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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와인 칼럼] 연인들의 와인, '피노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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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와인 칼럼] 연인들의 와인, '피노누아'
  • 이지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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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과 가장 어울리는 과일과 꽃향기 가득한 와인
- 한 모금만으로 추억을 소환하는 '프루스트 효과'
- 전 세계 가장 고가의 와인을 만들어 내는 품종
▲ 연인들이 자연속에서 피크닉 와인을 즐기고 있다. (출처/ 핀터레스트)
▲ 연인들이 자연속에서 피크닉 와인을 즐기고 있다. (출처/ 핀터레스트)

5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 모란의 계절이며 싱그러운 생명력이 찬란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달’이라고 시인이자 수필가인 피천득 작가는 말했다. 비록 봄 햇살이 무색할 정도로 어려운 봄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이지만 원래 5월은 봄을 맞이한 생명이 피어나는 역동적인 달이다.

또한, 장미가 꽃망울을 아름답게 피우고 많은 축제와 기념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줄지어 있는 축제의 달이기도 하다. 이런 5월을 맞는 가족과 연인들을 위해 너무나 매력적인 와인을 추천하려 한다.

화사하게 피어나는 5월과 가장 어울리는 와인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주저 없이 ‘피노누아’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꼽겠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와인의 귀착점이라 일컫는 품종이 바로, 피노누아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알려진 ‘로마네 꽁띠’라는 명품 와인을 만드는 품종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 다른 레드 와인 양조용 품종들보다 빛깔이 맑고 붉은 피노누아 품종 (출처/ 디자인더끄)
▲ 다른 레드 와인 양조용 품종들보다 빛깔이 맑고 붉은 피노누아 품종 (출처/ 디자인더끄)

피노누아는 와인이 지닌 고유의 색감부터 싱그럽고 사랑스럽다.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쉬라즈 같이 널리 알려진 레드 와인 품종들이 검붉거나 짙은 보라색을 띤다면 피노누아는 딸기같이 선명하고 투명한 붉은빛을 띠는 품종이다.

보통 와인은 그 빛깔에 따라 유사한 향이 난다. 실제로 피노누아는 딸기, 체리, 라즈베리같이 상큼한 붉은 과일 향들이 지배적이며 마셔갈수록 달콤하게 변해간다. 와인을 흔히들 향으로 마시는 술이라 표현하는데 피노누아야말로 향으로 마시는 대표적인 품종이다.

또한 앞서의 상큼한 과일 향, 우아한 바이올렛 꽃 향뿐만 아니라 짐승같은 아로마도 뿜어내는 ‘야누스’ 적인 면모를 보이는데 몇 개월에서 몇 년 동안 숙성되어가며 동물의 가죽, 흙 향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Marcel Proust 는 홍차에 마들렌 과자를 적셔 한입 베어 문 순간 펼쳐진 고향의 기억들을 시작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했다. (출처/ Olorymemoria)
▲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Marcel Proust 는 홍차에 마들렌 과자를 적셔 한입 베어 문 순간 펼쳐진 고향의 기억들을 시작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했다. (출처/ Olorymemoria)

연인이 함께 한다면 어떤 술이든 좋지 않을까 싶지만 소주나 맥주보다는 와인을, 와인을 마실 거라면 다른 품종보다 피노누아를 연인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다. 마시는 동안은 물론이거니와 마신 후에도 향이 오래 지속되는 품종으로, 프루스트가 마들렌을 베어 먹고 고향에서의 기억이 펼쳐졌듯이 그 순간이 피노누아 향으로 그들의 기억 속 한편에 남을 것이다.

또한, 와인을 마시고 난 후 치아와 입술에 검게 착색되는 바디감이 무겁고 진한 색의 레드 와인들보다 상대적으로 가볍고 색상이 밝은 피노누아는 민망하게 입가에 남는 경우도 드물다. 나를 어필하고 싶은 자리라면 오징어 먹물 파스타와 진한 레드 와인은 조금 지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 피노누아 품종은 클론에 따라 다르지만 작고 촘촘한 알맹이가 맺힌다. (출처/ thienpontwine)
▲ 피노누아 품종은 클론에 따라 다르지만 작고 촘촘한 알맹이가 맺힌다. (출처/ thienpontwine)

피노 Pinot 누아 Noir, ‘검은 솔방울’이라는 이름을 지닌 이 화사한 품종은 작은 포도 알맹이가 촘촘히 모여 한 송이를 이루고 껍질이 얇아 떫은 맛과 입을 마르게 하는 느낌을 선사하는 타닌 성분도 많지 않다. 물처럼 입안에서 매끄럽게 넘어가는 부담스럽지 않은 맛을 지녔고 대표 산지인 프랑스 부르고뉴의 피노누아는 산도가 높아 음식과 먹을 때 식욕을 돋우어 주는 식욕촉진제 같은 역할도 수행한다.

피노누아 품종으로 가장 유명한 산지를 꼽자면 단연 프랑스의 부르고뉴 Bourgogne이다. 보르도와 더불어 프랑스의 양대 와인 산지로 불리는 부르고뉴는 피노누아로 만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들의 산지이다.

부르고뉴의 와인 생산자들은 피노누아 품종을 땅의 메시지를 대변하는 품종으로 여긴다. 피노누아의 투명한 품종적 특성이 부르고뉴의 떼루아를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부르고뉴 대표적인 프리미엄 피노누아 와인 산지, 본 로마네의 '도멘 조르주 뮈네레 지부르, 본 로마네' Domaine Georges Mugneret-Gibourg, Vosne-Romanée (출처/ sommselect)
▲ 부르고뉴 대표적인 프리미엄 피노누아 와인 산지, 본 로마네의 '도멘 조르주 뮈네레 지부르, 본 로마네' Domaine Georges Mugneret-Gibourg, Vosne-Romanée (출처/ sommselect)

애호가들이 환호하는 부르고뉴 내의 대표적인 피노누아 생산 마을로는 즈브레 샹베르땅 Gevrey Chambertin, 샹볼 뮈지니 Chambolle Musigny, 본 로마네 Vosne Romanee, 뉘 생 조르주 Nuits St.Georges 가 있다.

앞서의 본 로마네가 바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라 알려진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DRC)’의 ‘로마네 꽁띠’ 와인의 생산지이다. 빈티지(포도가 생산된 연도)에 따라 다르지만 국내에서도 한 병에 이천만 원 정도에 거래되는 명품 와인이다. 워낙 소량 생산되며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가격대에 거래되기에 이 피노누아 품종 100%로 만드는 와인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드림 와인’이다.

부르고뉴 외의 산지로는 미국의 오레곤(Oregon)주와 가장 대표적인 미국의 산지인 캘리포니아가 있으며 독일, 뉴질랜드 또한 각 산지의 특징이 잘 살아있는 개성있는 피노누아 와인을 만들고 있다.

▲ 미국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에서 생산되는 '월터헨젤, 노스슬로프 빈야즈 피노누아 Walter hansel, the north slope vineyards pinot noir ' (출처/ winebid)
▲ 미국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의 러시안 리버 밸리에서 생산되는 '월터헨젤, 노스슬로프 빈야즈 피노누아 Walter hansel, the north slope vineyards pinot noir ' (출처/ winebid)

 

 

▲ 미국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에서 생산되는 '월터헨젤, 노스슬로프 빈야즈 피노누아 Walter hansel, the north slope vineyards pinot noir ' (출처/ winebid)
▲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리스 빈아드, 산타크루즈 마운틴 피노누아 Rhys vineyards, santa cruz mountain pinot noir' (출처/ vivino)

와인 초보자들에게는 캘리포니아와 오레곤 지역의 피노누아 와인을 추천한다. 일조량이 좋고 부르고뉴보다 따뜻한 기후에서 자라는 피노누아는 훨씬 달콤하고 진한 붉은색 과일향이 강하다. 마치 농축된 딸기나 체리즙의 향을 맡는 듯하며 타닌이 부드럽게 잘 익고 바디감이 상대적으로 무거워 편하게 즐길 수 있다.

피노누아는 여타의 품종들보다 맛이 강하고 자극적이거나 진하지 않다. 어떤 강렬한 품종들이 첫모금부터 자기의 매력을 강하게 과시한다면 피노누아는 섬세한 풍미를 은은하지만 오래도록 꽃피워 질릴 겨를이 없게 만든다.

마치, 첫인상부터 자기를 강하게 어필하는 사람이 전자라면 알수록 깊은 매력을 쉴 새없이 뿜어내는 사람이 후자, 피노누아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5월에는 연인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은은한 매력의 피노누아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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