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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온유 유아교육 칼럼] 30번째 이야기) 아이야, 너 자체가 기쁨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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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온유 유아교육 칼럼] 30번째 이야기) 아이야, 너 자체가 기쁨이란다.
  • 윤온유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25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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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약간의 문제가 있어요... 어쩌지요?"

▲우리가 말하는 문제,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걸까? (출처/픽사베이)

한 할머니가 상담을 왔다. 어떤 문제가 있느냐 물었더니, 아이가 똑똑하긴 하지만 잘 먹지 않고 과자만 먹고, 5살인데 말도 안 트이고, 배변도 못 하고, 소리 지르고 잘 걷거나 뛰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냥 웃기만 하고 말로 표현을 못 하니 소리를 내면서(동물 울음소리같이) 자기감정과 욕구를 표출하다가 더 어려운 일이 생길 때는 눈물을 터트리는데, 그 울음의 정도가 매우 심해 부모님도, 선생님도 힘들어하는 상황이라 하였다.
특히 다른 어린이집에 있다가 아이가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입소했다가도 민원에 의해 퇴소해야 하는 상태까지 가게 되었다.

일단 아이의 상태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방문해 달라고 부탁하였고, 그 이후 부모님, 아이와 2번째 만났다.
아이는 말한 그대로 5살인데 기저귀를 차고 있었고, 배변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 부모님은 아이를 데리고 놀이, 인지, 언어 치료를 동시에 받고 다녔다. 아이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는 계속 눈시울이 붉어졌고, 원에 다니거나 기관을 다닌다는 것은 이미 포기 상태라 하였다.

▲아이들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들의 눈빛을 보고 두려워 하는 부모님의 모습에 눈치 보는 것이다. (출처/픽사네비)

부모님께 물어보았다.

"아이를 사랑하시나요?"
"네, 당연하지요."
"그러면 누군가가 부모님께 아이가 이상하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요?"
"사랑하지만 걱정됩니다."
"놀이터에 갔을 때 다른 아이들이 다가오면 어떻게 하시나요?"
"데리고 놀이터를 나가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왜요?"
"아이가 피해를 줄까 봐요.. 혹시 아이가 다치기라도 할까 봐.. 아이들이 너 왜 말 안 해? 하면서 물어보면 아이가 놀랄까 봐.."

다시 물어보았다.
"아이가 상처받을까 두려우신 거예요? 아니면, 아이를 보는 눈빛에 부모님이 상처받는 게 두려우신 거예요?"

어머니는 그 말에,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리셨다.
한참을 우셨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 진정되신 후
"네, 아마도 아이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상처받을 제 모습과 아이에 대해 걱정하면서 실망하고 화가 나는 제 모습에 두려웠던 것 같아요..."
"어머니, 아이들은요, 백만 명의 아이가 우리 엄마를 보고 이상하다 하면 그 백만 명의 아이들과 싸웁니다. 우리 엄마 엄청 좋아~! 하면서 싸워낼 수 있어요.
엄마를 믿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우리 아이를 백만 명도 아니고, 백 명도 아니고 지나가는 사람, 한번 보고 말 사람의 눈빛과 또 지인이라고 하면서 자기 아이와 비교하며 위로받는 한두 명의 사람들에게 받는 부정적인 이야기와 눈빛에 그 사람들의 생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걱정하며 아이에게 화를 내고, 아이를 보는 사람들의 눈빛에 눈치를 봅니다.
아이들은 알고 있어요. 아무리 몰라도, 우리 엄마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람들 앞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지켜주는지 보고 있습니다.
정말 사랑하신다면, 우리 아이가 그 존재 자체만으로 기쁨이라고, 어떤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라고 이야기해 주시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게 어떨까요?
저희 원에서 아이와 함께 시작해 주시면, 그 어떤 말과 눈빛과 이야기에도 흔들림 없이, 저희 원에서 하는 흐름대로 함께 해주신다면, 저는 이 아이가 우리 원에 다녔으면 합니다."

▲아이 존재 자체로 기쁠 수 있다면, 아이로 인해 상처받을 자신의 모습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 출처/픽사베이 )

우리 원에 오려면 차로 아침마다 50분 거리를 와야 한다. 어린이집 차량도 아니고 부모님의 개인 차량을 이용해서 와야 하기에 하루 이틀도 아니고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어머님은 자신의 모든 직업을 잠시 내려놓고 우리 아이를 위해 2년 동안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올인하였다. 놀이터에 가서도 도망치지 못하게 하였다.

아이들이 "아줌마~ 왜 이 아이는 말을 못 하고 이상한 소리 내요?"라고 물으면

"응~ 우리 친구는 아직 말을 못 배웠어~ 그런데 눈빛과 행동으로 이야기를 해~ 우리 친구들이 우리 아이에게 예쁜 말을 가르쳐 주겠니?"라고 대답하도록 유도하였다.

모든 언어를 아이를 존중하는 언어로 바꾸고, 모든 환경이 아이를 이해하는 환경이 되는 시작이 부모님의 언어이고, 그 언어를 이어 우리 원에서도 다른 아이들이 이 아이를 돕는 것에 보람과 기쁨을 느끼며, 아이도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식습관도 모두 바꾸었다. 처음 상담 오셨던 할머니가 슈퍼마켓을 운영하셨는데, 부모님이 직장을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고 계시면 자동으로 과자를 주었고, 그 아이는 과자가 아예 주식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영유아 시기에 과자는 뇌 활성화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실제로 건강한 식단을 먹은 아이들과 인스턴트 음식을 먹은 아이들의 뇌의 시냅스 효과는 매우 큰 차이를 나타냈으며 아이들의 정서 조절 능력 또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또한 치아 구조가 형성되는 시기에 사탕과 초콜릿, 과자들은 아이들의 구강과 치열을 잡아주는 잇몸 건강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 어린 나이임에도 임플란트를 하는 아이들이 늘어날 만큼 주의해야 할 식품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매우 강력하게 아이가 바른 식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모든 가족이 환경적으로 도와주어야 함을 강조하고, 극단적으로는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야 하고 보호받아야 할 보호권과 생존권을 위배하는 학대로까지 간주하며 올바르지 못한 식습관을 바꾸도록 점검하고 관리하였다.

밥만 보면 도시락을 던지고, 소리 지르고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막으면 행동 조절이 되지 않았고, 배변 활동도 되지 않아 기저귀를 빼고 있으면 변을 아무 데나 보고 화장실 벽면에 바르고 있었던 이 아이, 소리 지르고 질서를 잡지 못했던 이 아이가 선생님의 눈물 어린 보호와 부모님의 정성과 아이들의 도움으로 밥을 먹기 시작하고, 스스로 눈치를 보면서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기도 하며 어떤 날은 배변을 보고 싶을 때 화장실을 보고 가기도 하는, 자기 조절 능력이 조금씩 향상되어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주 작은 변화라도 하나하나 놓치지 않았고, 치료센터에서 보지 못하는 발전되어 가는 모습을 원에서 포착하여 부모님께 전달함으로써 치료센터에서도 우리 아이가 변화되어 가는 속도에 호흡을 맞춰 진행해 주도록 유도하였다.

아이는 2년 동안 한 선생님에게 지속적인 케어를 받으면서 자주 바뀌는 환경과 주 양육자와의 애정이 결핍된 상태였던 아이가 오랜 시간 자신에게 변함없이 함께하는 선생님에게 믿음을 가지게 되었고, 그 선생님의 말씀에 행동을 수정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기대보다, 아이는 더 큰 변화를 선물해 주었고, 아이는 그다음 해에 장애인 전담 어린이집에서 전문적인 케어를 받으며 더욱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이 부모님은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며 원에서 아이가 도전할 수 있는 시작이 되었음을 항상 기억하시면서 아이가 자라나는 모습을 공유해 주었다.

이 아이를 보면서, 나는 한 사람이 생각났다.

발달장애를 겪는 아이에게 교육 차원으로 달리기를 가르쳤던 어머니, 이 어머니는 평소에 "형진이 다리는 백만 불짜리야, 몸매는? 끝내줘요~"라며 항상 아이를 존중하고 칭찬하였다. 이 아이는 2001년 3시간 이내 수준급 기록으로 마라톤 풀코스 도전에 성공했고 2002년 8월에는 비장애인을 통틀어서도 대한민국에서 최연소로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했다. 이 모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바로 5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발달장애아(자폐아)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다. 바로 배형진 씨다. 지금은 악기 부품 조립회사에 다니며 사회생활을 익히고, 달리기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한다.

모두가 우리 아이를 이상하다 하더라도, 우리 자신이 우리 아이를 보며, "너는 너 존재 자체가 기쁨이야…."라고 말해줄 수 있다면 아이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온 세상이 우리 아이가 문제 있다 하더라도, 우리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에게 문제는 문제가 아니고, 새로운 도전의 기회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아이는 모든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아이였다.

▲처음 우리 아이와 만난 그 기쁨, 그대로 우리 아이를 보며 "너는 기쁨 그 자체란다" 라고 이야기 해주자. 아이에게는 이 세상 누구보다 기쁨을 찾는 시간이 될 것이다. ( 출처/픽사베이 )

밖에서 친구들과 싸우고 들어오고, 선생님께 혼나서 들어오고, 이유 없는 문제들로 억울한 일을 당해도 집에 돌아와서 다시 쉼을 얻고 나갈 수 있는 것은 나를 보며 그저 자녀라는 이름으로 힘을 주고, 내가 잘못했어도 일단 먼저 편이 되어주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를 부르는 자체로 우리는 "내 편 있다~!"라는 당당함이 있었고, 먼저 우리의 의견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 주시려는 부모님의 모습에 내가 잘못한 상황이어도 들어준 것만으로 마음이 풀려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문제를 해결해갔던, 우리는 모두 아이였다.

내가 어떤 아이였건 관계없이 우리의 존재가 부모님에게 기쁨이었다.
그런 부모님에게 기쁨이 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우리에게 있었고, 우리 앞에서 우리는 보는 아이들에게 있는 마음이다.
나를 사랑하고 부모님에게 기쁨의 존재이길 바라고 그래서 잘한 것만 말하고 싶은, 부모님이 나를 보고 실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우리 아이들에게 다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누가 어떤 말을 하든지, 물론 아이의 행동을 수정하기 위해 하는 좋은 조언은 참고하되 그냥 다른 행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장애를 조금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또는 다른 문화권에 있거나 일반적인 가정과 다른 환경에 있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이상한 눈빛을 보내며 어설픈 위로와 함께 아이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으로 이야기한다면 눈치 보거나 도망치지 말고, 인정하지 말고, 아주 정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다운증후군의 아들을 낳은 에벨리나 블렌다스라는 여배우는 마흔아홉이 되어 임신하게돼 너무나 기뻤지만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과 세상의 이야기들에 맞서 싸워야 했다. 그런데 아들에 대한 비난을 참지 않고 방송 중에도 자기 아들을 비아냥거리며 흉봤던 방청객에게 그 자리에서 바로 가 욕을 하며 자기 아들에 대한 이유 없는 폭언에, 당당히 맞서 싸웠다.
물론 방송 중에 일어난 폭력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오히려 이 배우를 옹호할 만큼 어머니의 당당한 자세, 자녀를 위한 멋진 모습에 모두 응원하였고 격려하였으며, 그 모습을 본 많은 장애아 가족은 힘을 얻게 되었다.

꼭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 부모님들께 다시 돌아오지 못할 가장 귀한 선물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 자체로 가치 있는 "기쁨"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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