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이 좋지 않은
-무장군인들이 경계하는
중동의 파리라고 불리는 레바논은 이스라엘과 시리아 그리고 지중해에 둘러싸인 나라이다. 아랍 국가들과 분쟁이 잦은 외교 때문에 한국인은 레바논의 육지 국경을 넘을 수 없다. 입국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는 항공편뿐이다. 레바논의 입국심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조건이 까다로운 다른 아랍 국가들과 달리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 레바논의 출입국 기록이 있더라도 이스라엘을 입국할 수 있지만 레바논은 이스라엘의 출입국 기록이 있으면 절대 입국을 허가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잦은 분쟁이 원인이다.
아랍에미리트를 경유하여 방문할 수 있는 레바논의 베이루트 국제공항은 택시로 가득하다. 버스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이다. $1~2로 미니밴을 탑승하여 시내로 갈 수 있지만 목적지와 정반대인 엉뚱한 곳에서 내려줄 위험이 높았다. 안전하게 숙소로 도착하기 위해서는 산타클로스마냥 턱수염을 기른 사내들의 호객행위에 이끌려 택시를 탑승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레바논의 첫인상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한 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의 인상이 그 나라의 얼굴이 되어주는데 레바논의 경우는 택시 기사의 바가지요금이 문제였다. 그와 말다툼을 벌인 장소는 숙소 입구의 주차장에서였다.
분명히 $15에 흥정을 했지만 도착한 뒤엔 $20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혹시라도 생길 위협이 두려워서라도 말다툼은 이내 타협점을 찾는 방향으로 흘러갔고 $18를 손에 쥐여주었다. 레바논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사소한 문제로 기분이 상하니 괜히 레바논에 대한 인상만 나빠졌었다.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내기 위해 숙소에 짐을 푼 뒤 곧바로 거리로 나왔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유럽풍의 건물들로 사이로 철조망과 장애물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을뿐더러 군인들이 총을 든 채 경계를 서고 있기 때문이다.(20세기 초반 레바논은 프랑스의 위임통치령이었기에 유럽식의 건물들이 많다)
레바논이 평화로운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걷고 걸을수록 전쟁의 상흔을 찾아볼 수 있었다. 벽면에 남겨진 총알 자국과 폭탄으로 인해 붕괴된 건물들이 그러한 흔적이었다. 수십 년 전에 일어난 한국전쟁으로 한국이 얼마나 아팠는지 알기에 불안해 보이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레바논인들의 삶이 가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전쟁의 상흔이 가득한 레바논(2)는 8월 3일에 계속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