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음식의 대중화
-코스요리의 탄생
터키와 중국을 더불어 세계 3대 요리 국가라고 불리는 프랑스는 음식을 예술로 재탄생시킨 서양 식문화의 중심이다.
사실, 프랑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 모두 서양 음식이라 국적에 따라 딱히 어떤 특징이 있는 알기 어렵다. 모든 서양 문화의 근본이 로마에서 서유럽으로 흘러간 것처럼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서양 음식의 대부분은 로마에 기원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프랑스와 음식의 관계를 묶는 개념을 가지는 것일까? 그것은 현대의 서양 요리의 체계를 18~19세기 이후 프랑스에서 정립했기 때문이다.
서양 음식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은 프랑스의 옛 식생활은 아이러니하게도 굉장히 투박했다. 프랑스의 선주민족인 갈리아족은 수렵을 통해 생활하였기 때문에 직화구이로 식사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시대가 흘러 로마의 지배와 프랑크족에 점령되면서 다양한 음식 문화가 더해지게 되며 발전하게 되었지만 16세기까지의 프랑스는 다른 유럽의 요리와 차이점이 크게 없었다.
본격적으로 프랑스의 식문화가 고급적으로 발전한 시점은 르네상스의 본고장 이탈리아의 고급 식문화가 프랑스의 상류사회로 전파된 이후 일어난 식탁문화의 혁명부터였다. 프랑스의 귀족들이 배를 채우기 위해 묵직한 음식을 입에 넣던 이전과는 달리 과일과 야채를 이용한 가벼운 메뉴부터 옥수수와 토마토 같은 곡물을 맛보게 된 것이다. 궁중에서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프랑스의 요리사들은 새로운 조리법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게 되고 그것은 프랑스 식문화 발전의 시발점이 되어주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에서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느끼는 식도락으로 발전하며 미식이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쉽게 말하여 프랑스 식문화의 기원은 프랑스의 토속 음식에서 자연스럽게 발전된 것이 아니라 화려한 왕정시대와 귀족 문화를 거쳐 철저히 기획되고 홍보된 요리인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고급 요리의 대명사 프랑스 요리는 문화의 한 축을 이루며 즉각적인 표현예술이 되었다.
그런 이유에서 현재의 프랑스는 유럽의 중국이라 불릴 만큼 특이한 요리와 특별한 식문화가 이어져온다. 달팽이로 요리한 에스카르고와 거위의 간으로 요리한 푸아그라, 바다의 검은 진주라 불리는 캐비아가 대표적으로 특이한 요리이다. 식문화 또한 참 유별나다. 냄비에 물을 넣고 끓인 식자재는 하급 요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서로 누가 더 호화스럽고 사치스러운 음식을 만드냐는 허세 가득한 싸움을 하며 물로 삶고 양을 늘리는 방식은 가난하고 저급하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었다. 국물 요리가 많은 동양인의 입장에서는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은 문화이지만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역사의 흔적이라 볼 수 있다.
귀족들만이 즐기던 고급 요리들이 대중화된 것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부터였다. 프랑스 대혁명을 거치면서 왕족과 귀족들이 힘을 잃자 일자리가 없어진 요리사들이 당시 부르주아들에게 고용되어 음식을 팔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경력과 자본을 쌓은 요리사들은 독립하여 자신만의 식당을 개업하여 시민들도 고급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근본적으로 고급 요리는 귀족들만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에 각 지방의 식문화는 여전히 투박했고 그런 이유에서 고급 요리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군주들이 높은 신분을 나타내는 척도로 성장한 사치스러운 음식 문화의 바통을 부르주아와 일반인들 이어받으며 명품 요리의 대중화가 시작된 것이었다.
이후에도 프랑스의 식문화에 대한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한국처럼 푸짐한 한상을 차려먹는 것을 미덕으로 알던 프랑스는 추운 러시아의 식문화를 통해 고급 요리를 새롭게 정의했기 때문이다.
바로 코스 요리라는 개념이다. 추운 날씨에 식을 수 있는 음식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한 번에 한 가지씩 내오는 방식을 프랑스에서 도입한 것이다. 서양 음식문화를 주도하며 식문화의 꽃을 피운 프랑스는 이탈리아가 오랜 세월 동안 로마로부터 물려받은 음식 문화를 짧은 시간에 수입하여 완전히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프랑스를 여행하며 경험한 그들의 식문화 역사는 예상과 달리 광활한 들판 같았다. 독창성이 가득한 프랑스의 식문화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자 노력한 세월과 열정이 어우러져 탄생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