스의 레스토랑에 가보면 뭉툭하고 작은 잔에 따라진 와인을 물잔처럼 편하게 잡고 마시는 현지인들을 볼 수 있다. 심지어, 미국에 초청된 올랑드 대통령조차도 오바마 대통령과 편하게 잔을 잡고 건배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화이트 와인, 스파클링 와인, 스위트 와인 같이 차게 해서 마시는 와인을 마실 때는 손에서 발생하는 열의 전도를 막기 위해 스템을 잡기도 한다. 기껏 차게 해서 마시는 와인을 미지근하게 만들 필요는 없을 테니 말이다. 또한, 파인 다이닝 같은 고급레스토랑에서는 테이블 위의 지문 하나 없이 반짝이는 와인잔을 볼 수 있는데, 심미적인 즐거움을 찾고자 한다면 굳이 잔에 기름기 가득한 지문을 묻힐 필요는 없을 것이다. 
 
4. 와인은 ‘원샷’ 보다는 ‘첨잔’이 예의이다.
  재미있게도 대부분의 한국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와인 주도는 술을 받거나 잔을 잡는 방법이 아닌 와인을 첨잔해서 마셔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건배사조차 잔을 마르게 한다는 ‘건배’ (마를건 乾, 잔배杯)를 외치는 한국에서 술잔은 비워야 제맛이고 상대가 건넨 잔은 반드시 비워서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와인잔은 마를 새가 없어야 한다. 바로 첨잔이 매너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와인이 바닥에 얕게 남으면 바로바로 채워주는 ‘부지런함’이 상대에 대한 존중의 표시일 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와인 주도도 한국에서는 한국답게 바뀔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음주 문화가 바뀌고는 있지만 와인 문외한인 사장님과 회식을 할 때 와인잔을 내려놓고 손가락으로 와인을 받거나 건배를 외치며 원샷하는 분위기 속에 혼자 첨잔이 예의라며 점잔을 뺀다면 그것 또한 곤란하지 않을까. 
 이유 있는 와인 주도, 이제 걱정은 내려놓고 때와 장소에 맞춰 현지인들처럼 편하게 즐기기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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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뱅뱅 2019-05-31 22:50:36
우와 너무 유익한 정보!!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응원하겠습니다^^

혜디 2019-05-31 20:26:08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오롱롱롱 2019-05-31 16:11:48
첨잔이 익숙해지기 제일 힘들었던 거 같아요ㅠ
처음엔 어려웠지만 많이 먹다 보면 기존 방법이 불편해서 자연히 익숙해지는 듯!ㅋㅋㅋ
이유 있는 주도라고 생각하니 편해지더라구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운이 2019-05-31 15:35:14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공감되는 내용이네요

너정이 2019-05-31 13:27:09
요즘 와인에 관심이 있었는데 알기쉽게 설명해줘서 재밌네요 ㄳ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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