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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와인 칼럼] 코로나19가 와인에 끼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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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와인 칼럼] 코로나19가 와인에 끼치는 영향
  • 이지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10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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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기적절한 와인 스마트오더와 ‘홈술’ 문화의 확산
- 부르고뉴의 그랑크뤼 와인이 병원 직원들을 위한 기부금으로..
- 프랑스의 와인들, 손 소독제가 되다.
▲ 집에서 화상통화를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와인을 즐기고 있는 여자_일러스트레이션(출처/ Freepik)
▲ 집에서 화상통화를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와인을 즐기고 있는 여자 일러스트레이션(출처/ Freepik)

코로나19의 불안감으로 인해 ‘알코올이 코로나를 예방해준다.’를 비롯해 여러 증명되지 않은 루머들이 생겨났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 루머로 인해 주류 판매량이 실제로 증가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확실한 것은 주점이나 식당에서 즐기던 술이 이제는 집에서 소소하게 즐기는 ‘홈술’ 문화가 되어 일반 소매점이나 대형마트에서의 와인 판매량은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모임이나 외부 활동이 줄어들며 전 세계적으로 와인 판매량은 크게 하락했고 특히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최대 와인 산지이자 소비국들에 3월 중순부터 외출금지령이 내려진 것은 가장 큰 타격이 되었다. 와인의 최대 소비처인 음식점과 주점은 문을 닫았고 모임이 없어지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와인 소비도 줄어들게 된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해부터 프랑스 와인을 비롯한 EU 생산 식품들에 부과하기 시작한 무려 25%의 징벌적 관세는 최대 와인 수입국 중 하나인 미국으로의 수출도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 대표와인산지인 프랑스 부르고뉴의 '꼬뜨 드 본' 내의 와이너리 셀러 모습 (출처/ Beaune-Tourism.com)
▲ 대표와인산지인 프랑스 부르고뉴의 '꼬뜨 드 본' 내의 와이너리 셀러 모습 (출처/ Beaune-Tourism.com)

그리고 얼마 전, 기사에서 접한 소식은 이해가 되는 동시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프랑스 와인 생산자들의 셀러는 보관 중인 와인으로 넘쳐났고 그들은 새로이 생산될 와인을 보관할 여유를 확보해야만 했다. 또한, 줄어든 와인 소비 대신 손 소독제와 소독용 에탄올의 수요는 크게 늘어나는 현 시국에 그들이 내린 답은 하나였다.

프랑스 농수산업진흥공사와 와인 생산자들이 판매되지 못한 와인들을 손 소독제와, 에탄올로 바꾸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다. 증류된 알코올들은 제약 회사와 화장품 업계에서 손 소독제로 생산하기로 했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술을 생산하는데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에 동참하여 이탈리아에서도 그 뜻을 함께 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으며 스페인의 일부 와이너리들 또한 이미 손 소독제를 생산해오고 있다.  

▲ 코로나 19로 인해 생활필수품이 된 손소독제와 마스크 (출처/ BBC)
▲ 코로나 19로 인해 생활필수품이 된 손소독제와 마스크 (출처/ BBC)

약 500명의 부르고뉴 와인 생산자들은 지역 병원의 직원들에게 기부하기 위해 부르고뉴의 최고의 와인인 그랑크뤼와 프리미에 크뤼 급의 와인을 포함한 와인 3,000병을 기증하여 경매에 부쳤다. 지난 4년간 부르고뉴 와인 시장의 사정을 아는 이들이라면 이 결정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 수 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우박, 서리, 가뭄 등으로 큰 피해를 입어 생산량은 반토막 났으며 어떤 생산자는 4년동안 오직 한 해만 온전한 수확이 가능했다고 한다. 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열광하는 샴페인 생산 지역은 판매량이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해 와인 산업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최대 와인 수입국 중 하나인 중국의 세관에 따르면 와인 수입량은 30% 대로 줄었으며 코로나로 인한 인력난과 물류대란으로 2020년 1~2월 수입한 와인들이 들어있는 컨테이너들이 처리되지 못하고 밀리면서 와인들이 손상되는 일도 발생했다고 한다. 

▲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 한 와이너리의 한산한 모습, 마스크를 쓰고 와인을 시음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출처/ Forbes)
▲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 한 와이너리의 한산한 모습, 마스크를 쓰고 와인을 시음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출처/ Forbes)

단순히 소비가 줄어드는 것도 큰 문제지만 와인 박람회와 같은 행사들이 취소되는 것도 큰 영향을 끼친다. 많은 와이너리들이 기업이나 개인 고객과 만나기 위해 와인 박람회를 기회로 삼기도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그들의 와인을 알리고 거래를 도와줄 경로가 없어진 것이다. 국내에서도 매년 진행되어 온 여러 와인 관련 행사가 취소되며 크고 작은 와이너리가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대신에 스마트한 와이너리는 와인 판매를 증가시키기 위해 SNS, 광고, 전자상거래 등 디지털 홍보에 투자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 문화와 시기적절하게 일부 허용된 주류 온라인 판매는 와인 주류 매출을 차츰 증가시키는 추세이다. 

요즘에는 편의점의 앱으로 와인을 주문하고 가까운 편의점에서 픽업이 가능한 서비스가 생겼다고 해서 한 편의점의 앱으로 와인을 주문하고 수령까지 해봤다. 참 편하고 별 세상이라, 와인이 생활에 더 깊게 들어올 날이 멀지 않았구나 싶었다. 

 

▲ '집에서 와인한잔! Stay home, drink wine',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소비되는 와인량은 증가됐다.(출처/ 핀터레스트)
▲ '집에서 와인한잔! Stay home, drink wine',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소비되는 와인량은 증가됐다.(출처/ 핀터레스트)

비록 지금은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와인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지만 편의점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와인 수입업체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멀지 않아 그 범위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예상도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편의점 한쪽에도 문화공간이 생겨 와인강의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도 상상해봤다.

유럽에서는 "사람들은 좋은 날에 와인을 마시고, 힘든 날에도 와인을 마신다."고 말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답답하고 억눌린 생활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건강을 위해 음주를 권장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종일 쓴 마스크와 집안에서의 생활이 답답하다면 조용히 방해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홈술’ 정도는 나를 위해 주는 상으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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