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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박보미 칼럼] 와인&클래식 "클래식 음악 감상법“ 따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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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박보미 칼럼] 와인&클래식 "클래식 음악 감상법“ 따위는 없다.
  • 박보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07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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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자
심포니 카니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출처 픽사베이
▲심포니 카니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출처 픽사베이)

지난해 마지막으로 쓴 칼럼 후로 그동안 몰랐던 클래식에 대해 좀 더 쉽게 알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인사를 많이 전해 들었다. 그리고 함께 따라온 질문들은 “클래식 음악을 더 쉽게 감상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지식을 쌓으면 감상(鑑賞)이 더 쉬워질까요?”이다.

그동안 칼럼을 쓴 이유가 클래식이 더욱 쉽게 다가가고, 즐길 수 있도록 한다고 쓴 것인데, '감상법?? 지식?' 무언가 내 스스로에게 한방을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감상 방법? 그러고 보니 나 스스로도 공부나 연구할 때가 아닐 땐 감상하는 방법이 따로 없었다. 어떻게 하면 감상을 더 잘 할 수 있는 것인지, 어떻게 알고 들어야 그 음악을 더 이해하고 더 즐길 수 있는지 나조차도 그 방법을 알고 있지 않았다.

사실 필자는 음악회나 공연을 자주 찾으려 하지 않는다. 직업 특성상 음악을 즐기고, 감상하는 자세보다 평가하고, 분석하는 자세가 크다 보니 연주 감상 내내 모든 감각이 더욱 예민하게 작동하는 것이 가끔은 피곤하기도 하고, 연주자에게도 큰 실례를 범하는 것 같아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자주 공연장을 찾지 않는다.

그러면 앞서 쓴 칼럼들은 무엇인가? 왜 이런 글들을 쓰기 시작했나?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하게 된다.

자, 그럼 클래식 음악은 어떻게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가?

정말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수십 곡의 음악을 랜덤(random)으로 재생 시켰다. 그중엔 아는 곡들도 있고, 난생처음 듣는 곡도 있다. 아는 곡 중에 ‘내 취향이 아니라 다시 듣고 싶지 않다’하는 음악을 그냥 넘기면 된다. 반면, ‘이 곡은 뭔지 모르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곡이다’하면 그냥 들으면 된다.
그리고 난생처음 듣는 곡은 모르는데 굳이 끝까지 들을 필요가 없다. 사람은 무엇에든 자신만의 색과 취향이 있다. 그건 음악에도 마찬가지이다. 몇 소절을 들었는데 뭔지 모르겠고, 그냥 재미가 없는 곡이다. 그럼 바로 다음 곡으로 넘기자. 분명 그렇게 넘기다 보면 반대로 몇 소절만 들어도 무언가 귀에 딱 들어오고, 나도 모르게 어느덧 곡의 피날레(Finale)를 듣고 있는 곡이 있을 것이다. 그 곡이 내가 즐길 수 있는 음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귀에 익힌 음악들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좋다? 그러면 듣고 싶을 때 들으면 된다.

오페라, 협주곡 등 클래식 음악은 연주장 가서 들어야 더 좋은 것이 아닌가요? 나도 잘 안 가는데 누구에게 권유하겠는가? 가수들로 따지면 어느 누가 그 가수의 콘서트를 먼저 찾아가 노래를 듣겠는가? 보통 TV나 음원을 통해 노래를 듣고, 활동 모습을 보고 좋아하게 된 후에 그 가수의 콘서트까지 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가 아닌가? 클래식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듣자 위에 썼듯이 일단 들어보고, 귀와 마음에 와닿는 곡이 있다면 들어라 또 듣고 싶으면 반복해서 또 들어라 그러다 그 음악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 작곡가를 궁금해하거나 연주자가 궁금해져서 찾아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듣다 보면 그 작곡가 혹은 연주가에 대한 다른 곡들을 또 들어보고, 그렇게 또 좋은 건 담아두고, 아닌 건 넘겨버리고, 그러다 보면 하나하나 플레이 리스트(Play list)에 곡이 쌓이기 시작한다. 거기에 그 음악 배경이나 스토리를 알아보고, 악기 특색, 작곡가 연주자 의도 등 더하여 알게 된 것을 내가 듣고 느꼈던 것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하는지 아니면 다른 해석을 하게 되었는지, 이 부분에 있어서 또 다른 재미를 찾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무대위의 소프라노 연주모습/사진 박보미
▲무대위의 소프라노 연주모습(사진/ 박보미)

우리가 어떤 장르의 음악을 들을 때 작곡가, 가수, 연주가 모두 알고 듣지 않는다. 설사 모르고 그냥 음악만 안다고 해서 나를 무지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일도 없다. 그런데, 클래식은 왜 이 음악은 언제, 누가 만들고, 왜 만들었는지 머릿속에 꼭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가? 그런 지식 정보 없이 단순히 음악만 알면 무지(無知) 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는가? 클래식 지식에 대한 압박(壓迫), 편견(偏見)이 우리를 클래식 음악에 더 가깝게 다가가지 못하게 한다.

사실 작곡가 배경 모르고 단순히 음악이 아주 강하게 나에게 남아있는 음악이야말로 그게 나에게 진짜 좋은 음악이고, 제대로 감상한 것이다.
알고 들으면 그에 대해 더욱 재미있고, 들리는 것이 많겠지? 물론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있고, 그로 인해 더 깊게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 음악은 이런 음악이다’라는 고정된 편견 때문에 내 나름대로의 감상을 할 수 없는 점도 있다.


음악을 충분히 듣고 난 후에 음악에 대한 이야기와 해석을 알게 되면 그 뒤에 또 다르게 들리는 경우도 있고, '작곡가의 음악적 감정이 내게 고스란히 전달되었구나'하며, 더욱 공감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음악에 대한 이런저런 글과 정보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혹은 관심이 있는 것에 조금 더 유익함을 주는 도우미 역할일 뿐, 이런 모든 글과 정보가 나의 머리와 마음에 꼭 박혀서 꼭 나의 감정과 생각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와인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어쩌면 더 편하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왜? 그냥 마셔서 좋았던 와인을 토대로 기록하고 기억했으니까. 한 모금 마셨을 때 맛있다. 좋다. 진짜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하는 와인을 담아두고, 그에 비슷한 나라, 품종을 찾아 마셔보며 그냥 ‘나는 이런 와인을 좋아하는구나. 이런 향과 맛을 좋아하는구나’ 알게 되고, 그렇게 알게 된 와인을 내 나름대로 음악과 연결해 생각한 것이다.

클래식과 와인은 최고의 연주가, 최고의 오케스트라의 연주, 최고의 비싼 와인으로 지식과 교양의 자랑이 아니다. 음악회에서 공연장에서 졸다니.. 그럼 교양 없는 사람?? 그만큼 그 음악이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나의 심신에 안정을 줬다고 생각하면 된다. 경쾌한 음악인데 손뼉을 치거나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면 안 되나? 그만큼 리드미컬(rhythmical) 하고, 즐거움이 있는 음악이라 저절로 몸이 반응하는 것이다.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2020년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일주일이 됐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도 하고, 이전 것을 미련 없이 보내기도 하는 시기로, 어떤 사람들에겐 그만큼 설렘과 또 걱정이 교차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처음부터 '이것을 꼭 알고, 꼭 기억하겠다'하는 다짐보다 일단 편하게 가벼운 마음으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자. 흘렸는데도 마음에 머리에 남아있는 그 무엇이 내게 중요한 무언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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