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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기, 영화 '사랑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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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기, 영화 '사랑이 뭘까'
  • 이산 기자
  • 승인 2020.04.01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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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물음은 곧 '관계란 무엇일까'와 같아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 또한 사랑할 수 있다는 공식
주인공 테루코가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확인하다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랑에 대해 다룬 영화나 소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만큼 사랑이란 알기 힘들고, 다루기 힘든 것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영화 '사랑이 뭘까'의 제목은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직설적인 질문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히 깨닫게 되는 점이 하나 있다. 우리는 정말 '사랑'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는가? 사랑을 떠올릴 때, 너와 내가 맺는 관계(關係)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과연 없었던가? 이 영화는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누군가의 애인은 아니었던, 다양한 관계들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주인공 테루코의 관점에서 펼쳐지는 영화의 서사는, 이 다양한 관계들을 자기 스스로 인정하기까지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드러낸다. 

평범한 회사원인 야마다 테루코는 어느 날 간 어떤 파티에서 처음으로 타나카 마모루를 만났다. 그 뒤 마모루는 매주 금요일마다 테루코에게 연락해 같이 술을 마시거나 시간을 보내곤 했다. 테루코는 그런 마모루의 연락을 매주 기다렸다. 예컨대, 영화는 마모루의 급작스러운 연락 하나에 퇴근 후 도착한 집을 다시 박차고 나가는 테루코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테루코는 마모루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의 집을 청소하고, 음식을 해준다. 그런 모습이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마모루는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테루코를 집밖으로 내쫓는다. 

쫓겨난 테루코의 독백(출처=티저 영상 캡쳐)
▲마모루의 집에서 쫓겨난 테루코의 독백(출처=티저 영상 캡쳐(주)엣나인필름)

이 장면까지만 보면 마모루는 '나쁜 사람'이 맞다. 테루코의 친구인 요코의 말처럼 이기적인 남자다. 그러나 마모루는 나쁘지만, 불쌍한 사람이기도 하다. 영화 중후반에 그는 테루코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직업이 좋지도, 잘생기지도 않았어. 그런데 이렇게 못난 나를 너는 왜 좋아해 주지?" 마모루는 이처럼 자존감이 결여된 인물이었으나, 테루코는 대답한다. "그러게 말이야." 그들은 연인 사이가 아니다. 그러나 잠자리를 같이하고 데이트도 한다. 요코는 묻는다. "너희 사귀는 것 맞아?" 테루코의 대답 대신, 다른 장면에서의 마모루가 말한 바를 그대로 옮겨 적는다. "우리는 사귀는 사이가 아닌데, 묘한 관계인 건 사실이잖아." 그들은 연인일까? 친구일까? 이 영화는 아마도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테루코의 친구인 요코를 좋아하는 나카하라는 영화 후반에 이르러 요코를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겠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테루코는 나카하라가 요코에게 인정받지 못해 이를 겁먹고 피하는 것일 뿐이라고 다그치지만, 나카하라는 그 대신 중국의 어느 임금 이야기를 꺼낸다. 신하들이 임금의 잘못을 눈감아주어 아무런 쓴소리를 하지 않자 그 임금은 더욱더 포악해졌다는 이야기다. 이후 나카하라는 "행복해지고 싶어요"하고 웃으며 떠난다.

나 자신을 잃어버리면서까지 누군가를 '사랑'하려는 관계가 결국엔 스스로를 망칠 때, 우리는 과감히 '멈춤!'을 외출 수 있어야 한다. 그 관계가 공식적으로(?) 연인 관계이든, 친구관계이든지 간에 말이다. 내가 나를 잃어버린 상황을, 공교롭게도 상대는 잘도 알아챈다. 마모루가 테루코에게 싫증을 내거나, 마모루의 짝사랑 상대인 스미레가 마모루를 못마땅해하는 것처럼, 그리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듯이 맹목적으로 헌신한 나카와라를 요코가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데이트 중인 테루코와 마모루(출처=티저 영상 캡쳐)
▲데이트 중인 테루코와 마모루(출처=티저 영상 캡쳐(주)엣나인필름)

내가 혹여 그의 연인일지라도, 내 스스로가 그보다는 우선순위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랑'이란, 쌍방 간에 등가물로 교환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짝사랑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비록 나와 그가 애인 사이가 아닐지라도 사랑이란 감정 자체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 모든 철학 속에서 결국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진리는 '나를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그것을 뒤늦게나마 깨달은 테루코는 영화 말미에 이르러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내가 아직도 너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라고 마모루에게 쏘아붙인다. 

"인간은 꽤나 잘 만들어"져서 모든 일들을 잊어버리고는 한다. 내가 그 사람을 왜 좋아했는지, 얼마나 좋아했는지조차도 말이다. 그런데도 분명한 것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시피, 나 자신이야말로 내가 변함없이 좋아할 만한 유일한 대상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그 사이에 타인이 얼마든지 나를 좋아해 줄 수 있지만, 내가 나를 좋아해줘야 하는 일이 필수적으로 선행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내 모습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마땅한 '사랑의 권리'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랑이란, 내 모습을 애정어린 눈길로 바라보는 존중 그 자체를 의미한다. 그것이 나로부터 기인하든, 타인으로부터 시작되든지 상관없이 말이다.

▲영화 포스터(출처=(주)엣나인필름)
▲영화 포스터(출처=(주)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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