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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환의 세계여행] 중동의 스위스, 오만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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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환의 세계여행] 중동의 스위스, 오만①
  • 권동환 여행작가
  • 승인 2020.03.16 1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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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90%가 바위산과 사막인 나라
-오마니의 친절
-세계5대이슬람사원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사막의 땅, 오만으로 향하는 여행길이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중동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예멘의 이웃나라이기 때문이었다. 지리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여행자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기 충분했지만 막상 겪어본 오만의 일상은 예상과 다르게 의외로 평화로웠다. 천혜의 자연과 유적지의 흔적 그리고 친절한 오마니(오만 사람)와의 만남을 통해 이슬람에 대한 선입견을 버릴 수 있었던 오만 여행의 출발은 무스카트공항부터였다.

국토90%가 돌산과 사막으로 이루어진 오만의 풍경 [사진=권동환작가]
▲국토90%가 돌산과 사막으로 이루어진 오만의 풍경 [사진=권동환작가]

비행기에서 내려 설렘을 안고 공항을 나서자 아시아와 너무나 판이한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그런 감정의 시작점은 생소한 아랍어부터였다. 대충 휘갈겨 쓴 낙서 같은 글씨 때문에 뭐가 뭔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두려움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찰나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너 여행자 이지?”

시내로 가는 방법이 오로지 택시뿐인 공항에서 멀뚱히 서 있으니 불쌍해 보였나 보다.

“으응”  

“친구 공항에 데려다주러 왔는데 시내 가는 길이면 데려다줄게.”

얼떨결에 동승을 하게 됐다.

온통 거칠고 메마른 사막의 땅을 가로지르며 모리띠라는 이름을 가진 사내는 자신이 베푼 친절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대개 많은 여행자들이 택시를 타본 뒤 오마니(오만 사람)에 대한 나쁜 편견이 생겨서 너를 태워주는 거야. 미터가 없을뿐더러 “hey my friend”를 외치며 바가지를 씌우는 것을 당당하게 합리화하거든.”

“한국에서 오만은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라 그런 정보를 전혀 알지 못했어. 고마워.”

“1년 내내 더운 탓에 공공기관들이 2시 전후로 업무를 종료하기 때문에 대부분 경찰과 공무원들이 세컨드 잡(second job)으로 택시를 운행해서 생긴 문제야. 오만의 90%는 바위산과 사막이라 렌터카를 이용하는 게 훨씬 현명한 여행이 될 거야.”

“응. 근데 네가 이런 친절을 베푸는 이유가 뭐야?”

“돈을 원해서 너를 도와주는 게 아니야. 나도 여행을 다니면서 현지인들한테 도움을 받을 때가 많았거든. 그때 꼭 우리나라에 여행 오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된다면 친절을 베풀겠다고 알라에게 기도를 했지.”

오만에서 가장 큰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는 무스카트의 상징이다.[사진=권동환작가]
▲오만에서 가장 큰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는 무스카트의 상징이다.[사진=권동환작가]

병풍처럼 펼쳐진 돌산을 지나 도심에 진입하자 알록달록한 꽃밭이 보였고 그 뒤편에는 웅장한 건축물이 한눈에 보였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무스카트에서 빼놓지 않고 방문해야 할 곳이 바로 이곳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야.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모스크 사원이라 2만 명 이상이 동시에 참배할 수 있어."

모리띠는 뿌듯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모스크(이슬람 사원)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국민들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의 더위로부터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술탄(국왕)이 건설한 곳이라 관광객들은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만 입장할 수 있어."

"그 시간을 제외하곤 입장이 불가능한 거야?"

"응. 만약 네가 무슬림이라면 입장이 가능하지만 비무슬림 관광객이라면 입장이 되지 않아. 가장 중요한 것은 복장이야. 여성 같은 경우에는 히잡으로 머리카락을 가려야 하지만 남자는 긴팔 긴 바지로 살만 가리면  돼. 오만에 있는 13000여 개의 이슬람 사원 중에서 유일하게 관광객이 입장 가능한 모스크니까 기회가 된다면 꼭 방문해봐." 

첨탑과 돔으로 웅장하게 건축된 이슬람 양식의 모스크를 멀찍이서 바라보며 결심했다. 땀이 주룩주룩 흐를 정도로 덥겠지만 꼭 긴팔과 긴 바지를 입고 가야겠다고.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예의는 여행자에게 필수 덕목이기 때문이었다.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의 내부 [사진=권동환작가]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의 내부 [사진=권동환작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그와의 동행은 이어졌다. 오만의 대부분 호텔에 무료로 구비되어 있는 오만의 전통 커피인 카와(Qahwa)로 목을 축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조그마한 종이컵에 따른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일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커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없을 만큼 독특한 향이 입안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굳어진 표정을 본 모리띠는 오만의 차 문화는 잔이 비면 즉시 채워주기 때문에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을 때는 찻잔을 꼭 좌우로 흔들어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전통의상을 자주 입어?”

예의를 위해서 오묘한 맛을 연거푸 마시고 있는 도중 그가 질문을 했다.

“결혼식이나 추석 이외에는 잘 입지 않아.”

“우리는 항상 전통의상을 입어.”

“TV 속의 중동 사람들은 전통의상을 항상 입더라.”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차이가 있어. 다른 중동 국가들은 모두 면이나 실크로 된 천을 머리에 두르지만 우리는 ‘쿠피야'라고 부르는 머리덮개를 쓰거든. 만약 이것을 가지고 싶다면 꼭 무트라 시장을 가봐. 나는 가족과의 약속 때문에 이만 가봐야겠어. 조심히 여행해!”

 

오만의 전통의상을 입고 카와를 마시는 모리띠(사진=권동환 여행작가)
▲오만의 전통의상을 입고 카와를 마시는 모리띠(사진=권동환 여행작가)

우연히 만나 친절을 베푼 뒤 유유히 떠난 그와의 작별 인사는 고마움으로 가득했다. 이슬람이란 종교와 중동이란 지역 때문에 오만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지만 디슈다샤(오만전통의상)처럼 새하얀 마음을 가진 모리띠 덕분에 편견을 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언젠가 한국을 방문한 여행자에게 친절을 베풀어야겠다는 좋은 교훈도 얻을 수 있었다. 낯선 이슬람의 땅에서 펼쳐질 여행의 시작은 그야말로 '운수 좋은 날'이었다.

중동의 스위스, 오만(2)에서는 자동차 여행을 하며 겪은 이야기들을 소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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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2020-03-16 13:12:07
역시 권작가님 글은 항상 마음속에 와닿네요 좋은글 잘봤습니다^^

김동욱 2020-03-16 13:46:32
글 재밌게 잘 봤어요~~~~
자동차 여행을하며 겪은 이야기긴 기대 됩니다~^^

이호승 2020-03-30 12:03:02
우리와 다른 문화를 배우는건 항상 흥미롭네요! 기름값이 싼 중동의 오만, 2편의 자동차여행 보러가야겠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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