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컬처타임즈

유틸메뉴

UPDATED. 2024-03-28 09:44 (목)

본문영역

천년 瓦(와), 곡선의 무게
상태바
천년 瓦(와), 곡선의 무게
  • 조윤희 기자
  • 승인 2020.01.17 1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족을 들이는 세월의 견고한 선 - 원춘호 전시 오는 27일까지
▲사진가 원춘호가 지난 수요일 15일부터 시작해 오는 27일까지 토포하우스 제3관서 전시 천년 瓦(와)를 연다.(출처/토포하우스)
▲사진가 원춘호가 지난 수요일 15일부터 시작해 오는 27일까지 토포하우스 제3관서 전시 천년 瓦(와)를 연다.(출처/토포하우스)

토포하우스는 서울 도심 속 낡은 풍경을 기록으로 담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알려진 원춘호가 지난 수요일 15일부터 시작해 오는 27일까지 토포하우스 제3관서 전시 천년 瓦(와)를 연다고 밝혔다.

Esquire, GQ, ARENA, ALLURE, MAXIM, VOGUE 등의 글로벌 라이센스 매거진과 협업해 창의적인 비주얼을 만들어 내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한대수 정규앨범 14집 Creme De La Creme의 커버를 촬영한 바 있다. 원춘호는 사진가로서 대나무와 기와, 조선왕릉 등 한국적인 주제로 평생 작업을 하고 있으며 그동안 11번의 개인전과 4권의 작품집을 낸 바 있다.

금번 전시에 관해 사진가 원춘호는 그의 작가노트에 “기와의 유려한 곡(曲)을 따라 납작하게 엎드린 습기 품은 이끼가 연록으로 피고 지며 이천년 동안 채집한 전설을 토해낸다. 겹겹이 쌓인 연륜만큼 만고풍설(萬古風雪)을 겪으며 기왓장 골골마다 서린 환희의 서사와 질곡의 광기를 처마 아래 지상으로 날려 보낸다.”면서 “낙랑(樂浪)을 추억한다. 백제의 순박함도 통일신라의 화려함도 조선의 투박함도 기와는 시간의 향기를 진동하며 검은 꽃으로 오늘을 증거하고 있다. 정성스럽게 흙을 고르고 뜨거운 장작불로 구워 천년을 버틸 수 있는 기와를 만든다. 번와장의 손길을 거쳐 직선의 기와로 버선코 같은 부드러운 곡선을 만든다. 용마루, 내림마루, 추녀마루.... 반복과 대칭으로 완성된 축약의 미는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진다. 빛의 강렬함은 기와의 검은색마저 순백의 선으로 만들며 자연과 하나가 된다. 무구의 흰 선들이 만들어내는 율동과 처마를 따라 흐르는 불규칙한 곡면들이 정스럽다.”고 밝혔다.

또, “전통기와는 형(形)과 색(色)이 제각각이다. 그 수 많은 변이들이 모여 무질서의 질서를 만들며 마음을 안정시킨다. 멀리서 보면 횡으로 향하는 넓이, 가까이 보면 종으로 향하는 깊이를 배운다. 이 모든 것은 이끼로 토해내는 세월이 익으며 만들어 가는 것일 터이다.” 라고 말하면서 “기와에 대한 관심은 아버지로부터 시작되었다. 살아계셨다면 97세가 되셨을 아버지는 면(面) 소재지에서 한 명뿐인 희귀한 직업의 기와장인(瓦工)이셨다. 3살 무렵, 우리 가족이 살 집을 신축하던 공사 현장에서 석유를 음료수인 줄 알고 한입으로 들이킨 후 느꼈던 목구멍을 태우는 듯한 강렬한 뒷맛은 기와집에 얽힌 선연한 인생의 첫 기억으로 남아있다.”라는 유년 시절의 후일담을 이어갔다.

“ 내려와! 기와 깨져! 어머니의 호통에도 숨어다니며 틈만 나면 오르고 했던 기와지붕은 어린 시절의 호기심 어린 단골 놀이터 중 하나였다. 지붕 위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은 익숙하지만 설렜고, 경험해보지 못한 바깥 세상을 향한 시골 소년의 동경이었다. ”라면서 이어, “와공(瓦工)들을 보며 아버지가 걸어왔던 길을 더듬는다. 무더위와 추위에도 지붕에 올라 기와를 올리던 그 삶을 생각한다. 자식을 낳고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 되어 보니 아버지란 자리를 새삼 생각게 한다. 어머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아버지의 무게. 아버지란 존재를 “무거운 짐을 지고 언덕을 오르며 멈추지 못하는 늙은 당나귀”처럼 비유했던 어느 소설가의 말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라며 금번 전시에 대한 작가노트를 기록했다.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 독자분들의 후원으로 더욱 좋은 기사를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하단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