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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松延유수현 에세이] 음치는 김치의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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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松延유수현 에세이] 음치는 김치의 동생?
  • 松延유수현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05 09: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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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다른 외국인의 재밌는 사고방식

필자가 동시통역대학원을 졸업하고 국제회의 통역사와 번역사로만 살아갈 줄 알았는데, 졸업 후 사회에 나와서 일하다 보니 뜻밖에 다양한 직업을 갖게 되었다. 이는 아마 필자가 한국어와 중국어를 구사하는 이중언어 구사자로 살아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남들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어 삶에 늘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물론 필자는 통번역 일을 가장 메인으로 하지만, 그다음으로 많이 하는 업무가 가르치는 것이다. 처음에는 중국어만 가르쳤는데, 필자가 중국으로 유학 간 후에는 중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도 했다.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출처/Shutterstock)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출처/Shutterstock)

그리고 그 뒤부터 지금까지 필자는 한국어와 중국어를 모두 가르치고 있다. 처음에는 속으로 ‘내가 한국인인데 모국어인 한국어 하나 못 가르칠까?’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한국어 강사 활동을 시작하니 한국어 가르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필자의 경험이 중국인들과 교류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오늘은 필자의 한국어 강의 경험을 공유하려고 한다.

 

외국어를 처음 접할 때 대부분 호기심에 열심히 배우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어려워지는 난이도에 금방 싫증 내기 마련이다. 그러면 선생도 가르치는 입장에서 이런 학생들을 끌고 나가기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그중 필자가 자주 시도는 방법이 바로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 한류열풍이 광풍처럼 불어닥친 만큼, 많은 중국 학생들이 한국의 드라마나 한국 노래에 열광한다. 필자도 학생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수업 시간에 노래를 가르치는데, 한 번은 필자가 중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대장금의 주제곡인 ‘오나라’를 준비해 갔다.

필자는 외국어를 가르칠 때 가끔 노래를 가르치기도 한다. (출처/픽사베이)
▲필자는 학생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칠 때 가끔 노래를 가르치기도 한다. (출처/픽사베이)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학생들에게 “혹시 우리 반에 음치 있어요?”라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한 학생이 손을 들고 필자에게 “선생님 음치가 뭐예요? 김치 동생이에요?”라고 물어봤다. 순간 필자는 웃음이 터져 체면이고 뭐고 그냥 깔깔대고 웃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학생의 질문에 답도 못하고 계속 웃기만 했고, 학생들은 그런 필자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만 봤다. 그렇게 한참을 웃고 난 후, 필자가 웃은 이유를 설명해 주자, 학생들이 그제야 이해를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같이 깔깔 웃었다. 그리고 덕분에 그날은 학생들과 재밌게 수업을 마쳤다.

 

또 한 번은 필자가 중국인들에게 초급 수업을 진행할 때였다. 한국어 읽는 법을 가르치는데 학생들이 많이 어려워했다. 왜냐하면 어떤 한국어 단어는 소리나는 대로 읽지 않고, 연음법칙으로 인해 자연스레 읽는 법이 바뀌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얼음’이라고 쓰지만, ‘어름’이라고 읽는다. 이런 현상이 한국인한테는 매우 자연스럽고 쉬운 일이지만 외국인한테는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필자가 특별히 연음법칙을 가르치려고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단어만 따로 묶어서 정리해갔다.

외국어 공부는 꾸준히 해야 효과가 있다. (출처/픽사베이)
▲외국어 공부는 꾸준히 해야 효과가 있다. (출처/픽사베이)

드디어 수업이 시작되고 학생들이 단어를 연음법칙에 맞춰 제대로 읽는지 확인하려고 첫 질문을 던졌다. “웃음소리를 소리 나는 대로 말해보세요.” 그랬더니 한 학생이 기똥찬(?) 대답을 했다. “하하하입니다.” 그 순간 필자는 또 배를 움켜쥐었다. 필자는 학생이 “우슴쏘리”라고 답하길 바랐는데,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으니 웃을 수밖에. 참으로 기발한 생각이었다. 그 덕에 그날 수업도 학생들과 웃음의 꽃밭에서 즐거웠고, 필자는 학생들 덕에 재미있게 수업하는 선생님으로 소문나 최우수 강사로 선정되는 행운도 안았다.

이런 일들은 필자가 중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았다면 겪지 않았을 일이다. 이 일들을 겪고 난 후, 처음에는 그저 필자의 입장만 생각하고 웃기기만 했는데, 나중에는 괜히 비웃은 것 같아 매우 미안했다. 그분들은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자 하는 마음에서 진지하게 수업에 임했는데, 그런 마음도 몰라주고 마냥 웃기만 하는 선생이 한심해 보였을 것 같아서였다. 그 뒤로 필자는 한국어를 가르칠 때마다 그들의 입장에서 한 번씩 생각해 보는 습관이 생겼다.

필자는 한국어를 가르칠 때마다 그들의 입장에서 한 번씩 생각해 보는 습관이 생겼다.(출처/ 픽사베이)
▲필자는 한국어를 가르칠 때마다 그들의 입장에서 한 번씩 생각해 보는 습관이 생겼다. (출처/ 픽사베이)

지금도 필자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중국인에게 한국어 강의를 하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어 강의란 매개체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들과 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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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t 2020-02-06 17:40:50
외국어를 배운다는건 참 많은 것을 배울 수있는 기회인 것 같아요. 특히 문화같은 것

joo 2020-02-05 11:46:39
글을 볼 수록 강사님은 참 스승님 이신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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