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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대 기로에 선 ‘트럼프의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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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대 기로에 선 ‘트럼프의 미국’
  • 김주리 미국통신기자
  • 승인 2020.03.30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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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김주리 미국통신기자]
[국제부/김주리 미국통신기자]

"우리는 코로나19에 적응할 준비가 돼 있다"·"건강한 사람들은 회복할 수 있다. 공황을 조장하지 말라"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여유로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을 시작으로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중동, 유럽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할 때도 흔들림이 없었다. 자국 내 첫 사망자가 발생했던 지난 1일에 조차 "공황에 빠질 이유가 없다. 추가적인 환자들이 나올 것 같지만 건강한 사람들은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유의 호탕함(?)까지 선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혹은 그랬기에. 그의 예측 또는 바람과는 달리 현지시간 29일, 미국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 13만 9천675명을 내면서 전 세계 최다 감염자를 보유한 국가 1순위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아수라장'으로 변한 건 아주 짧은 순간의 일이었다. 지난 1월 21일 워싱턴주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3월 19일을 지난 뒤에는 불과 8일새 1만 명→10만 명까지 10배로 확진자 수가 폭증했고,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9일 오후 6시 30분 기준 14만 명에 육박한다. 나흘 만에 1천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총 사망자 수는 이미 2천436명에 이르렀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미국의 심장' 뉴욕주에서는 하루 사이 7천200명이 확진돼 총 5만 9천606명이 감염자로 집계됐고, 이는 지난 25일 3만 명을 돌파한 이후 나흘 만에 갑절로 불어난 수치다. 뉴욕주의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는 965명으로, 전날과 비교해 무려 237명이 늘었다. 

명백히 말해서, 미국은 코로나19의 폭증을 막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의 우한에서 '폐렴' 증상을 보이는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 지난해 12월 말이고, 1월에는 일본과 한국, 태국 등 중국 외 지역으로 감염이 시작됐다. 심지어 1월 21일에는 미국 내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2월 이후부터는 이미 이 지독한 바이러스의 악명 높은 전파력이 세상에 알려졌으며 일찌감치 미국 국무부는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 미국 질병관리센터(CDC)를 포함한 의료전문가들 또한 "향후 미국 내 발생할 수 있는 코로나19 급속 확산의 가능성을 무시해선 안된다"라고 지속적으로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CDC와 전임 정권을 맹비난 하면서 "모든 불필요한 요식 행위가 해결됐다",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호언장담하며,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데드시티'가 되어버린 자국의 상황을 멈출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

위기를 대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도를 넘어서는 고집과 자신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터지면서 탄핵심판대에 오르는 상황에서도, 그는 명백한 증거 앞에 "증언들은 모두 거짓말"이라며 "내가 보장하겠다"라고 큰 소리부터 쳤다. 지난해 9월 바하마를 초토화시킨 허리케인 도리안이 플로리다주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기상청과 전문가의 예측에는 본인이 직접 펜으로 태풍 영향 구역을 그린 지도를 들고 나와 "앨러배마주에까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후 이 마커펜으로 그린 지도에 대한 비난이 폭주했음에도 "잘 모르겠지만 일부 영향은 있을 것처럼 보인다"라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모든 상황에 대한 그의 비정상적인 담대함이, 미국 우월주의를 기반으로 한 '최고의 미국'에 대한 자신감일지(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와 공식 석상에서 '최고 수준의(best)', '매우 강력한(most powerful)', '아주 특별한(very special)' 등의, 정확한 수치가 아닌 추상적인 표현을 곧잘 사용한다), 혹은 선거를 앞두고 터진 국가적인 비상사태를 최대한 축소시켜 소란을 떨지 않음으로써 대선에서의 우위를 점하고 싶은 야욕에서 나온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후자일 수도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꺾일 줄 모르는 고집과 오만함이 적어도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있어서 만큼은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폭증하면서 첫 번째 '셧다운'을 선포한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2주 안에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특유의 자기 과신을 드러냈지만, 지난 29일, 그는 마침내 '셧다운'을 4월 말까지 한 달 더 연장해야 한다고 발표하며 한 발짝 물러섰다.

이미 골든타임은 놓쳤다. 그의 이상인 '최고의 미국'은 안타깝게도 '최고로 많은 전염병 확진자를 보유한 미국'이 되었고, CDC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향후 1~2개월간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경제와 무역의 분야에도 이미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으며 '트럼프의 미국'은 코로나19 조기 진압에 명백히 실패했다. 이번만큼은 오만과 독선을 내려놓고 보건당국과 심도있는 협력을 통해 국가적 재난을 막아야 할 때다. 막강한 전염력을 가진 바이러스에게는 협박도 엄포도 회피도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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