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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박보미 칼럼] 와인&클래식- 휴식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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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박보미 칼럼] 와인&클래식- 휴식이 필요할 때
  • 박보미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25 09: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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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freeqration
▲(출처/freeqration)

간편하고, 신속함을 추구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나도 모를 피로감을 느끼는 일이 생기고는 한다. 또한 바쁘게 이리저리 치이며 지내는 생활 속에서 대인관계에 대한 부담을 갖기도 하고, 단순하며 여유 있는 나만의 시간에 갈증을 느끼는 모습들을 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간편한 것이 또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복잡함으로 다가오는 일이 있고, 누군가에게 지루함이 또 누군가에게는 여유 있는 편안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가끔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Saëns)의 <동물의 사육제-Carnival of the Animals>라는 실내악(chamber music)1)곡 을 듣는다. 생상스는 후기 낭만(19세기 말-20세기 초) 프랑스 작곡가로 2009년 김연아 선수의 월드 챔피언십 쇼트프로그램 BGM으로 사용되었던 <죽음의 무도>의 작곡가이다.

<동물의 사육제>는 열네 개의 짧은 악장으로 그의 친구가 주최하는 사육제 카니발에서 연주하기 위해 만들어진 곡으로, 동물을 유머러스하고 풍자적이게 묘사하여 작곡하였으며 연주되었다. 지인들과 즐기는 음악으로 만들어져 생상스 생전에는 출판되지 않았던 곡이다. 요즘은 아이들에게 유익함과 흥미 유발을 위해서 교육자료로 사용되는 음악이기도 하다.

한 곡 한 곡 들어보면 사자, 거북이, 캥거루 등 동물의 몸짓을 상상해 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 오케스트라(orchestra) 구성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와 그 특징을 들을 수 있고, 다른 작곡가들의 곡을 편곡하여 중간 중간 삽입해 마치 곡에 숨은 또 다른 명곡 찾기를 해 볼 수 있는 관현악 베이식(basic)에 아주 유익한 곡이다.

 

출처/Pexels
▲(출처/Pexels)

피아니스트로서 즉흥 연주의 대가였던 생상스의 명성에 걸맞게 피아노의 글리산도(glissando)2) 연주로 사자가 포효(咆哮)하는 장면과 콘트라베이스(contrabass)3)로 뒤뚱뒤뚱 걷는 코끼리를 표현한 건 필자가 가장 재미있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렇게 음악을 듣는 그 자체로 마치 사파리 구경을 하며 신기하고, 즐거운 상상으로 다른 생각들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덕분에 플레이 리스트에 담아두고 머릿속을 비우고 때 종종 찾아 듣고는 한다.

7번에 수록된 수족관(Aquarium)은 다른 재미있는 동물 곡과 달리 상당히 신비하면서도 몽환적인 곡이다. 2대의 피아노가 아르페지오4)(arpeggio) 연주와 플루트의 맑고 생동감 있는 연주가 깊은 바닷속의 반짝이며 고요한 물결을 표현하고 있다.  이 연주는 마치 바다 깊은 곳의 아름다움과 차분한 우아함을 눈 앞에 선명하에 그려주는 듯 하다.

필자가 와인을 접하기 시작하고, 이 곡을 다시 들었을 때 부드러우면서도 입안을 담백하게 해주는 화이트 와인을 마시는 상상을 했다. 가끔 이런 상상을 실천하며, 또 다른 재미를 찾기도 한다.

 입안 푸릇푸릇하고 청량한 화이트보다는 바닷 속 깊은 곳의 고요한 물결 같은 부드러움과 강하지 않은 잔잔함이 느껴지는 와인, 개인적으로 선택했던 기준이 있다면 이번엔 산미가 도드라지지 않는 미국 화이트 와인이 주가 되었다. 따뜻한 기후에서 자란 샤르도네( Chardonnay)5)라면 초보자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강하지도 않으면서 산도의 거부감도 없는 와인으로 목 넘김이 부드러워 위의 음악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충분한 조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한 휴식을 취하는 속에서도 어떠한 의미나 그때의 감정을 남겨두길 원하는 욕구 또한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 이 시대의 사람들의 현상이기도 하다. 간편하지만 흔하지 않은 것을 원하는 현상, 사회에 뒤처지고 싶지 않지만 같이 가기엔 너무 버겁기도 한 현실. 이 속에서 본인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언지 무엇을 위해 가고 있는지 잠시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평안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삶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거세고, 멋지기도 한 바다 위 파도와 물결과는 달리 언제나 고요하고 잔잔한 깊은 물속에서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그리는 멋진 관경을 안주 삼아 나만의 시간을 갖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심신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져 보길 바란다.

<각주>

1) 실내악:2~10명으로 연주되는 기악합주곡. 합주와는 다른 더 섬세하고 친밀한 성격이 특징.

2) 글리산도:높이가 다른 두 음 사이를 급속한 음계에 의해 미끄러지듯이 연주하는 방법.

3) 콘트라베이스: 바이올린족에 속해 가장 낮은 음역을 지녔으며 모든 악기 중에서도 최저음역용 악기.

4) 아르페지오: 화음의 각 음을 연속적으로 차례로 연주하는 주법.

5) 샤르도네: 부르고뉴 백포도주를 만드는 대표적 포도 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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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2021-10-28 23:42:55
글을 읽으며 바로 곡을 검색해 들어 보았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알고 들으니 동물들이 눈앞에 하나하나 그려지네요~ 정말 재밌게 읽고, 제목처럼 아무생각없이 쉬는 시간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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