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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의 컬처차이나] 한한령 해제의 신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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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의 컬처차이나] 한한령 해제의 신호들
  • 임대근 한국외대 교수
  • 승인 2020.12.03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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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한한령이 풀렸네요.”

“한국과 교류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어요.”

지난달 왕이 외교부장이 방한한 뒤 중국의 지인들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두 나라 외교부장관이 발표한 합의 내용을 두고 ‘한한령 해제’라고 해석한 것이다. 양국 영화와 문화콘텐츠 교류를 위해 애써왔던 중국 쪽 인사들이 왕이 부장의 발표를 반기고 있다.

“2021년과 2022년을 ‘중한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하여 (여러) 행사를 계획함으로써 중한 수교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한다.”

‘BTS 사건’에 뒤이어 ‘한복’과 ‘김치’가 잇달아 한국과 중국 사이 문화 갈등을 조장하고 있을 때, 들려온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돌아간 왕이 부장은 합의 사항이라며 10개항을 발표했다. 그중 네 번째가 바로 ‘한중문화교류의 해’ 지정에 관한 내용이다.

우리 외교부도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그런데 온도 차이가 좀 있다. 우리 발표문에는 이런 얘기가 덧붙여졌기 때문이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양국 간 문화콘텐츠 분야의 협력 활성화를 위한 중국 측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는데 왕이 부장은 “양측이 지속 소통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만 보면 우리가 ‘한한령 해제’를 요청했지만 중국은 확실한 답변을 유보했다고 해석된다.

2016년 우리 정부가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를 배치한다고 발표하자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이에 맞서 ‘한한령’을 발동했다. 한국과 중국의 문화교류는 순식간에 단절됐고, 한 달에 60만 명이 넘게 찾아오던 ‘유커’의 발길도 뚝 끊겼다. 그 뒤 4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한한령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아왔다.

한한령은 중국이 내세운 고도의 대내외 전략이다. ‘사드’는 군사‧외교 문제인데도 이를 문화 영역에서 대응했다는 점이 의문이었다. 중국의 속셈은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 한국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한류의 진출을 막아버림으로써 한국인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동요케 하고 이를 통해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유도하려는 문화심리적 차원의 접근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2016년 중국이 발동한 한한령 이미지 (출처/바이두)
▲2016년 중국이 발동한 한한령 이미지 (출처/바이두)

그러나 중국은 한한령을 통해 이보다 더 큰 국가전략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문화콘텐츠에 스며들어 있는 이데올로기를 통제하려는 전략이다. 한국의 영화, TV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은 모두 이데올로기 집약형 콘텐츠이다. 중국에서는 공론화하기 어려운 정치 민주화, 빈부격차, 젠더 이슈 등이 이들 콘텐츠에 알게 모르게 삼투되어 있을 수 있는 게 사실이다. 문화콘텐츠를 여전히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로 활용하고 있는 중국 당정의 입장에서 이런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대한 거부감이 한한령의 발동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는 자국의 문화콘텐츠 산업 규모를 키우고 내실을 다지기 위해 해외 콘텐츠의 진입을 의도적으로 제어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는 다양한 인터넷 산업 분야에서 외국 기업의 진출을 막고 자국 시스템만을 허용하고 있는 맥락과도 일치한다. 우수한 해외 콘텐츠가 자국 문화콘텐츠를 성장하게 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시기가 있었지만, 일정한 기간 이후 자국 콘텐츠의 산업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서 한한령이 발동됐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한한령 기간 동안 중국은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내실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한한령은 과연 해제된 걸까? 지금까지 중국의 공식 입장은 “한한령은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중국이 공식적으로 ‘한한령 해제’를 언급할 가능성은 없다. 다만 이번에 양국 정부가 ‘한중 문화교류의 해’를 지정하겠다고 합의한 것은, 한한령 이후 지난 2017년 10월, 양국이 ‘전면적 관계 복원’을 천명한 뒤 가장 진전된 내용이다. 따라서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문화콘텐츠 영역에서 다양한 교류를 펼치고자 하는 수요를 가지고 있는 중국의 현장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를 실질적인 ‘한한령 해제’라고 해석하고 있다.

‘한중 문화교류의 해’는 한중수교 30주년(2022)을 앞두고 더 이상 양국 관계가 긴장과 갈등상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인식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중국의 공식적인 ‘한한령 해제’를 기다릴 필요 없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적극적인 교류에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중국 문화콘텐츠 수출액은 지속적으로 성장했으며, 수입 대비 수출 규모는 여전히 큰 폭으로 앞서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다른 하나는 우리가 더 넓은 시야 속에서 ‘문화교류’의 문자적 의미를 이해하고 중국 문화콘텐츠의 국내 유통에도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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