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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박보미 칼럼] 와인&클래식-화장(化粧)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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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박보미 칼럼] 와인&클래식-화장(化粧)하는 남자
  • 박보미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11 11:0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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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하는 남자들

17세기 바로크 시대(Baroque-Period)에도 화장하는 남자들이 있었다. 오페라의 꽃이라 불리었던 남성 성악가 카스트라토(castrato)들이다. 르네상스 시대 콘트라테너(contratenor)에서 시작되어, 17세기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가수로써 부와 명예를 누렸던 카스트라토. 영화 ‘파리넬리’를 본 사람이라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거세 성악가로 소프라노 영역의 소리를 내는 남자 성악가. 뽀얀 분으로 화장을 하고, 드레스를 입고 무대 위에서 화려한 기교를 보여주며 노래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하였을까? 여성이 무대에 설 수 없고, 성가대도 금지되었던 시대적 배경에서 출현한 카스트라토, 변성기 이전의 남아들의 목소리 변화를 막고 맑고 고운 소리를 유지시키는 방법으로 거세를 하였다. 그들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노래는 고통과 죽음의 경계 또 삶의 포기 앞에서, 이탈리아 나폴리를 중심으로 남부지역 가난한 가정이나, 고아들 사이에서 아이들의 의지적 선택이 아닌 부모의 선택이나 교회의 강요에 의해 점차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거세 성악가들이 모두 곱고 높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거세 성악가 중 정말 10%에도 못 미치는 성악가 외엔 모두가 스스로 삶을 마감하거나, 비참한 삶을 살았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부드러우며 강한 매력의 중독

유명 카스트라토들은 무대에 설 때마다 거액의 출연료를 받았고, 여성 성악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지역에서도 카스트라토의 인기는 워낙 좋았기 때문에 여성 성악가보다 훨씬 많은 출연료를 받으며 활동했다.

현재 활동하는 카운트테너의 소리를 들어보면 느낄 수 있듯이 소프라노처럼 높은 음역을 부드럽고 아름답게 낸다. 거기에 소리가 여성 성악가보다 더욱더 단단하면서도 힘이 있게 뻗어져 간다.

 그때의 관객들은 가사와 내용에서 벗어나 카스트라토의 아름다우면서 악기나 기계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화려한 장식음, 기교를 보여주는 노래를 통해 강한 희열을 느끼고, 중독되어 있었다. 또한 그 환호와 열광이 카스트라도 성악가들을 최고의 반열에 오르게 하였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와인의 여왕 ‘피노누아’

 카스트라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와인이 ‘피노누아(Pinot noir) 이다. 영화 ’파리넬리‘를 열 번은 더 본 듯하다. 와인을 막 마셔보기 시작할 때 피노누아라는 품종에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뭔가 밋밋하고, 맹숭하여 내가 생각했던 바디감이 풍부하고, 적잖은 탄닌과 거리가 멀어 물을 마시는 느낌이었다. 피노누아 매니아였던 지인 때문에 원치 않게 다시 부르고뉴 피노누아를 마신 적이 있다. 그날은 어떤 게 달랐던 것일까.. 처음으로 느꼈던 그 피노누아 한잔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재배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피노누아. 여왕 모시듯 다뤄야 하며, 향기로운 꽃의 향과 화려함을 느낄 수 있다는 와인. 그날 마셨던 와인이 좋은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게 마셨는데(마신 후 ‘샤를로팽/쥬브레샹베르탱’으로 확인), 이상하게 향을 맡는 순간 마치 장미꽃이 가득한 방 가운데 앉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오고, 더욱 강하게 남는 것은 마지막 한 모금을 마셨을 때 그 화사한 꽃 향이 튀지 않게 입안 가득에서 숨을 내쉬는 코로도 나오는 것이 느껴지고, 더하여 부드럽게 잘 다듬어진 타닌이 이전 밋밋하게만 생각했던 피노누아에서 느끼지 못한 단단하고 강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그 후 필자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즐기는 시간을 종종 가졌다. 살며시 피는 듯 다가오는 화려함과 부드러움, 그 뒤 잔잔하면서도 오래 남는 단단하고, 강한 힘을 파리넬리와 피노누아 이 다른 두 개에서 같은 느낌을 받았다. 피노누아를 마시는 자리가 있다면 BGM으로 카운트테너들의 노래를 틀어놓고 마셔보는 것을 권유한다.

 

현대의 화장(化粧)하는 남자들

외모를 가꾸고 싶은 욕망이 과연 여성들에게만 있는 것일까? 요즘은 남자들도 이런 욕망을 당당하게 표출하고 피부 관리, 헤어스타일, 몸매 관리뿐 아니라 화장에도 부쩍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TV 광고에서 이전엔 남성미 넘치는 연예인들이 손바닥에 스킨을 붓고 강렬하게 손바닥을 부딪치며 볼을 때리는 것이 남자화장품 광고의 트렌드 마크처럼 되었던 것에 비하면 요즘은 용 자외선 차단제는 기본, 피부톤을 정리하고 아이섀도로 또렷한 눈매를 출한다. 여성의 뷰티(beauty)에 해당하는 남성의 ‘그루밍(grooming)' 이란 용어가 이젠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며 남자들의 메이컵(Make-up) 또한 자신의 매력과 자신감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가 되었다

▲출처/픽사베이

내 의지와 선택이 아닌 삶의 일부를 포기하며 화장(化粧) 했던'카스트라토' 들과 달리, 나를 PR하고, 더욱 아름답고 멋지게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며 가꾸는  화장(化粧)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각자의  매력을 더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의 한 가지로 삶의 질이 더 행복해지고 높아지는 트렌드로 지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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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o 2019-06-12 12:25:17
색다른 조합으로 술술 잘 읽어내려가지는게 다음도 기대됩니다^^

아름다운나라 2019-06-12 11:02:51
좋은 글 잘읽고 갑니다.^^

Wldnxor 2019-06-11 12:27:58
색다른 영역에 대해 알게됐습니다. 고운음색 속에 안타까운 진실이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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