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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松延유수현 에세이] 중국에서 아파트 동 호수 찾기는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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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松延유수현 에세이] 중국에서 아파트 동 호수 찾기는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
  • 松延유수현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18 10:0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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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가 공원만큼 넓다면?
홀수 동과 짝수 동이 각각 나뉘어 있는 아파트 단지

중국 하면 큰 대 '大'자가 생각난다. 어디를 가도 그 규모에 놀란다. 음식을 먹어도 양에 놀라고 인구수에도 기세가 눌린다. 한 번은 필자가 중국의 파워 블로거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인터넷으로 접했는데, 파워 블로거의 팬이 무려 ‘오천만 명’이라는 소리를 듣고 기절할 뻔한 적이 있었다. 오천만 명이면 우리나라의 인구수만큼 팬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히 대륙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양한 아파트(출처/ 픽사베이)
▲다양한 아파트(출처/ 픽사베이)

이처럼 스케일이 큰 나라에서 유학하고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필자가 중국과 인연을 맺은 후 일을 겪을 때마다 늘 새로운 지식이 하나씩 차곡차곡 쌓이는 것 같다. 이를 언젠가는 글로 남기고 싶은 바람이 마음 한구석에 늘 자리 잡고 있었는데, 우연히 기회가 찾아와 필자의 기억 속에서 추억들을 하나씩 소환해 독자 여러분과 필자의 경험을 공유하는 중이다.

필자가 중국과의 인연이 20년이나 되다 보니 추억거리가 너무 많기도 하거니와 매번 추억이 떠오르는 게 아니므로 추억이 생각이 날 때마다 핸드폰에 기록해 두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놓치거나 기억이 안 날 때도 있는데 가끔은 어떤 매개체를 보고 자연스레 일화가 떠오를 때도 있다. 하루는 일을 마치고 필자의 집인 아파트로 걸어가다 문득 중국 아파트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아파트 단지를 외부에서 본 모습(출처/바이두)
▲아파트 단지를 외부에서 본 모습(출처/바이두)

필자가 중국에서 유학하면서 중국 친구들도 자연스레 사귀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친해지자 한 중국 친구가 필자를 집으로 초대했다. 원래 호기심이 많았던 필자는 현지인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매우 궁금했는데, 때마침 중국 친구의 초대로 한껏 기대가 부풀어 있었다. 평일에는 서로 바쁜 만큼 주말로 약속을 잡았다. 드디어 주말~ 필자는 친구한테 주소를 받아 집을 나섰다. 그리고 빨리 가서 오랫동안 놀 욕심에 택시를 탔다.

그 당시 친구는 아파트에 살았는데 택시기사한테 주소를 건네줬더니 기사님이 필자에게 친구 아파트 동 앞까지 가야 하느냐 물었다. 이에 필자는 별생각 없이 그냥 아파트 단지 입구에 내려주면 필자가 알아서 찾아가겠다고 대답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출처/바이두)
▲대규모 아파트 단지(출처/바이두)

그리고 아파트 단지 입구에 도착해서 택시비를 지불하고 내렸다. 친구 집을 찾아가려고 단지 입구에 들어섰는데 바로 앞에 1동이 보였다. 순간 필자는 당황했다. 당시 친구가 사는 아파트가 106동이었는데 필자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1동이었으니 말이다.

'설마 아파트가 1동부터 100동까지 있진 않겠지.'라고 생각하고 주소지를 다시 확인했다. 필자는 다른 아파트 단지에 잘못 내린 줄 알았다. 그런데 아파트 이름은 주소와 정확히 일치했다.  필자는 할 수 없이 단지에 들어서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으로는 '그래도 동이 100개는 아닐 거야'라고 스스로 합리화를 하며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10동 20동 30동을 넘어갔다. 점점 커지는 아파트 동 숫자를 보며 처음에는 호기심에 걸었는데 나중에는 '어라? 어디 100동까지 있는지 보자'라는 오기가 생겨 괜히 애꿎은 아파트에 시비(?)를 걸며 걸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왜 그런 오기가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필자가 아파트 동의 숫자에 단단히 꽂혔던 것 같다.

아파트의 동 숫자가 매우 작게 표시되어 있다. (출처/바이두)
▲아파트의 동 숫자가 매우 작게 표시되어 있다. (출처/바이두)

더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아파트는 동의 숫자를 구석진 곳에 아주 작게 써 놓아 집 찾기가 더 어려웠다. 지금 생각해도 다른 것은 모두 크게만 만드는 중국이 아파트 동의 숫자는 왜 그리 콩알만 하게 써 놓았는지 정말 모르겠다. 당시 필자는 아파트 동의 숫자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곳을 기웃거리며 계속 걸어갔다.

그 결과 정말 100개의 동이 다 있었다. 그 어마어마한 아파트 단지 규모에 기가 막혔다. 하지만 그래도 100동까지 왔으니 6개의 동만 지나면 친구가 사는 106동이 나온다는 희망에 필자는 다시 기운 내서 걸었다. 그런데 105동까지 보이고 106동은 안 보였다. 그리고 바로 107동이 보였다.

필자는 다시 당황해 지나가는 주민을 잡고 물어봤다. 106동은 대체 어디에 있냐고 그랬더니 그분 말이 이 단지는 홀수 동만 있는 단지라며 필자가 찾는 106동은 옆 단지의 짝수 동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 순간 필자는 다리의 힘이 풀렸다. 아파트 동의 숫자에만 정신이 팔려 미처 홀수 동만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 한 것이다.

중국 스타일의 거실 인테리어(출처/바이트)
▲중국 스타일의 거실 인테리어(출처/바이두)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그분이 옆 단지의 쪽문을 알려줘 처음부터 걷는 수고는 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또 꽤 걸은 후 드디어 친구 집에 도착했다. 딩동~친구네 집 초인종을 누르자 친구가 뛰어나와 필자를 부둥켜안았다. 친구는 필자가 도착할 시간이 한 시간이나 훌쩍 넘었는데도 필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경찰에 신고하려던 차에 필자가 도착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왜 전화를 안 받았냐며 필자를 책망했다.

그 소리를 듣고 필자는 그제야 가방 속에 있는 휴대폰을 봤다.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 와 있었다. 아차 싶었다. 필자가 엉뚱하게 숫자에 정신이 팔려 괜한 오기가 발동해 아파트와 씨름하느라 휴대폰 볼 생각은 안 했던 것이다.

친구가 필자 때문에 가슴을 더 졸였을 생각을 하니 너무 미안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그간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원래는 친구와 실컷 수다 떨 계획이었는데 그날 필자가 아파트를 벗 삼아(?) 구경 한 번 제대로 한 탓에 피곤함이 몰려와 친구 집에서 낮잠만 자다 왔다.

아파트 단지마다 구조나 환경도 다르다. 위의 사진은 유럽 스타일로 지은 중국 아파트의 모습(출처/바이두)
▲아파트 단지마다 구조나 환경도 다르다. 위의 사진은 유럽 스타일로 지은 중국 아파트의 모습(출처/바이두)

중국은 인구가 많은 만큼 아파트 단지 규모도 이처럼 상상 이상으로 넓은 곳이 많다. 물론 모든 아파트 단지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또한 아파트 단지마다 구조나 환경도 각자 다르니 헤매지 않기 위해 사전에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다.

필자가 그 일을 겪을 당시에는 짜증이 났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런 일은 그 나라에서 직접 살아서 겪지 않으면 모르는 체험기로 소중한 추억이다.

 

오늘 글을 쓰다 보니 ‘吃一堑,长一智[chīyíqiàn,zhǎngyízhì]’란 중국어가 생각난다. '한 번의 실패를 하고 나면 그만큼 현명해진다'라는 뜻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모든 일이 순풍에 돛 단 듯 술술 풀리지만은 않는다. 그러나 윗말의 뜻처럼 실패를 거울삼아 실수를 하나씩 줄여가면 적어도 매일 발전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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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2020-03-26 15:59:09
저도 거의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단지랑 동수도 잘 찾아서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초인종을 누르니 친구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와서 엄청 놀랐었더라죠. 알고보니 건물이 하나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입구를 두개를 둬서 동을 내부에서 두 구역으로 나누고 있었던거에요. 뭘 이렇게 복잡하게 지었나, 하고 생각한 일이 있습니다
중국 아파트, 심오해요...

joo 2020-03-18 11:50:30
가사도 가기 싫은 미로를 걸어가셨군요 ㅎㅎ 잼난 글 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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