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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박보미 칼럼] '와인&클래식'말고 '막걸리한잔'에 '트로트한자락' 땡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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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박보미 칼럼] '와인&클래식'말고 '막걸리한잔'에 '트로트한자락' 땡길까요?
  • 박보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04 18: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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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롯부터 미스터트롯까지 무엇이 우리를 트로트에 열광하게 만들었나?
내일은 미스터트롯 100인참가자/출처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100인참가자(출처/ TV조선 방송 캡처)

매일이 미스터트로트
"아이야~ 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 시린 보릿 고갯길"
우연히 들은 노래 한 소절 분명 어린아이의 목소리같이 들렸다. 아이의 목소리인데, 동요는 아니고, 요즘 가요도 아니었다.
이건 뭐지? 음악은 전형적인 트로트( trot)인데, 이 아이는 대체 누구길래, 아니 어떤 아이길래 흔히 말하는 트로트의 구성진 꺾기나, 비음(鼻音) 섞인 기교(technique)도 전혀 없이 이런 노래를, 아니 이 가사를 알고 부르는 건지, 감정을 실어서 부른 건지, 듣는 내내 말문이 막히고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하고 있었다. 그래 감정을 실어 부른다고 치자. 감정? 얘가? 이 나이에 어떤 경험을 했다고, 감정을 실어?? 서론이 이렇게 길 정도로 정말 평소 보지도 듣지도 않던 트로트 한자락, 그것도 어린 남자아이의 노래가 내게 들렸고, 그 노래를 부르는 그 아이가 궁금해지고, 그 노래가 궁금해졌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분명 이 아이는 트로트를 부르는 어른들을 흉내내거나, 기교를 부리고 있지 않는다는 것. 이 아이의 노래엔 자신만의 삶과 이야기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작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미스트롯의 주인공 송가인도 이름만 들어봤지 방송에서 노래하는 건 못 봤는데, 13살짜리 정동원 이라는 어린 남자아이 덕분에 미스터트롯이라는 방송을 접하고, 트로트를 듣고, 다른 참가자들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어린아이부터 대학생, 직장인, 전직 가수, 현직 가수뿐만 아니라 운동선수, 성악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서 트롯이라는 장르를 가지고 대결을 펼치는데, 이전 타 노래 프로그램을 보던 나의 시선과 생각과 조금 다르게 노래가 아닌 사람이 보이고, 그 마음이 더욱 강하게 전달됨을 느꼈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정동원 참가자/출처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정동원 참가자(출처/TV조선 방송 캡처)

음악은 감정을 노래한다

고대 로마의 철학에서는 음악을 <우주의 음악>, <악기의 음악>, <인간의 음악>으로 나누었다. 우주의 음악은 우주와 자연의 질서에서 오는 소리로 쉽게 말해, 바람소리, 빗소리, 새소리 등으로 생각하면 된다. 악기의 음악은 악기로 연주되는 모든 음악, 인간의 음악은 인간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나타내는 음악인데, 사실 이부분은 노래라고만 단정하긴 어려울 것 같다. 감정을 악기로 표현하는 작곡가나 연주자도 많기 때문에 이 두 가지는 연관성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렇게 인간의 음악, 즉 사람의 감정을 음악에 담아 표현한다는 것이 이론화되고 쓰이기 시작된 것이 바로크 시대 음악이다. 바로크 음악의 특징은 인간의 슬픔, 기쁨, 열정, 절망 같은 감정을 객관적으로 나누어서 음악에 특정적인 선율이나 음형을 사용하는 등 감정이론양식을 이론화시켰다.

한 가지 예를 들면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 조성(造成)이 생겨나는데, 이 조성은 장조(Major), 단조(minor)로 장조 음악은 밝고, 즐거운 느낌으로 사람의 마음을 편하고, 가볍게 하는 반면, 단조 음악은 슬프고, 우울하고, 그리워하는 그런 분위기를 갖는다.

핸드폰에 '피아노 건반'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거나 앞에 피아노가 있다면 지금부터 나오는 계이름을 눌러보자. 모두가 아는 <학교 종>을 연주해보겠다.
원래의 학교 종을 계이름으로 불러본다면 장조의 곡으로 [솔솔라라 솔솔미- 솔솔미미 레- 솔솔라라 솔솔미- 솔미레미 도]이다.
모래 장난하다가 종소리에 금방 손을 털고 웃으며 뛰어들어가는 아이들이 떠오르는 학교의 즐거운 모습이 그려졌다면, 이번엔 이 곡을 [솔솔라라 솔솔b미- 솔솔b미b미 레- 솔솔라라 솔솔b미 솔b미레미 도]로 미음을 반음 내려서 연주해보자. 밝은 동요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것이다. 이것이 단조 조성이다. 단조니 장조니 우리가 음악을 듣는데 이것이 중요하지 않지만, 두 경우의 계이름을 모두 눌러보거나, 노래해 보았다면 조성에 따른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지 확연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바로크 시대에 음악에 인간의 내면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했다면 이후로 악기로 편성되던, 감정 이론 음악이 더 나아가 시와 결합이 되면서, 사람의 언어로 사람을 더욱 공감케 하고, 더욱더 표현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또한 작곡가 본인의 개인적인 그때 감정과 성향이 그들의 음악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앞서 쓰여진 이야기들만 읽어봐도 작곡가들의 삶과 감정이 음악에 어떻게 비추어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수학자 피타고라스(Pythagoras)가 음악가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역사상 최초로 음정을 정의하고, 음악 이론을 창시한 사람이 바로 피타고라스이다. 그런데 우리는 피타고라스를 음악가로 기억하지 못하는가? 감정이, 마음이 없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비율과 구조로 음악을 만들고, 이를 연관 지어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울림이 빠졌다는 것이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심사위원/출처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심사위원(출처/ TV조선 방송 캡처)

<내일은 미스터트롯>을 시청하면서 정말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서바이벌 형식이지만 실력으로 보았을 땐 정말 누구 하나 손색없을 정도로 저마다 다른 음색에, 다른 테크닉에, 심지어 심사를 하겠다고 앉아있는 현직 가수들 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솔직히 앉아있는 마스터 본인들도 실력에 대해 참가자들을 평가하진 못 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 중 승자와 패자는 분명히 있다.

참가자들의 승패를 나누는 것은 듣는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나뉠 것이다. 누군가는 발성적인 면을 볼 수도 있고, 누군가는 기술적인 면을 볼 수 있고, 하지만 가장 크게 승패를 좌우하는 것을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호소력에 있었다. 나의 삶과 나의 상황 현재의 나의 감정을 담아 전달하여, 청중을 움직이는 것 그것은 발성과 기술, 퍼포먼스에서 나올 수 없는 나를 가장 진실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저마다 자신의 사연을 담아 참가한 출연자들의 스토리와 트로트라는 한국 정서에 맞는 장르가 어울어져 대한민국 안방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미스터트롯은 클래식과 실용음악, 서양음악과 국악을 넘어 인류가 살아오면서 음악예술에 의지하고, 위로받는 것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고 있다. 나라 안팎으로 온갖 질병과 전염병, 경제적 침체와 위기, 전쟁과 무질서한 정책에 흔들리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 시대에 공감하고, 위로하고, 한탄하듯 불러지는 트로트 한 자락이 잠시나마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다독여주고 있는 듯하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영탁 참가자/출처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영탁 참가자 (출처/ TV조선 방송 캡처)

영탁이라는 참가자의 "막걸리~ 한 잔~!"이라고 외치며 쭉 뻗어나가는 고음으로 시작된 노래에서 나도 모르게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끼고, 정동원 어린이의 마지막 소절 "어머니의 통곡이었소"라고 저음으로 끝내는 노래는, 그 옛날 배고픔과 굶주림의 보릿고개가 아닌 현시대에 우리가 굶주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떠오르게 하는 그런 절절함이 느껴졌다.

겨울이 없어지기라도 하는 듯 기온이 낮아지지 않더니, 다시 찾아온 겨울, 저마다 가지고 있는 새해의 다짐과 마음을 음악에 실어 때로는 리드미컬하고, 때로는 서정적이고, 때로는 구슬프고, 때로는 경쾌하게 보낼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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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 2020-02-06 00:32:45
피타고라스가 막걸리 한 잔 음악을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집니다. 막걸리 한 잔 처럼 확 트이는 시원하고 진솔한 글 잘 읽었습니다. 다음 글이 기다려집니다.

은랑 2020-02-05 04:13:07
음악과 연결해서 설명해 주시니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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