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컬처타임즈

유틸메뉴

UPDATED. 2024-03-18 18:16 (월)

본문영역

[컬처타임즈 이지선 와인 칼럼] 와인계의 겉절이, 보졸레 누보!
상태바
[컬처타임즈 이지선 와인 칼럼] 와인계의 겉절이, 보졸레 누보!
  • 이지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02 13: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단 한 달간만 화려하게 꽃 피우는 햇와인!
-다른 레드 와인들 보다는 조금 더 차가운 약 13도 정도의 온도에서 마시면 더 완벽한 보졸레 누보를 맛볼 수 있다.
-겉절이가 시간이 지나면 잘 익은 김치로 변신해 아삭한 맛을 주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듯이 보졸레 누보 역시 마찬가지이다.

 

▲제각각의 매력을 지닌 9종의 보졸레 누보 (출처: 와인스펙테이터)
▲제각각의 매력을 지닌 9종의 보졸레 누보 (출처: 와인스펙테이터)

 ‘11월에 출시되는 겉절이 와인이 있다?’ 11월 한국에 어김없이 돌아오는 김장철과 더불어 어김없이 찾아오는 와인이 있다. 마치 아삭하게 절인 배추에 갖은 양념을 묻혀내는 김장김치, 혹은 겉절이 같은 와인인 ‘보졸레 누보 Beaujolais Nouveau’ 다. 

한 달 동안만 온전한 맛을 볼 수 있는 식재료가 있다면 미식가들은 이 제철 음식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와인 중에서도 단 한 달가량만 화려하게 꽃 피는 와인인 이 보졸레 누보는 국내에서도 이미 널리 알려진 이름이다.

보졸레 누보는 무척 흥미로운 와인이다. 전 세계에서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 자정을 기점으로 출시된다는 사실부터 흥미로운데 국내로 수입되는 보졸레 누보도 정해진 출시일 이전에 들어오지만 절대 그전에 판매가 불가능하다. 

2차 세계대전 무렵까진 지역에서만 소비되던 이 와인은 1937년부터 차차 수순을 밟아 세계적인 이벤트 와인으로 발돋움해 왔다.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의 농촌진흥청과 같은 프랑스의 ‘원산지 명칭 관리원 INAO (Institut National des Appellations d'Origine)’에서 1985년 규제를 정한 뒤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INAO는 ‘이나오’라고 흔히 부르는데 마치 ‘이천에서 나온 쌀이 특수하고 좋은 품질을 지녔으니 특정지역인 ‘이천’에서 나온 쌀에만 ‘이천 쌀’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와 같이 농산물에 관한 규제를 정하는 곳이다. 그래서 와인뿐만 아니라 치즈, 각종 육류, 버터, 꿀 등 품질 관리가 필요한 식재료 또한 이곳의 통제를 받는다. 

 

▲보졸레의 물랭아방 Moulin-A-Vent 지역 포도밭 모습 (출처: Flickr.com)
▲보졸레의 물랭아방 Moulin-A-Vent 지역 포도밭 모습 (출처: Flickr.com)

 

'보졸레'는 프랑스의 대표 와인 산지인 부르고뉴의 최남단 부근에 위치한 와인 산지의 이름이며 '누보'는 영어의 New 와 쓰임이 같다. 한마디로 이름부터 보졸레의 새로운 와인인 것이다. 평상적으로 9~10월에 포도 수확이 이뤄지는 프랑스에서 추수감사절처럼 한 해의 수확을 기념하는 축제로 만들어져 즐기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한 마디로 ‘자, 이게 우리가 올해 힘들여 재배한 포도로 만든 햇와인이야, 맛 좀 봐줄래? 같이 축하하자!’는 의미가 담긴 햇와인인 것이다.

 

▲보졸레 누보를 만드는 가메 Gamay 포도 품종 (출처: 디스커버보졸레)
▲보졸레 누보를 만드는 가메 Gamay 포도 품종 (출처: 디스커버보졸레)

가까운 부르고뉴에서는 피노누아, 샤르도네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지만 보졸레에서는 가메 Gamay라는 품종을 이용한다. 보졸레 누보는 보졸레의 고급 와인 산지로 꼽히는 곳이 아닌, 쉽게 말해 그리 유명하지 않은 구역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들어지며 보졸레 와인 전 생산량의 약 25%를 차지한다고 하니 꽤 많은 비중이다.

이 햇와인은 이름부터 어려운 탄산 침용 Carbonic Maceration 기법으로 만들어지는데 대형 컨테이너에 포도와 탄산가스를 채우면 포도 자체의 무게로 포도들이 살짝 으깨어지며 즙이 나오고 발효가 진행된다.

탄산가스는 산소와의 접촉 없이도 으깨어지지 않은 포도들이 쉽게 발효되게 돕는다. 떫고 씁쓸한 타닌이 우러나는 시간이 길지 않게, 대신 싱그러운 과일향이 가득하게 빠르게 만들어지는 방법이다. 

 

▲ 자주, 다홍, 보라 색 등 다양한 4종의 보졸레 누보의 색상 (출처: 푸드와인클릭)
▲ 자주, 다홍, 보라 색 등 다양한 4종의 보졸레 누보의 색상 (출처: 푸드와인클릭)

수확 후 6~8주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병에서 숙성되는 보졸레 누보는 그 싱싱함이 느껴지는 자줏빛이 감도는 보라색을 지녔다. 포도, 딸기, 무화과, 바나나 등 다양한 과일향이 느껴지며 거친 타닌의 느낌이 적어 편하게 마실 수 있다. 다른 레드 와인들보다는 조금 더 차가운 약 13도 정도의 온도에서 마시면 더 완벽한 보졸레 누보를 맛볼 수 있다. 

가끔 그 다음 해 봄까지도 보졸레 누보를 찾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겉절이가 시간이 지나면 잘 익은 김치로 변신해 아삭한 맛을 주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듯이 이 와인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 싱그러움을 한 달 정도 마음껏 만끽하고 보내줘야 할 때는 과감히 놓아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사랑스러운 햇와인의 인기가 국내에서도 예전 같지 않다. 일반 와인의 맛을 기대하고 마셨다가 실망하였거나, 값싼 이벤트성 와인이란 인식이 생겨난 것이 원인 중 하나인 듯싶은데, 보졸레 누보는 보졸레 누보다. 우리는 어떤 부담감도 없이 그저 한 해의 수확물을 반갑게 맞이하며 편하게 마시면 되는 것이다. 

보졸레 누보도 일반 와인들과 마찬가지로 더 좋거나 나쁜 것이 있다. 생산자를 잘 골라 마신다면 베리류의 풍성한 풍미를 느낄 수 있으며 어떤 와인 평론가가 이야기했듯이 쿠키를 먹는 것 같은 순수한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 보졸레 와인의 왕이라 불리는 조르주 되뵈프 Georges Duboeuf 의 보졸레 와인 (출처: 사케비카메라)
▲ 보졸레 와인의 왕이라 불리는 조르주 되뵈프 Georges Duboeuf 의 보졸레 와인 (출처: 사케비카메라)

가장 대표적인 생산자는 당연히 보졸레의 왕이라 불리는 조르주 되뵈프 Georges Duboeuf 다. 와인 품질뿐만 아니라 뛰어난 마케팅 감각으로 보졸레 누보를 지금의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게 한 공신이다. 그의 화려한 와인 레이블은 보졸레 누보의 취지에 맞게 축제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그와 더불어 조셉드루앙 Joseph Drouhin, 모메쌍 Mommessin, 루이자도 Louis Jadot, 마르셀 라피에르 Marcel Lapierre, 알베르 비쇼 Albert-Bichot 등의 다양한 생산자들의 보졸레 누보 또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가끔 보졸레 누보에만 익숙한 사람들에 의해 보졸레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들이 질이 폄하되기도 하지만 보졸레에서는 보졸레 누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품질의 와인이 생산된다. 보졸레 와인 중 최상급이라 할 수 있는 보졸레 크뤼 Beajolais Cru의 와인들이 대표적이다. 보졸레의 특정 마을 열 곳만이 포함된 이 크뤼 와인들에 대해선 다음에 더 자세히 소개하고 싶다. 

"보졸레 누보가 도착했다! Le Beaujolais nouveau est arrivé!", "보졸레 누보의 시간이다! It's Beaujolais Nouveau Time!” 다양한 보졸레 누보의 슬로건이 축제의 설렘을 전해준다. 다가오는 11월 21일 목요일, 올해도 빠짐없이 2019년 한 해의 시간과 자연의 싱그러운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 보졸레 누보를 즐길 수 있길 기다려본다.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 독자분들의 후원으로 더욱 좋은 기사를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하단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