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석 와인 에세이]와인 테이스팅 #3, 마시다(단맛).

2020-04-09     이창석 칼럼니스트
▲와인

맛을 주제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많다. 맛있는 식당을 소개하고, 유명 연예인이 먹는 장면을 그대로 방영한다. 먹고 난 후, ‘맛있다’, ‘환상적이다’, ‘힘이 난다’라는 몇 가지 어휘가 전부이다. 투박하고 단순하다. 와인 테이스팅 과정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면 우리는 체계적인 맛 표현이 서툴고 왜 어려워하는지 필자가 자주 찾아보는 방송 프로그램 내용을 토대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사장님, 족발 먹어보세요. 뭐가 다르쥬?”라고 묻자. 주인공은 가장 먼저 한 말은 “우리 족발보다 단맛이 강하네요.”라고 답했다. 서울에서 가장 인기 있는 3대 족발을 가져와서 비교 시식하는 장면이었다.

우리는 와인을 입안에 넣고 가장 먼저 느끼는 맛은 각기 다를 것이다. 하지만, 와인의 맛을 언어화한다고 가정한다면, 제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아마도 단맛일 것이다. 왜냐하면, 맛을 언급할 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달하다. 달지 않다. 라고 하면 된다.

하지만 와인에서는 ‘달지 않은’ 와인을 ‘드라이(Dry)’ 와인으로 말한다. 왜 그럴까? 바로 알코올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발효과정을 이해한다면, 단어의 의미와 선택이 납득이 될 것이다.

모든 술은 발효과정을 거친다. 효모는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알코올을 많이 배출하면 즉, 도수가 높아질수록 반대로 당도는 낮아지게 된다.

그러므로 도수가 높은 술을 우리가 마실 때 일반적으로 달지 않은 술일 것이다. 이런 술을 마시면 우리는 목이 타들어 가고 입안이 마르게 되는 신체적 변화를 경험한다. 쉽게 말해서, 독주를 마셨을 때를 기억하면 된다. 그로 인해, ‘드라이(Dry)’라는 단어를 ‘단맛이 없는’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고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다.

▲와인

우리는 음식뿐만 아니라 와인을 마시고 난 후, 다양한 맛 표현을 언어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20년 넘게 요식업을 한 족발집 사장님도 맛 표현이 단순하였다. 달다. 간이 세다.라는 표현뿐이었다. 이런 어려움의 원인은 교육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문학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선 많은 내용을 찾아서 보고 표현방식을 배운다. 특히, 시는 다양한 비유법을 공부한다. 하지만 매일 먹는 식(食) 문화를 위한 교육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지금처럼 표현이 서툴고 어려움을 겪는 건 당연한 일이라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