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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이창석 에세이] ‘유전자 가위’ 기술, 필록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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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이창석 에세이] ‘유전자 가위’ 기술, 필록세라.
  • 이창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05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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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의 설계도라 불리는 DNA 사진(출처/픽사)
▲생명체의 설계도라 불리는 DNA 사진(출처/픽사)

생명과학계에서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있다. 원하는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잘라낼 수 있다. 영상을 편집하듯 마음대로 자르고 붙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약한 유전자를 미리 잘라서 없애주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식물, 동물뿐 아니라 사람의 유전자도 가능하다. 이러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필자가 19세기 후반에 전 세계 포도밭을 초토화시킨 포도나무의 최대의 적, 필록세라 Phylloxera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하려 한다.

필록세라 Phylloxera는 포도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진딧물의 하나이다. 수액을 빨아먹어 뿌리에 혹을 생기게 한다. 그리고 잎을 누렇게 변하게 하며 결국에는 포도나무를 죽게 만든다. 몸길이도 1mm 내외로 아주 작기 때문에 육안으로 찾기 어렵다. 번식력도 뛰어나며 전염 속도가 빠르다. 이 작은 진딧물이 프랑스 전역을 초토화시켰으며 유럽과 전 세계 포도밭을 황폐화시켰다.

우리나라의 고려 학자였던 문익점은 중국에서 목화씨를 가져와서 그 당시 사람들에게 따뜻한 겨울을 선물하였지만, 호기심 많은 프랑스 사람들은 미국에서 포도나무를 가져오면서 와인 역사의 큰 재앙을 주었다.

원래 필록세라는 미국 종 포도나무에 자생하는 벌레이다. 미국 종 포도나무는 필록세라와 수천 년 동안 함께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저항력이 생겼지만, 유럽 종은 그렇지 못했다. 필록세라가 뿌리에 침투하자마자 프랑스산 포도나무들은 맥없이 쓰러졌다. 그리고 감염된 포도나무는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 이 재앙은 30년간 지속되었고 그로 인해 많은 와인업자들은 파산하였다.

프랑스 정부는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상금까지 걸고 많은 노력을 하였다. 필록세라를 퇴치할 방법을 공모하였다. 많은 의견이 모였다. 어떤 이는 두꺼비를 포도나무 아래 묻어두자는 의견도 있었고, 누구는 포도나무에 전기 충격을 가하자고 하였으며, 인디언의 저주이기 때문에 점술가를 불러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또한 포도밭을 물로 다 쓸어서 새로 시작하여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죽어가는 포도밭을 살릴 방법은 여기에는 없었다.

죽어가는 나무와 그 뿌리 사진(출처/픽사)
▲죽어가는 나무와 그 뿌리 사진(출처/픽사)

한참 후, 필록세라의 근본적인 문제는 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병충해의 강한 미국산 포도나무의 대목에 프랑스산 포도나무의 줄기를 접붙이기하는 방법으로 재앙을 막을 수 있었다.

요즘은 포도밭 주위에 장미를 많이 심는다. 포도밭에 병충해 피해를 보기 전에 장미를 보면서 예측할 수 있다. 장미가 병충해에 약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포도밭 주위를 장미로 예쁘게 꾸민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질적인 목적은 바로 필록세라 예방이다.  

‘유전자 가위’ 기술로 식물체의 유전자를 교정할 수 있다. 국내 연구진들은 소개된 기술로 무르지 않는 생명공학 토마토를 벌써 개발하였고, 병충해에 약한 유전자를 미리 잘라서 없애주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와인 역사는 필록세라 Phylloxera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와인산업에서는 큰 사건이었다. 나아가서는 와인뿐만 아니라 술의 역사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지금 시대의 필록세라 Phylloxera와 같은 끔찍한 재앙이 찾아온다면.....

사실

우리는 과학기술로 쉽게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테루아(Terroir)를 중시하는 필자는......

 

더 고민하고 또 생각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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