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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중국, 일본은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했는데 한국 전통한지만 못 했다.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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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중국, 일본은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했는데 한국 전통한지만 못 했다. ③
  • 백석원 기자
  • 승인 2019.11.29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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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품질 향상을 위한 닥나무 식재

 

조선시대에 매우 우수한 품질을 가졌던 한지가 어떠한 이유로 독창성을 잃고 중국, 일본은 이미 등재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지 못했는지 그리고 전통한지 생산기술의 복원과 발전 방향에 대해 연재해 나가고 있다. 이미 고구려 시대부터 인정받아온 한지의 역사와 전통한지 제조 방법에 대해 살펴본다. 또한 한지 품질의 완벽한 복원과 발전을 위해서는 제조 방식만큼이나 중요한 한지의 원재료인 닥나무에 대해 취재했다. [편집자주]

삼국시대에는 제지술이 태동하여 기술적으로 체계화되는 시기였으며, 매우 우수한 종이들이 생산되었는데, 그 중에서 고구려의 '만지(蠻紙)'가 대표적이다.

고구려의 만지는 품질이 매우 우수하여 당나라에까지 수출되어 당대의 문인들이 애호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유적유물도감에는 "고구려 종이는 마와 닥나무로 만들어져 조직이 고르고 치밀하며, 매우 질기고 면이 매끈할 뿐만 아니라 원료를 삶아 잘 표백하였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흰색을 띠고 있다." 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서기'에는 610년에 고구려 영양왕의 사신으로 일본에 건너간 담징이 채색과 종이, 먹, 맷돌 제조법을 전수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미 고구려의 독창적인 제지기술이 발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우리의 제지 기술은 독창적으로 뛰어나게 발전하였으며, 주변국에 수출되고 전파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우리의 전통한지와 관련된 내용은 기록용한지 연구모임을 만들어 전통한지 원형 연구를 하는 김호석, 임현아, 정재민, 박후근 4인이 출간한 저서 한국의 전통한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이들은 사라져가는 전통한지를 살리고자 수십년에 걸쳐 직접 연구하고 전국을 답사하며 장인을 만나 인터뷰하고 전통 제조방식을 찾아낸 사실들을 책으로 정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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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한지산업지원센터 저자 4인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호석, 정재민, 임현아, 박후근 스터디 (출처/박후근)

하지만 이들의 전통한지에 대한 연구는 책의 출판이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이다. 한국의 전통한지 라는 책을 통해 우리의 전통한지의 현실상을 알리고 개인이 해나갈 수 없는 일임을 설명하며 국가와 국민의 인식 개선과 지원이 필요함을 전하는 메시지이다. 글과 기록으로 한국의 전통한지를 알리는 일에서 더 나아가 이들은 닥나무를 직접 심고 관찰하여 품종개량 연구를 시작하였다. 지난 3월부터 이들은 전남 신안 가거도, 전북 군산 선유도 등에서 어렵게 구한 닥나무 씨앗을 경기도 여주에 심어 싹이 나고 나무가 자랐다.

 

▲기록용한지 연구모임에서 직접 심어 자라게 한 경기도 여주의 닥나무 식재사진(출처/백석원 기자)

정성을 다해 조선시대 방식으로 종이를 만들었어도 조선시대와 같은 품질의 종이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원재료인 닥펄프의 문제였다. 그래서 그것을 파악하다 보니 닥나무 품종이 10종류 정도가 되었고, 닥나무의 품종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문제는 우리나라에는 닥나무의 암나무만 있고 수나무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암수나무의 교배가 일어나 종자의 개량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닥나무에 대한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면서 산림청 국립수목원 전문가 정재민 박사, 박후근 서기관, 김호석 화백은 닥나무 표본조사를 위해 시간이 나는대로 전국의 닥나무 서식지를 답사하게 되었다. 안동, 예천, 가거도, 전주, 완주, 대전, 선유도, 군산, 서천 등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녔다. 정재민 박사가 연구하여 알게 된 것은 품종의 단순화였다.

▲2017년 9월 신안 가거도 닥나무 답사
▲2017년 9월 신안 가거도 닥나무 답사 좌측부터 박후근, 정재민, 김호석(출처/박후근)

지금 우리의 닥나무는 조선시대의 닥나무와 다르다. 그 이유는 조선시대의 닥나무는 암수나무가 화분을 일으켜 우수한 종들이 계속 교배를 하여 닥나무 섬유가 길고 질기며 한편으로는 섬유가 짧은 것도 섞여져 있는 것들이 품종으로 개량이 되어야 하는데 암나무만 이식을 시키다 보니 열매가 열리지 않는 나무가 되었고 자연스러운 우성으로의 품종 개량이 되지 못하고 닥나무가 열성화 되었다. 그런데 전남 신안 가거도, 전북 군산 선유도 등에서 어렵게 구한 수닥나무 씨앗을 경기도 여주에 심어 싹이 나고 나무가 자랐다. 하지만 품종 개량을 위해 꽃이 필 때까지 3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것은 개인이 결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닥나무를 심고 우량종을 만들기 위한 관찰일기를 쓰고 있는 것인데 우량종을 찾는 노력을 하는 것은 지금 시대는 조선시대보다 우수한 종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의 한지가 조선시대의 한지와 똑같이 되는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다.

종이가 어떤 때는 확 번지기도 해야하고 어떤 때는 매우 질기기도 해야하고 또 어떤 때는 안 번지기도 해야 하는 다양한 한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조선시대 종이는 안 번지기만 하고 현재의 종이는 번지기만 해서 문제이다. 그래서 닥나무 원료에 대한 한국적인 것을 찾겠다고 하는 것이다. 나무 한그루를 길러내 우수하다 우수하지 않다를 이야기 할 수는 없다. 많은 종류를 만들고 그 중에서 어떤 것이 뛰어난지 물리 화학적 특징을 테스트 해야 하는 것이다.

정재민 박사는 "우리의 한지가 우리 정통성을 갖느냐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이다. 우리의 전통방식과 전통한지의 복원을 위한 신품종 육성을 위해서는 우선 닥나무속의 수종간 분포와 자생지 특성, 환경 적응성, 형태 및 유전적 다양성과 같은 기초 연구가 집약적으로 진행되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박후근 서기관은 끝으로 “전통한지가 처한 상황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더불어 객관적인 현실인식이 있어야만 전통한지를 되살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지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전국에 21곳 남은 전통한지 업체를 견학 방문했으면 좋겠다.”면서, “전통한지가 만들어지는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한지장의 노고를 이해하며 그들의 고충을 진정성 있게 청취하는 것이 한지를 살리는 첫걸음이다.”라고 했다.
“민족문화인 전통한지를 진흥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적·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면서, “전통한지 품질 표준화와 더불어 문화재 수리·복원 등에 전통한지 사용을 의무화 하는 방안을 건의 드린다.“고 말했다.

▲2017년 10월 전주 유배근한지 발장 방문
▲2017년 10월 전주 유배근한지 발장 방문 좌측 박후근 우측 유배근(출처/정재민)

중국 선지는 2009년에 일본 화지는 2014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를 했지만 한지는 등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등재하지 못한 이유는 중국, 일본과 다른 특수성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 4대궁궐 (문화재청 복원정비과-3378(2019.8.12.) 정보공개에 의하면 2017.2월부터 2019.7월까지 구입한 2,430장 중에서 국산닥은 800장에 불과하고 수입닥 또는 펄프를 혼합하여 만든 제품이 1,630장이다.) 창호지의 한지 사용여부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이 수입닥 또는 펄프를 혼합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국내 유일의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이 만든 한지도 국가에서 구입하지 않고 있다. 2016년 1월 전북 임실 홍춘수한지장은 “인간문화재는 영광이지만 한지를 한 장도 안 사가서 서운하다”라고 말했다. 

▲2017년 12월 국회 의원회관 전통한지 진흥을 위한 대토론회
▲2017년 12월 국회 의원회관 전통한지 진흥을 위한 대토론회 박후근, 정재민, 김호석(제공/박후근)

일제강점기 때 점차 소멸된 우리의 전통한지 제조 방식을 고문헌이나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적 사료의 고증을 통해 재현해야 진정한 우리의 전통한지를 만들수 있다. 현재 만들고 있는 닥나무 전통한지는 일본방식이 많이 들어가 고려시대나 조선시대 한지와 다르다.

한지로 양말을 만들고 넥타이를 만들어 파는것은 기업이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며 할일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우리의 한지가 우리 정통성을 갖느냐는 것이다.
우리의 한복을 중국공장에서 만든다고 한복이 중국의 의복이 되는것은 아니다. 수익은 중국이 가져갈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중국 의상이라고 하지 않는다.

문화 종주국이 어디냐 이 문화의 뿌리가 어디냐는 중요한 문화의 본질적 문제이다.
역사 자료를 분석하고 재현하고 필요한 나무를 길러내고 하는 일은 개인이나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의 여러기관이 협력하여 새로 팀을 꾸리거나 새로이 연구기관을 만들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사라져가는 한지의 문제를 인식하지 않고서는
그리고 문제를 함께 공유하지 않고서는 한국의 전통한지는 역사 속에서만 존재할 수도 있게된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기록용 한지연구모임 김호석, 임현아, 정재민, 박후근 4인은 직시하였고 개인이 직접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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