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정은 남자친구의 생일선물을 고르는 게 너무 힘들다며 도움을 청했다.
“보통 남자들은 전자제품이나 기계 같은 거 좋아한다고 하는데 어떤 선물이 좋을까요?”
희정은 밤새 찾아본 선물 리스트를 보여줬다. 시계나 스마트폰은 너무 비싸고, 게임기나 장난감은 너무 어린애 같아서 보기 싫단다. 희정은 쇼핑몰과 블로그를 번갈아 검색하면서 남자친구의 첫 생일선물 고르기를 멈추지 않았다.
어두운 표정을 한 민수는 억울하다는 듯 말을 꺼냈다.
“아니, 원래 여자들은 명품 좋아하지 않나요? 그래서 명품 브랜드 화장품을 선물했는데 오히려 그것 때문에 싸웠어요.”
민수는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선물했는데 문제는 여자친구의 반응이었다. 여자친구는 ‘왜 이런 것 사 왔느냐?’, ‘어디서 샀느냐?’, ‘왜 허락도 없이 사 왔냐’고 하면서 환불해 오라고 화를 냈단다. 민수는 나름대로 인터넷에서 후기나 평이 좋은 화장품을 골라서 산 거였는데, 여자친구가 이런 민수의 노력을 알아주지도 않으니 무척 마음이 상했다고 한다.
생일, 밸런타인데이, 크리스마스, 100일, 1주년 등 연인 간에 선물을 준비하는 날이 많다. 그때마다 연인에게 어떤 선물을 해야 하는지가 고민거리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정말 다양한 선물이 존재한다. ‘받고 싶은 선물 베스트’, ‘스위트한 남자친구/여자친구 되는 선물’, ‘무조건 성공 보장하는 연인 선물’과 같은 블로그 글을 탐독해본다. 여기서도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해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해보기도 하지만 되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여자는 작고 반짝이는 걸 좋아해."
"보통 남자는 전자제품이나 기계 같은 걸 좋아해."
"선물은 무조건 명품이나 상품권을 해야지."
선물은 일반화해서 말하기가 참 어렵다. 선물은 받는 사람의 관심사나 취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언을 참고해서 선물을 했는데 막상 연인의 반응이 생각보다 뜨뜻미지근한 경우가 있다. 실망스러운 선물이 되지 않으려면 상대방을 유심히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나의 상황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상황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경청하며 대화를 하거나 SNS에 공개된 글을 살펴보면 적당한 선물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가장 마음에 남는 선물을 말해보라면, 20여 년 전 어린 학생에게 받은 500원짜리 곰돌이 모양 열쇠고리다. 수많은 선물 중에서 유독 그 열쇠고리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선물해 준 사람의 마음과 정성이 가득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 학생이 가진 전 재산 500원에 맞춰서 산 선물이 열쇠고리였다. 더 예쁜 상품을 1,000원이라서 어쩔 수 없이 못생긴 곰돌이 열쇠고리를 골랐다면서 미안해하는 그 애틋한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고 마음속에 남아있다.
선물은 마음이 더해져야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 선물은 마음을 전달하는 그릇과 같다. 그릇이 아무리 고급스럽고 비싼 것이라 하더라고 마음이 담기지 않으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선물 받은 상품을 확인해 볼 때보다, 마음이 전해질 때 더 감동을 하고 기뻐한다. 좋은 선물은 비싼 가격의 물건이 아니라,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