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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이지선 와인 칼럼] 스테이크에는 이 와인을! '마리아주'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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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이지선 와인 칼럼] 스테이크에는 이 와인을! '마리아주'편
  • 이지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2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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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과 음식의 완벽한 조화, ‘마리아주’
-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육류마다 어울리는 와인이 다르다?

 

▲ 스테이크와 잘 고른 레드 와인 한잔은 좋은 궁합을 보인다. (출처: 미디엄)
▲ 스테이크와 잘 고른 레드 와인 한잔은 좋은 궁합을 보인다. (출처: 미디엄)

와인 자체가 가장 호화로운 맛의 결정체임은 분명하지만 아마도 와인에 더욱 심취하게 되는 계기는 음식과 와인을 함께 맛보았을 때 느껴지는 그 거대한 시너지효과 때문일 것이다. 
사실상, 미식을 즐기는 것이 삶의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인 나에게는 와인과 음식이 완벽하게 조화되는 한 쌍을 찾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다.

와인을 깊게 알기 전, 잘 구운 스테이크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까베르네 소비뇽 한 잔을 곁들였을 때의 감동이 아직도 잊혀 지질 않는다. 그 한순간의 ‘맛’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음식과 와인의 궁합을 우리는 ‘마리아주 Mariage’라 부른다. 마리아주는 불어로 ‘결혼’을 의미하는데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둘의 궁합이 결혼만큼이나 중요함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이 마리아주는 와인을 마실수록 더욱 어렵고 까다롭게 느껴진다. 분명 육류에는 레드와인이 어울린다 하여 아무 레드 와인이나 마셔보면 고기 맛이 묻히거나 기분 좋게 다가오지 않는다. 참, 재미있는 사실은 육류도 육류의 종류별로 어울리는 와인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소고기에는 어떤 와인이 가장 잘 어울리나요?”
“오늘 해산물을 먹을 예정인데 와인 좀 추천해 주세요!”

수시로 수강생과 레스토랑 고객들에게 가장 많이 받던 요청이 바로 특정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달라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간단한 이 질문들에 돌아가는 나의 답변은 더 많은 질문들이다.

“소고기는 어떤 방식으로 조리된 걸 드시나요? 굽는지, 볶는지, 부위는 어느 부위인지, 안심인지 등심인지, 어떤 양념을 사용하시나요?”

같은 소고기라도 조리 방식, 부위, 양념에 따라서 어울리는 와인도 달라진다. 와인을 마실수록 완벽한 조화를 추구하게 되니 그만큼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또한 와인에는 치즈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마리아주를 받아들이다 보면 한식과 와인이 꽤 어울린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결혼 중매 업체에서도 남녀의 다양한 조건을 계산적으로 수치화하여 매치하듯이, 마리아주도 간단한 규칙들이 있다. 간단한 팁이지만 당신이 와인을 고를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 

 

▲ 쉽게 참고할 수 있는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 그림 (출처: 와인폴리)
▲ 쉽게 참고할 수 있는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 그림 (출처: 와인폴리)

일단, 마리아주의 기본 원칙은 레드 와인은 육류, 화이트 와인은 해산물, 스위트 와인은 디저트로 시작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너무나 다양한 조리방법과 소스, 향신료들이 다채롭게 사용되고 있는 요즘에는 재미있는 조화가 많다. 

일반적으로 육류는 지니고 있는 색으로 먼저 나뉘는데 닭고기, 돼지고기처럼 날 것일 때는 분홍빛이 돌고 익혔을 때 흰색을 띠는 경우에는 너무 무거운 쉬라즈, 까베르네 소비뇽 보다 조금 덜 무겁고 섬세한 피노누아나 산지오베제 같은 품종과도 조화롭다. 혹은 미국이나 칠레 등의 오크 숙성이 진행된 샤르도네와 같이 무거운 화이트와 되려 어울린다. 

물론 쌈을 싸 먹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나라의 돼지고기들은 미국산 오크를 사용해 달달한 향이 가미된 스페인의 뗌쁘라니요나 까베르네 소비뇽같은 무게감이 있는 레드와 먹는 것도 재미난 조합이다. 

 

▲ '실버오크, 알렉산더 밸리 까베르네 소비뇽', 부드럽게 잘 익은 미국산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은 등심 스테이크와 아주 잘 어울린다. (출처: 와인서쳐)
▲ '실버오크, 알렉산더 밸리 까베르네 소비뇽', 부드럽게 잘 익은 미국산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은 등심 스테이크와 아주 잘 어울린다. (출처: 와인서쳐)

소고기, 양고기같이 붉은색과 갈색 빛이 도는 고기들은 상대적으로 무거운 레드 와인과 매칭한다. 잘 구워진 등심 스테이크에 칠레, 미국, 프랑스 등지의 까베르네 소비뇽 혹은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등이 블렌딩된 ‘보르도 블렌딩’ 타입은 훌륭하다.

또한 프랑스 론 지방의 시라 품종이나 GSM 블렌딩, 말벡 와인 역시 향신료 같은 역할을 하며 고기 천연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진한 소스로 농밀하게 조리된 요리라면 초보자들도 열광하는 진하고 부드러운 호주 쉬라즈를 곁들이는 것도 추천한다.
 
소스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안심과 같이 부드러운 부위는 그만큼 입에서 씹는 시간이 적고 섬세한 맛을 지녔기 때문에 호주의 농밀한 쉬라즈 같이 극도로 진한 레드보다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의 부드럽게 숙성된 레드 와인도 어울린다.

육류뿐만 아니라 지방이 많고 기름진 음식들은 대체로 산도가 높은 와인, 즉 신맛이 강한 와인과 잘 어울린다. 입안에 남는 음식의 기름진 풍미를 개운하게 잡아주며 동시에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 산뜻한 화이트 와인과 해산물은 조화롭다. (출처: 비비지브이)
▲ 산뜻한 화이트 와인과 해산물은 조화롭다. (출처: 비비지브이)

해산물과 와인의 조화 역시 흥미롭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모든 화이트 와인이 해산물에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장기간 오크통에 숙성하여 강한 오크 향과 무거운 바디감, 과숙한 열대과일의 향을 가진 샤르도네는 굴이나 회와 먹을 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비린 맛을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붉은색이 감도는 살을 가진 참치나 연어 같은 생선들은 회로 먹거나 조리해서 먹을 경우 오히려 가볍고 싱그러운 레드 와인들이 어울린다. 피노누아나 가메, 이탈리아의 바르베라 같은 품종들이 어울리는데 타닌이 강한 경우 생선과 함께 먹었을 때 금속성 맛이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이 즐겨먹는 광어나 우럭 등의 흰 살 생선회, 조개 요리에는 무난하게 소비뇽 블랑같이 파릇한 야채향이 가미된 와인들도 마시기 좋지만, 드라이하고 미네랄 강한 리슬링, 오크 향이 강하지 않고 깨끗한 샤르도네, 오스트리아의 그뤼너 펠트리너 품종도 매력적이다.

해외의 많은 와인 애호가들 만큼이나 한국의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굴에는 ‘샤블리’가 정석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향이 강한 오크통에서 장기간 숙성된 프리미에 크뤼, 그랑 크뤼급의 샤블리는 오히려 굴과 잘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중에서 3만 원~5만 원대 언저리에 만날 수 있는 ‘샤블리’ 등급이 가장 무난하게 어울린다. 

스파클링 와인과 디저트 와인의 마리아주는 어떤 모습일까? 
스페인의 까바, 프랑스의 크레망 등의 가벼운 스파클링 와인들은 샐러드, 해산물과 대체로 궁합이 좋으며 샴페인은 식전 주부터 모든 코스 요리와 함께 했을 때 대부분 무난하게 어울릴 수 있는 선택지이다. 

명절에 기름진 전과 샴페인을 마시는 걸 즐기는데 샴페인의 높은 산도와 버블이 기름기를 확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기름진 햄버거나 피자에 탄산음료를 즐기듯이 샴페인의 기포가 청량감을 더해준다. 

가장 매치하기 어려운 음식은 아마도 디저트일 것이다. 디저트 와인은 디저트만큼 혹은 그 이상 달콤한 당도를 고르는 것이 좋다. 진득하고 달콤한 초콜릿에 섣불리 아무 스위트 와인이나 매치를 했다 가는 와인 맛은 느낄 새도 없이 초콜릿의 깊은 맛에 녹아버릴 것이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 포르투갈의 포트와인처럼 도수 높고 아주 농밀한 스위트 와인을 곁들이면 정말 환상적인 맛의 세계가 열린다. 생크림 케이크나 과일 디저트류라면 독일 리슬링이나 모스카토 다스티처럼 과일향이 강한 가벼운 스위트 와인도 제법 잘 어울린다.
디저트와 와인 매치의 광활한 세계는 다른 편에서 특별히 다루고 싶다. 

 

▲ 와인과 가장 좋은 마리아주의 요소는 바로 함께 하는 사람이다. (출처: 핀터레스트)
▲ 와인과 가장 좋은 마리아주의 요소는 바로 함께 하는 사람이다. (출처: 핀터레스트)

와인을 마시다 보면 와인과 매치하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마리아주의 요소는 바로 함께 마시는 ‘사람’이다. 어떤 자리에서, 어떤 사람과 이 와인을 함께 하는지에 따라 와인의 맛은 천차만별이다. 1만 원~2만 원대의 와인도 어떤 사람과 함께 하면 수십만 원짜리 와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가 하면 어제 너무 황홀했던 와인조차도 지금 이 순간 몇천 원짜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와인과 함께 했을 때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마리아주는 사람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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