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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욱 연애칼럼] 연애하고 사랑할까? 사랑하고 연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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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욱 연애칼럼] 연애하고 사랑할까? 사랑하고 연애할까?
  • 이창욱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30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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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조건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

“선생님, 저는 이번 인생에 연애는 포기했어요. 취업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어요.”
“돈도 있고 시간적 여유도 있어야 연애를 하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어요. 당장 다음 달 자격시험 준비를 해야 해요.”

대학생을 대상으로 연애 심리를 강의하고 나면 자주 듣는 이야기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족에 이어 최근에는 완포족까지 등장했다.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이유는 연애가 사치도 아니고 포기의 대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연애는 사람 사이에서 형성되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다루는 것이자 본능의 영역이다. 연애는 돈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거다. 그런데 마음을 다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연애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건 없이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혹은 누군가에게 최선을 다해서 마음을 줘 본 적이 있는가? 몇 년 전, 우연히 고양이 두 마리를 입양하여 키우고 있다. 벌써 5년이 지났다. 애완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던지라, 고양이를 키운다는 게 녹록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추가로 다른 동물을 들이지 않을 거라 굳게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 마당에 또 다른 새로운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아내는 그 고양이가 안쓰럽다며 창고에 쉴 곳을 마련해 주고 ‘구름이’라는 이름도 지어주었다. 몇 개월이 지나도록 나는 구름이에 대해서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일에 치여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구름이는 항상 조건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 나에게 마음을 표현했다. (직접 촬영)
▲구름이는 항상 조건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 나에게 마음을 표현했다.(사진/이창욱)

그런데도 구름이는 ‘캣초딩’ 마냥 발랄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외출하려고 마당에 나가면 뛰어와서 바지에 머리를 비벼댔다. 야옹거리면서 주차장까지 마중 나오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책상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창문을 보면 구름이가 빼꼼하게 얼굴을 내밀고 내가 쓰다듬어 주기만을 기다리는 듯했다. 그런데도 이상하리만치 구름이에게 마음이 가지 않았다. 이미 두 마리의 고양이를 돌보기도 쉽지 않아서 구름이를 받아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외출을 하려고 마당을 나서는데 구름이가 담장 밑에서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구름이를 지나치려다, 물 마시러 움직이는 구름이를 보았다. 구름이의 걸음걸이가 이상했다. 오른쪽 앞발을 심하게 절뚝거려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평소와 달리 풀이 죽어 잔뜩 위축되어 있는 구름이의 모습이 종일 눈에 밟혔다. 외출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구름이를 찾았다. 여전히 담장 밑에 힘없이 웅크리고 있었다. 한참 동안 구름이를 쓰다듬어 줬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일부러 족발을 시켜 먹었다. 그리고 남은 뼈다귀를 들고 구름이에게 갔다. 구름이는 정신없이 뼈다귀에 남은 살점을 발라 먹었다.

정신없이 바쁜 생활에 여유가 없었지만, 결국 내 마음속에 구름이의 자리가 만들어졌다. (직접 촬영)
▲정신없이 바쁜 생활에 여유가 없었지만, 결국 내 마음속에 구름이의 자리가 만들어졌다.(사진/이창욱)

며칠 후 구름이의 걸음걸이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발랄한 모습도 서서히 되찾아 가고 있다. 구름이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를 대했다. 그러니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내 마음이 결국 움직였다. 연애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쉽게 간과하고 있는 것이 마음이 아닐는지 모르겠다. 적당한 상대가 나타나면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 사랑을 하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 본다. 그렇지만 사랑의 마음이 없다면 제대로 된 연애를 시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구름이가 이렇게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내가 구름이를 받아줄 기회는 영영 없었을지도 모른다.

연애는 돈이 많거나, 여유가 있을 때 하는 럭셔리한 취미생활이 아니다.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감정을 교감하는 동물적 본능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음은 돈으로 못 산다’는 평범한 진리를 쉽게 망각하며, 여전히 돈으로 때로는 조건으로 연애하려고 하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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