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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환의 세계여행] 중동의 스위스, 오만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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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환의 세계여행] 중동의 스위스, 오만 ②
  • 권동환 여행작가
  • 승인 2020.03.3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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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운전이 필수
-바다를 품고 있는
-아랍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오만의 내륙 심장부인 오아시스형 도시 '니즈와'풍경[사진=권동환 여행작가]
▲오만의 내륙 심장부인 오아시스형 도시 '니즈와'풍경(사진=권동환 여행작가)

“너무 덥다”

 ‘운수 좋은 날’은 그저 일시적이었던 것일까?  웬만하면 걸어서 돌아다니려고 했건만 숙소를 나설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숨통을 조여오는 더위를 잊을 수 있는 시원한 맥주 한 모금도 불가능했다. 술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는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시간 낭비하며 계속 누워만 있을 수 없었다. 모리띠의 조언대로 택시의 폭탄요금과 인정 사정없는 햇살을 피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빌리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자동차 여행은 출발도 하기 전부터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오만의 입국 스탬프가 연한 파란색인 탓에 대한민국 여권의 푸른색 사증에 연하게 표시되어 렌터카 업체에서 불법체류자로 공항경찰에게 신고하는 해프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겨우겨우 오해를 풀고 난 뒤 기분 좋은 마음으로 주유소를 찾아가 휘발유를 가득 채우고 출발하자마자 자동차가 고장이 나버린 것이다. 그것도 오후 1시, 가장 더운 시간대에 말이다. 처음에는 나의 실수로 인한 문제인 건지 걱정 섞인 마음으로 렌터카 업체를 기다렸다. 한 시간가량 지났을 무렵, 도착한 그들은 냉각수 뚜껑을 닫지 않을 채 차량을 출고했다며 사과를 했다.  짜증이 나는 사건은 그다음부터였다.

냉각수 뚜껑이 없는 렌트카[사진=권동환 여행작가]
▲냉각수 뚜껑이 없는 렌트카(사진=권동환 여행작가)

방금 전, 가득 채운 기름값을 요구하자

“우리의 실수는 분명하지만 네가 넣은 기름에 대해서는 보상해 줄 수 없어.”

그들에게서 돌아온 답변이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은 상황을 설명하며 말다툼을 했지만 결과는 ‘포기하자’였다. 산유국답게 리터당 500원이라 기름값이 저렴하니 팁을 줬다고 생각하라는 그들의 논리를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새삼스레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고 ‘운수 좋은 날’의 결말이 걱정되었지만 더 이상 여행을 지체할 수 없었다.

한국의 길고양이처럼 쉽게 만날 수 있는 야생 염소 떼[사진=권동환 여행작가]
▲한국의 길고양이처럼 쉽게 만날 수 있는 야생 염소 떼(사진=권동환 여행작가)

 

‘여행이 항상 평탄할 수만은 없다’라는 생각으로 위로를 하며 무작정 핸들을 잡았지만 마음을 쉽게 놓을 수 없었다. 교통사고 사망률이 한국 2배로 세계 1위인 오만에서 안전운전은 필수였기 때문이다. 신호위반 시 벌금 150만 원에 1일 구류 핸드폰 사용도 벌금 100만 원일 만큼 엄격하게 처벌하기에 조심성 있게 운전해야 했다. 범칙금을 받고 그냥 출국하면 되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도망칠 수 없다. 출국 심사대에서 교통범칙금을 납부해야만 출국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오만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비마 싱크홀' (사진=권동환 여행작가)
▲오만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비마 싱크홀' (사진=권동환 여행작가)

 

마치 운전을 처음 하듯 모든 게 조심스러운 마음은 돌산과 사막밖에 보이지 않는 창밖의 풍경처럼 건조하기만 했다. 얼마나 흘렀을까?   끝없이 펼쳐진 도로를 달리다가 급히 차량을 멈춰 세웠다. 순간, 꿈틀거리는 사막의 정기와 태양의 에너지만큼 여행에 생기를 불어왔다. 바다를 품고 있는 오만의 경치가 그 이유였다. 푸른 바다와 하늘이 펼쳐진 경관을 등지고 느긋한 오후를 보내는 야생 염소 떼는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그러한 풍경 뒤편에는 여행을 지체할 수 없었던 이유이자 오만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 ‘비마 싱크홀’이 있었다.

 

에메랄드빛의 바닷물 속에서 살고 있는 닥터피쉬[사진=권동환 여행작가]
▲에메랄드빛의 바닷물 속에서 살고 있는 닥터피쉬(사진=권동환 여행작가)

비마 싱크홀은 별똥별이 떨어져서 탄생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지만 사실은 다른 이유로 탄생했다. 석회질의 암석들이 오랜 세월 침식되어 내부 지반이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7층 높이의 깊은 연못을 수영장인 마냥 수영하는 사람들 틈에서 더위를 식히기 위해 발을 담그자 닥터피시가 몰려왔다.  1급수 물답게 너무나도 깨끗한 환경에서 자연을 만끽하던 그때 머리가 벗어진 백인 사내가 말을 걸어왔다.


“물이 참 깨끗하지? 관광객들이 찾아와도 비마 싱크홀이 맑음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바다와 연결되어 있어서 순환되기 때문이야.”


자신을 프랑스인이라고 소개한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사람들이 중동이라는 이유로 오만을 굉장히 꺼려 하지만 오만은 참 아름다운 나라야. 나도 벌써 몇 번째 이곳을 찾아왔는데 오면 올수록 매력적이야.”

“예상했던 것과 달리 너무 안전해서 놀랐어. 특히, 길거리에서 야생 염소 떼가 우르르 다니는 풍경도 참 인상 깊었어.”

“야생 염소뿐만 아니야. 운이 좋으면 낙타 떼도 만날 수 있어. 오만은 다른 아랍권 국가들과 달리 야생동물 보존에 힘을 쓰기에 표범, 돌고래, 하이에나, 갑상선가젤 등  다양한 동물들이 서식 중이야.”

아무런 대꾸 없이 그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이제 어디로 갈 계획이야?”

“저녁에 무트라 수크(시장)이 있는 무스카트로 돌아갈 계획이야.”

“좋은 생각이야. 그곳은 오랜 세월 동안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역사적 항구 도시인 무스카트에서 가장 오래된 수크(시장)이야.”

“무트라 수크(시장)이 그렇게 역사가 깊은 곳이었어?”

“당연하지! 오만을 물론, 아랍의 모든 국가들을 통틀어서도 가장 오래된 시장이야. 거미줄처럼 펼쳐진 골목을 누비는 재미를 꼭 느껴봐. 나는 숙소로 돌아갈 하는 시간이야. 좋은 여행 하렴!”

아랍에서 가장 오래된 무트라 시장을 걷다[사진=권동환 여행작가]
▲아랍에서 가장 오래된 무트라 시장을 걷다(사진=권동환 여행작가)

무스카트로 돌아가는 길은 꽤 거리가 있었기에 어둠이 찾아온 뒤에야 무트라 수크(시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라비아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이곳에서는 정교한 금은 수공품, 의류, 액세서리, 향수 등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었다. 물론, 낮에 만난 모리띠가 쓴 머리덮개 '쿠피야'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유독 시선이 갔던 것은 7천 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최고의 유향이었다. 오만의 주요 수출품이자 약재와 향료로 사용되는 유향의 향이 나를 끌어당겼다. 그렇지만 머무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유향을 껌처럼 씹을 수도 있다고 장사꾼은 호객행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낮에 마신 오만의 전통 커피 '카와'로도 독특한 향을 맛보는 것은 충분했기에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미로 같은 무트라 수크(시장)을 돌아다니며 문득 오만이 왜 중동의 스위스라고 불리는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중동 속의 오마니들은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대리석 의자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남자들, 히잡을 쓰고 쇼핑을 하는 여성들, 장사를 하고 있는 동아시아인들, 여행을 온 이방인들로 붐비는 무트라 시장의 모습은 수백 년 전과 다름없었다. 분명 그 시절에도 무역을 위해 많은 나라의 상인들과 현지인들이 뒤섞여 매일을 보냈을 테니 말이다. 민족과 종교 간의 갈등없이 모두가 공존하는 중동의 스위스에서 무탈 없이 다채로운 경험을 한 하루의 끝은 '운수 좋은 날'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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