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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우 감독의 영화 칼럼] 테스형 나훈아는 영화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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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우 감독의 영화 칼럼] 테스형 나훈아는 영화배우다.
  • 박광우 감독
  • 승인 2020.10.10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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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영화배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평소 나의 지론이었다.
‘연기를 잘 해야만 영화배우’라는 등식은 어쩌면 편견이다. 그렇게 말하는 자들은 모든 영화가 꾸며진 연기에 의존하는 극영화로 국한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란 극영화를 넘어 기록영화도 있고, 홍보영화도 있고, 위인전 영화도 있고, 자연과 동물을 소재로 한 영화도 있고, 사건 기록 영화도 있고, 만화영화도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모두가 잘 생긴 것도 아니고, 모두가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며, 모두가 건강하지도 않다. 세상이란 광주리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담겨 있다. 연기를 잘 해야만 훌륭한 영화배우라는 것이 편견이라 말한 이유다.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영화 속 배우들이 모두 잘 생겼고 명연기를 펼친 건 아니었다. 그들에겐 송구스러운 예지만, 유해진 같은 못생긴 배우도 있고, 송강호같이 말을 더듬는 배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 배우들만의 ‘진솔하고 편한’ 연기는 우리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혹은 용서하고 봐주기에 충분했다. 

어차피 연기자(演技者)란 뜻에는 ‘기술’(테크닉)이란 뜻이 핵심이다. ‘기술을 펼친다’는 것이 연기자, 즉 배우다. 기술이란 시간이 지나면 더 숙련되지고 노련해진다. 인기 스타들 중에 초창기에 그야말로 발연기를 주구장창 하다가 이제 배우기술을 제법 그럴듯하게 펼치는 연기자들이 많은 것도 그 이유다. 오는 날 스타가 된 유해진과 송강호 배우의 남모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수백 편의 한국영화 주인공이었던 가수 나훈아(출처/KBS 홈페이지)

요즘 화젯거리 ‘테스형’의 나훈아 씨는 수백 편의 한국 영화 주인공이었다. 당시의 잘 생김 기준으로 보면 그는 영화배우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연기력도 많이 부족했지만, 부족한 연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해 갔다. 기술이 ‘는’ 까닭이다. 테스형의 진짜 주인공 ‘소크라테스’를 실물 그대로를 표현한 동상 사진을 보면 많이 놀랄지 모른다. 그 생김새로는 ‘테스형’이란 유행가 노래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배우의 조건에서 잘생김은 그 유행을 다 했다. 오히려 기술이 부족한 배우들이 기회를 잡지 못한다. 나훈아 씨가 수백 편의 주인공을 했음에도, 자신의 연기 기술의 한계 때문에 천직인 유행가 가수만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모든 영화 소재는 어차피 인간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꾸며내는 것이다. 나훈아 씨가 자신을 유독 유행가(旒行歌) 가수라고 강조한 것은 탁월하고 바른 표현이다. 인간의 삶도 지나가는 것이고, 부귀영화 또한 지나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유행가를 노래하는 가수는 당연히 그 노래 제목의 영화를 이끄는 주인공이다. 그 노래 가사는 우리네 삶을 3~4분 시간 속에 농축시킨 극영화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노래는 완전한 영화라고 말한다. 

시네포엠(ciné-poème)이란 영화 장르가 있다. 영화를 시처럼 혹은 시를 영화처럼 표현해 내는 영화 형식을 말하는데, 그 짧은 노래 가사에 인생을 농축시켜 담아내야 하는 작사가들의 역량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와 견줄 수 있다. 노래 가사에 걸맞은 영상을 첨가하면, 그게 바로 시네포엠이다. 그래서 BTS의 모든 뮤직비디오는 시네포엠 형식의 영화다. 

우리는 부귀영화의 주인공 배우다. 내 인생이란 영화에서 작가와 감독이 절대 신이라고 가정한다면, 우리 자신은 주연배우다. 그러니 유명 배우의 연기를 어색하게 흉내내지 말고, 나만의 연기를 하면 좋은 배우다. 세계 최고 갑부의 연기를 흉내내 어색하게 살지 말고, 차라리 세계 최고로 착하신 앞집 할머니 뒷집 할아버지처럼 살아도, 우린 유명 배우가 될 수 있다. 많이 가져야 좋은 배우가 아니라 ‘잘’가져야 명품 배우다. 
나훈아 씨는 지금도, 노래하는 명품 ‘영화배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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