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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원한 이별 대신 영원한 기억으로, '부부의 세계' 김희애 주연 영화 ‘윤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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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원한 이별 대신 영원한 기억으로, '부부의 세계' 김희애 주연 영화 ‘윤희에게’
  • 이산 기자
  • 승인 2020.04.09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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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볼 수 없었다고 생각했던 쥰을 오랜만에 만난 후
윤희에게 그는 더 이상 영원한 이별의 상대가 아닌
오히려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현재 삶의 버팀목이 되다

윤희는 고등학교 3학년인 딸, 새봄을 홀로 키우는 중년 여성이다. 이혼 후, 공장에서 급식을 제공하며 생계를 꾸려나가던 그는 어느 날 일본에서 온 편지 한 통을 받는다. 발신인은 쥰, ‘윤희에게’로 시작되는 편지는 그가 새봄과 함께 일본의 어느 눈 내리는 마을로 떠나도록 이끌었다. 그곳에서 윤희는 오랜 친구, 쥰과 재회하게 된다. 

윤희와 쥰은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오랫동안 함께 보냈던 사이였다. 그러나 윤희가 쥰에게 헤어짐을 통보한 뒤, 쥰은 일본으로 돌아가고, 그 뒤 둘 사이의 연락은 끊기고 말았다. 오랜 이별의 시간 동안 윤희는 어느새 웃음을 잃어갔고, 쥰은 윤희의 꿈을 자주 꾸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다시 만나려 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의 죽음과도 같은 이별이었다.

쥰의 편지를 받고 옛 사진들을 찾아보는 윤희(출처=네이버 영화)
▲쥰의 편지를 받고 옛 사진들을 찾아보는 윤희(출처=네이버 영화)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을 맞닥뜨리면, 우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상실감에 빠지게 된다. 왜냐하면 더 이상 상대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비록 윤희와 쥰은 죽음 때문은 아니었으나 둘 다 여성이었다는 이유로, 그리고 먼 곳에서 떨어져 지낸다는 까닭으로 다시 만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이는 마치 영원한 이별과도 같았다.

다른 사람으로는 도저히 대체할 수 없는 ‘그’가 사라질 때, 우리는 부재에만 집중하기 쉽다. 그리하여 무기력함을 느끼거나 우울한 기분에 잠기기도 한다.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할 수도, 그럴 용기도 생기지 않는다. 이러한 침체 상태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가 돌아오거나, 그를 다시 만나는 것 밖에는 없다.

하지만 그의 딸 새봄과 쥰의 고모 덕분에 윤희는 기적적으로 쥰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세상을 떠난 사람이 살아 돌아온 것과도 같은 기적이 그에게 펼쳐진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후반부에서 그 후 윤희와 쥰이 다시 예전처럼 자주 만나거나 일상을 보내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윤희의 얼굴에는 확실히 전보다 미소가 많아졌다. 

쥰과 윤희의 재회(출처= 네이버 영화)
▲윤희와 쥰의 재회(출처= 네이버 영화)

이는 곧 윤희가 굳이 쥰을 다시 보지 않거나 못 본다 하더라도, 그가 언제나 윤희의 마음속에 살아있었음을 마침내 깨달았다는 영화적 표현이 아닐까? 사실은 마음속에서 언제나 함께였던 그의 존재를 깨달으며 쥰에 대한 상실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지난날을 극복하게 된 것이다. 쥰과 재회한 뒤, 과거 윤희가 느껴온 그의 충만한 존재감을 새롭게 발견하면서 말이다. 

누군가와 멀리 떨어져 있거나, 혹은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되었을 때, 우리가 그래도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방법은 그와 지냈던 시간들을 반추하는 일이다. 그랬을 때, 우리는 영원한 이별을 영원한 기억으로 바꾸어 지금은 다소 쓸쓸할 수 있는 시간들을 버틸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윤희는 비록 쥰을 다시금 만나지 않게 되었지만, 그리고 물론 쥰이 여전히 그립겠지만, 동시에 음식점을 차리고 싶다는 미래의 소망 또한 지닐 수 있게 된 것이다.

윤희는 죽음과도 같은 영원하고 절대적인 이별에 과거 아파했지만, 그와 재회하는 것만큼이나 생생한 머릿속 기억들로 다시금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이력서를 내기 위해 찾아간 음식점 앞에서 머뭇거리던 그는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단조롭고 더 이상 변할 것 같지 않던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위해 용기 낼 수 있게 된 윤희. 그리하여 윤희에게 삶은 이제 조금은 살아갈 만한 것이 되었다. 

쥰과 만난 이후, 이직을 준비하며 이력서를 작성하는 윤희(출처=네이버 영화)
▲쥰과 만난 이후, 이직을 준비하며 이력서를 작성하는 윤희(출처=네이버 영화)

우리에게도 삶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기억들이 있다. 비록 물리적인 거리가 있을지라도,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 만큼은 생생하게 남아 우리가 여생을 보내게 도와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해준다. 주인공들의 맺히는 눈물들 사이에서 얼마나 그들이 감정에 버거워했왔을지가 그대로 느껴진다. 슬퍼하되, 절망하진 말자. 왜냐하면 잃어버린 것들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생생한 모습으로 잔존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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