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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의 컬처차이나] BTS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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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의 컬처차이나] BTS는 죄가 없다!
  • 임대근 한국외대 교수
  • 승인 2020.11.07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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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한-중 문화갈등, 어떻게 풀어야 하나?

BTS가 올해 밴플리트상을 받았다. 한국전쟁에 미 8군 사령관 겸 유엔군 총사령관으로 참전했던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기 위해 미국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제정한 상이다. BTS는 “우리는 두 나라가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가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은 해이니만큼 역사의 경험을 되돌아보자는 뜻이 담겨있었다.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소식을 들은 중국 팬들이 “국가의 존엄을 무시했다”라며 거센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관영 언론인 ‘환구시보’는 중국어판과 영어판에 자극적인 기사를 보도했다가 철회하는 전략을 거듭하면서 대내외 여론을 ‘조정’하려고 시도했다. 택배회사들은 ‘BTS 굿즈’를 배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터무니없는 일은 어쩌다 일어나게 된 걸까?

▲BTS는 지난 10월 7일(현지 시각)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의 행사에서 ‘밴플리트 상’을 받았다.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는 방탄소년단. 코리아소사이어티 (출처/On Demand Entertainment 유튜브 캡처)

가장 직접적으로는 의사소통의 오류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BTS의 수상 소감이 중국어로 번역되면서 잘못 전해졌다는 것이다. “한반도 전쟁의 교전 쌍방”이나 “군인들의 고통”처럼 BTS가 아예 하지도 않은 말을 중국어로 번역해 전달하면서 오해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이런 엉터리 번역을 도대체 누가, 왜 만들어냈는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다.

단순하게 번역만을 탓할 수 없는 까닭이 있다. 그건 한국과 중국 사이에 오랫동안 이어온 문화갈등 때문이다. 역사가 생겨나고 이웃으로 살아왔던 두 나라 관계는 1949년에 이르러 단절됐다. 중국 국민당이 대만으로 패퇴하고 공산당이 세운 나라 ‘중화인민공화국’과 우리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도 이어질 수 없었다. 43년의 세월이 흘러 1992년 두 나라는 마침내 국교를 맺게 됐다.

한국과 중국은 한동안 밀월 관계를 유지했다. 2002년 ‘동북공정’ 문제가 터져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우리의 고대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 당국의 프로젝트로 인해 두 나라는 심각한 갈등으로 빠져들었다. 한번 시작된 갈등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중국인들은 강릉 단오제의 유네스코 등재를 두고 우리가 ‘단오’를 훔쳐 갔다고 했고, 우리는 중국이 아리랑을 국가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일을 두고 분노했다.

이런 갈등은 주로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는 네티즌에 의해 계속됐다. 심지어는 우리가 공자는 한국인이라고 주장한다는 허무맹랑한 가짜 뉴스까지 떠돌았다. 물론 이런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진의가 드러났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곤 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둘러싼 이견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 역사 문제에는 정부와 학계, 민간이 두루 얽혀서 ‘일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BTS가 한국전쟁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역사적 사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북한의 남침을 중국은 외면한다. 마침 지난 10월 25일 시진핑 중국 주석은 한국전쟁에 중국인민지원군이 참전한 사실을 두고 “제국주의(미국)의 침략에 맞선 전쟁”이라고 선언했다. 한 가지 사실을 두고 두 나라 사이에 확연한 입장 차이를 드러낸 셈이다.

10월 25일은 중국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해 첫 전투를 벌인 날이다. 중국은 이 날을 ‘항미원조 기념일’이라고 부른다. 한국전쟁의 중국식 명칭인 ‘항미원조’(抗美援朝)는 미국에 대항하여 북한(조선)을 지원했다는 뜻이다. 한국전쟁에 대한 두 나라의 인식이 얼마나 큰지 알고도 남는다. 이런 인식 차이 때문에 수교를 맺을 때도 이 문제를 입도 뻥긋 못했다. 전쟁 당사국이 국교를 수립할 경우 책임 있는 쪽이 사과를 함으로써 역사 문제를 매듭짓는 관행을 적용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잠복해 있던 뇌관이 결국 BTS와 함께 터지고 말았다.

한국전쟁 당시 중국군의 전쟁 독려 포스터.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하여 이웃을 구하고 자신을 구하자"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 출처 바이두
▲한국전쟁 당시 중국군의 전쟁 독려 포스터.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하여 이웃을 구하고 자신을 구하자"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출처/ 바이두)

중국은 지금 내우외환에 빠져 있다. 안으로는 코로나19가 말끔히 종식되지 않은 상태이고, 밖으로는 미국과 무역전쟁, 정보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잘 마무리하지 못하는 당국에 대해 비판의 눈길을 보내는 중국인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자국 ‘인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다른 관심거리로 돌려놓을 필요가 있다. 요즘 중국에서 애국주의가 비등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문득 중국과 미국의 대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역사 사건인 ‘항미원조’ 소재를 BTS가 제공했으니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관영 언론인 ‘환구시보’가 나서 여론을 유도하고, 국가 주석까지 나서 연일 미국을 겨냥하면서 ‘항미원조’를 강조하는 까닭은 집안을 잘 결속해야겠다는 절박함의 발로이다. 자신들의 ‘애국’을 앞세워 다른 이들의 ‘애국’을 나무라고 비난하는 자세는 종국에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국수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다.

한국과 중국은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갈등을 겪어내야만 한다. 갈등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갈등이 드러나야 서로 이해가 깊어질 수 있다. 오히려 어설프게 갈등을 묻어두려는 태도 때문에 관계가 더욱 꼬일 수도 있다. 역사에 대한 서로의 인식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어떤 맥락에서 이런 문제가 다시 떠오르게 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 까닭이다. 중국은 언제나 역사를 현재로 소환해서 그 의미를 재해석하는 일에 능숙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BTS는 70년 전 우리가 원치 않았던 전쟁으로 희생된 고귀한 생명을 추모하고 이를 지켜내기 위한 우리와 미국의 우의를 강조했다. 글로벌 팬덤의 주인공 BTS에 대한 중국 여론의 공격도 결국 유야무야되고 말 것이다. 중국 네티즌의 공격에 무너질 BTS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콘텐츠의 높은 수준이 가져온 승리다. 그러니까, 중국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BTS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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