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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문화 한지의 독창적인 가공 기법 "도침"을 재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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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문화 한지의 독창적인 가공 기법 "도침"을 재현하다.
  • 백석원 기자
  • 승인 2020.02.12 13: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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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변형된 일본화된 한지 제조방식으로 우리나라의 한지는  본연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잃게 되어 일본과의 차별성이 없기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전통한지만의 독창적이고 특별한 제조과정을 살려 우수한 한지를 생산해 내야 한다. 1910년 경에 사라진 것으로 확인된 전통한지의 특별한 후처리 기술인 ‘도침’은 한지 생산에 있어 우리만의 고유한 과정이므로 중요성이 있어 도침의 과정을 자세히 밝힌다. [편집자주]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한지는 한국의 전통한지가 아니다. 한지를 만드는 재료와 기법이 일본 식민지 시대에 일본화된 것이다. 그래서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 있었던 우리의 한지는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채 중국의 선지와 일본 화지에 밀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도 우리나라만 하지 못하고 사라져 가고 있다. 

1920년경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한지 제조에서 재료와 제조기술이 왜곡·변형되었음을 문헌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 한지 제조 기술 중에 조선시대 후기부터 1910년경 사이에 사라진 것으로 확인된 특별한 기술이 있다. 그것은 후처리 기술인 ‘도침’이다. 그런데 ‘도침’을 하여 한지를 완성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말에 전라북도 완주군에 위치한 대승한지마을로 향했다.

높지 않은 산자락에 둘러싸여 조용한 바람이 부는 대승한지마을은 오늘따라 봄볕 같은 햇살까지 내리쬐어 ‘도침’하기에 안성맞춤인 날씨였다. 자연환경과 한옥의 모습이 한지와도 잘 어우러진 전경이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다리를 건너 한지 제조장으로 들어섰다. ‘도침’을 시작하기 위해 미리 닥나무로 만들어 온 한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한지 표면처리 방법을 가진 세계 유일한 전문가인 김호석 화백은 미리 준비해온 풀을 꺼내 한지에 바르기 좋게 준비했다. 150장의 한지 앞면에 하얀 헝겊에 풀을 묻혀 한지의 위에서 아래로 좌우 방향으로 훑으며 고르게 바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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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침’ 작업 중인 김호석 화백. 150장의 한지 앞면에 하얀 헝겊에 풀을 묻혀 한지의 위에서 아래로 좌우방향으로 훌트며 고르게 바르기 시작했다.(출처/백석원 기자)

'도침'중인 미술사학 박사인 김호석 화백에게 질문했다. 


Q1. “풀을 왜 한지에 바르십니까?”
 -   “한지의 특징이 보풀이 일어난다는 것인데 보풀이 일어난 종이는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거친 상태입니다. 풀을 발라 보풀을 눕혀 매끄럽게 만들면 서화에 쓸 수 있는 좋은 종이가 됩니다.”

Q2. “현재 풀칠하고 도침하는 곳이 있습니까?”
 -  “도침하는 곳도 없고 풀칠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냥 하면 될 것 같지만 할 수도 없고 하기 힘들어서 못합니다. 그냥 풀칠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니까, 일단 좀을 안 먹어야 합니다. 일반 풀을 사용하면 좀을 먹습니다. 풀은 전날 3시간 동안 저어서 만들어 바르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 온 것입니다.”

Q3. “150장을 일일이 풀을 바르고 두드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   “조선시대에 기록에 보면 도침을 하는 사람의 숫자와 종이 만드는 사람의 숫자가 같습니다. 얼마나 가공처리에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습니다. 후처리 없는 한지는 결국은 문종이 이상 안 됩니다. 그 집안에 내려오는 문서를 보면 종이의 품질이 어떠냐에 따라서 신분이 드러납니다. 공들여 만들어야 하는 종이이기 때문에 쉽게 쓸 수가 없었습니다. 궁중이나 사대부에서 만들어 사용하던 종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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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을 바른 한지를 햇빛을 보게 말린다. 날씨에 따라 두 장에서 다섯 장을 겹쳐 말린다. 햇빛에 말리면 종이가 조금 더 하얘진다.(출처/백석원 기자)

풀을 바른 종이를 햇빛을 보게 말린다. 날씨에 따라 두 장에서 다섯 장을 겹쳐 말린다. 햇볕에 말리면 종이가 조금 더 하얘진다. 말린 종이를 걷어 다시 뒷면에 한 장 한 장 풀을 바른다. 풀을 바르면 또다시 말려준다. 정성과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국립수목원 정재민 박사. 한지의 중요한 재료가 되는 닥나무 전문가인 산림청 국립수목원 정재민 박사와 인터뷰하였다.(출처/백석원 기자)

종이를 말리는 중에 한옥 뒤편 정원에 닥나무를 볼 수 있었다. 한지의 중요한 재료가 되는 닥나무 전문가인 산림청 국립수목원 정재민 박사와 인터뷰하였다.


Q1. “닥나무는 어떻게 번식하나요?”
 -  “닥나무가 열매를 맺으면 그 열매를 새들이 먹고 난 후 배설물 속에 있던 씨앗이 땅에 떨어지면 그곳에서 닥나무가 자랍니다. 그런데 그런 자연적인 방법보다 닥나무의 뿌리 주변에 닥나무 가지가 자라나면 그것을 잘라 옮겨 심으면 또 닥나무가 자라납니다. 그렇게 닥나무의 개체 수를 많이 늘릴 수 있는데 인공적인 방법인 잘라낸 가지로 자라난 닥나무는 처음의 닥나무와 같은 유전자를 가지기 때문에 종자의 개량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암수 나무가 고르게 분포하고 자연적인 방식으로 개체가 늘어나야 우량한 종자로 발전이 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집집마다 닥나무가 있어 전국 각지에 닥나무가 분포하였습니다. 강원도의 닥나무와 전라도의 닥나무는 그 특성이 달라 다양한 닥나무가 되는데 현재로서는 닥나무가 다양하지 못해 한지 품질을 좌우하는 닥나무의 우량 품종 육성과 선발이 급선무이며, 품종별 섬유 특성 및 한지의 품질연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단기간에 한정된 지역에서 연구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국가나 기업에서 다양한 연구진이 참여하여 연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도침’중인 김호석 화백. 전통한지 가공방법인 ‘도침’은 다듬이질의 한 형태로 표면에 일어나 있는 보풀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두드리는 것인데‘무구정광 대 다라니경’도 도침을 행하였다고 알려져 있다.(출처/백석원 기자)  

앞뒤 풀을 바르고 말린 종이 사이에 젖은 종이를 넣어 잘 펴서 무거운 것으로 눌러 놓았다. 한 시간가량이 지나고 종이를 들고 도침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전통한지 가공방법인 ‘도침’은 다듬이질의 한 형태로 표면에 일어나 있는 보풀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두드리는 것인데‘무구정광 대 다라니경’도 도침을 행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방아를 찧는 것 같은 커다란 도침기의 찧는 부분에 종이를 여러 장 겹쳐 놓고 한지를 돌려가며 두드려 준다.(출처/백석원 기자)

방아를 찧는 것 같은 커다란 도침기의 찧는 부분에 종이를 여러 장 겹쳐 놓고 한지를 돌려가며 두드려 준다. 두드린 한지를 또다시 말리고 한 번 더 두드린 한지를 다시 말리는 것으로 전통 제조방식으로 만든 한지가 완성되었다. 완성된 한지는 표면이 매끄러워지고 윤이 나며 부드러워진다.

▲ '도침'이 끝난 전통한지를 햇빛을 보게 말린다. 날씨에 따라 두 장에서 다섯 장을 겹쳐 말린다. 햇볕에 말리면 종이가 조금 더 하얘진다.(출처/백석원 기자)

전통한지를 만드는 '도침' 과정이 쉽지 않으나 천년이 가는 아름답고 독보적인 전통한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작업이다.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비싼 가격이지만 수많은 공연장과 전문 연주자는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사용한다. 우리의 전통한지 역시 뛰어난 보존력과 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만들어진 뛰어난 품질의 한지를 선호할 것이다. 전통한지 제조방식의 완벽한 재현과 더 나아가 더욱 발전된 형태의 다양한 한지가 개발될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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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 2020-02-15 21:33:41
전통한지가 잘 보존되어 계승되었으면 좋겠어요.
멋진데 안타깝네요

김동완 2020-02-12 22:31:43
백기자님 화이팅 입니다. 늘 응원하겠습니다.

로아 2020-02-12 22:28:52
신기하네요. 한지 만드는 방법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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