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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이지선 와인 칼럼] 산타에게 선물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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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이지선 와인 칼럼] 산타에게 선물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와인
  • 이지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13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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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와인
- 이탈리아인들의 크리스마스 와인, 모스카토 다스티
▲크리스마스, 연인들이 와인과 함께 보내기 좋은 날이다. (출처: winesinniagara)
▲크리스마스, 연인들이 와인과 함께 보내기 좋은 날이다. (출처: winesinniagara)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30대인 나는 아직도 설렌다. 길거리를 걸으며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캐럴을 들을 때, 화려하고 따스한 주황빛 조명의 트리와 장식들을 볼 때도 지나온 매년의 크리스마스가 떠오르며 들뜬다. 12월과 겨울은 나에게는 곧 크리스마스와 동의어이다.

크리스마스 아침, 눈을 뜨면 머리맡에 놓여있던 선물 꾸러미에 한껏 기대에 차던 어릴적 모습이 아직도 생각나는데 - 속에 든 알맹이가 무엇이든 – 나이가 들수록 무뎌지는 건 부정할 수가 없다. 조카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다 문득, 한 해 동안 고생한 나를 위해서도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준비하고 싶어진다.

 

'나를 위한 와인, 그리고 함께 연말을 보내고 싶은 이들과 나눌 와인'


겨울이 되면 화이트 애호가인 나도 도수가 높은 진한 레드 와인이 생각난다. 러시아인들이 추위를 이기려 고도 수의 보드카를 마시듯이 몸이 열을 내려고 고도 수의 술을 원하나 보다. 진한 레드 와인과 더불어 달달하게 몸을 녹아내리게 하는 스위트 와인도 떠올리면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길을 걷다 만나는 ‘가자주류’ 같은 와인샵에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트리 모양의 술병들이 진열되어 있던 기억이 있는데,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그 와인을 맛보았다. 

 

▲독일 SMW 가 생산하는 '모젤 크리스마스' 와인들 (출처: 와인 21 닷컴)
▲독일 SMW 가 생산하는 '모젤 크리스마스' 와인들 (출처: 와인 21 닷컴)

 

처음 그 와인을 만났을 때 병 디자인이 독특하고 예뻐서 와인 맛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기대한 것보다 맛이 괜찮다. ‘모젤 크리스마스 리슬링 Mosel Christmas Riesling NV’이라는 이름의 이 와인은 화이트와 로제로 생산되고 있는데 독일의 리슬링으로 만들어지는 화이트가 특히 더 매력적이다.

리슬링은 와인 초보자이던 내게 가장 맛있는 와인 품종 중 하나였는데, 독일에서 생산되는 리슬링 와인들 대부분이 적당하게 달며 물리지 않게 산도도 높다. 마냥 달기만 한 와인은 음식과 마찬가지로 쉽게 질린다. 하지만, 독일의 리슬링 와인은 대부분 당도와 산도의 조화가 좋아 빨리 질리지 않는다. 그 점이 바로 지금까지 ‘새콤달콤’이 장수하는 이유가 아닐까.

상큼한 레몬, 잘 익은 복숭아 같은 향긋한 과일 아로마와 숙성되면 진해지는 마치 석유 같은 독특한 아로마가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약간의 달콤함, 향긋한 아로마, 그리고 트리 모양의 병 디자인 위로 매년 달라지는 그림은 크리스마스에 이 와인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모젤 크리스마스 리슬링'은 리슬링으로 가장 유명한 산지인 독일의 모젤 Mosel 지역의 30여 개의 와이너리가 모여서 설립된 SMW(Saar-Mosel-Winzersekt)가 생산하는 와인으로 그들이 생산하는 독일 스파클링 와인인 ‘젝트 Sekt’는 정말 최고이다!

 

▲ 간치아 Gancia 와이너리의 모스카토 다스티 Moscato d'Asti (출처: 비비노)
▲ 간치아 Gancia 와이너리의 모스카토 다스티 Moscato d'Asti (출처: 비비노)


리슬링에 빠지기 전 와인과 친해지고 싶어 시작했던 이탈리아의 ‘모스카토 다스티 Moscato d’Asti’도 크리스마스에 빠질 수 없는 와인이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Piemonte의 아스티 Asti 마을에서 모스카토 Moscato 품종으로 만들어지는 이 한껏 달콤한 와인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실제로 크리스마스가 되면 즐겨 마시는 와인이다.


모스카토 다스티가 낯설다면 혹시,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빌라 엠 Villa M’이라는 와인을 만나 봤을 지도 모르겠다. 그 역시 피에몬테에서 모스카토로 만들어지는 와인으로 아주 달콤하다. 강하지 않은 기포와 낮은 알코올 도수 (법적으로 5.5%)를 지녀 음료수처럼 마실 수도 있는 모스카토 다스티는 청사과, 오렌지, 복숭아, 흰 꽃 등의 향기가 매력적이다.

 

▲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에서 모스카토 품종으로 생산되는 꼴리 에우가네이 Colli Euganai 와이너리의 ‘피오르 다란치오 Fior d’Arancio’ (출처: 동원와인)
▲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에서 모스카토 품종으로 생산되는 꼴리 에우가네이 Colli Euganai 와이너리의 ‘피오르 다란치오 Fior d’Arancio’ (출처: 동원와인)


어떤 와인 애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와인 초보자들이 마시는 초보자용 와인이라 더 이상 마시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여러 모스카토 다스티에 빠져있다. 정확히 말해, 모스카토 다스티라는 피에몬테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뿐만 아니라 여러 산지에서 생산되는 모스카토 품종을 좋아하는데 특히, 국내 수입되는 와인 중 이탈리아 베네토에서 생산되는 꼴리 에우가네이 Colli Euganai 생산자의 ‘피오르 다란치오 Fior d’Arancio’를 자주 즐긴다.


소믈리에로 근무할 때 많은 연인들이 홀릭 했던 와인이며 그 화려한 병 디자인은 이 합리적인 와인 가격을 감히 상상하기 어렵게 만든다. 피오르 다란치오는 ‘오렌지 꽃’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와인에서도 오렌지뿐만 아니라 오렌지 꽃향기같이 화려한 아로마가 피어오르며 금빛으로 둘러싸인 병 디자인 또한, 연말에 축배를 들기에 안성맞춤이다. 또한, 이 와인 역시 5.5%의 높지 않은 알코올 도수를 지니고 있어 연말연시 지친 내 몸에도 미안하지 않게 즐길 수 있다. 


굳이 약속을 잡지 않아도 술 약속이 하나, 둘 생겨나는 12월, 연말이 되기 전에 미리 KO 당하지 않으려면 앞장서서 약속을 잡지 않는 것이 장기전을 위해 현명한 듯싶다. 그동안 소식이 궁금했던 나의 사람들과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지만 한 해를 돌아보며 나를 격려해주는 시간도 가져보길 바래본다.


나를 위해, 그리고 함께 연말을 보내고 싶은 이들을 위해서 이 크리스마스 분위기 가득한 달콤한 와인을 나눠 마셔 보자. 아마도 올해의 나쁜 일들보다 좋았던 일들이 더욱 기억에 강하게 남으며 꽤 기분 좋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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