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환의 세계여행]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한민족, 카자흐스탄의 고려인(1)

-중앙아시아란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 -고려인들의 초기정착지 ‘우쉬토베’

2020-10-26     권동환 여행작가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실크로드의 교차로에 위치한 중앙아시아는 높은 고원과 산맥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목 민족으로 이루어진 중앙아시아는 한때 소련의 구성원이었지만 현재는 소련 붕괴 후 독립한 상태이다. 한국과 달리 중앙아시아의 국가들은 자발적 독립이 아닌 외부적 영향 덕분에 독립을 선물 받았다는 것에 차이를 두고 있다. ‘~스탄’으로 끝나는 나라가 많은 이곳은 페르시아라는 대제국을 건설한 투르크계의 짙은 영향을 받았다. 

카자흐스탄의

시간이 흐르면서 민족 개념이 발생하자 ‘~족의 나라’라는 의미로 카자흐스탄 또는 우즈베키스탄이란 나라로 탄생하였다. 그런 이유에서 같은 투르크계더라도 민족에 따라 문화적, 유전적인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정체성의 해석은 아주 다양하다. 투르크계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민족들이 살아오던 중앙아시아에 1937년, 새로운 민족이 등장하게 되었다. 바로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에서 두만강 북쪽의 소련 연해주로 터전을 옮겨 살던 사람들이었다. 현재 고려인이라고 불리는 그들은 한민족의 혈통을 가지고 있다. 비극적인 한민족의 소산인 그들은 스탈린의 소수민족 재배치 정책에 의해 강제로 이주한 정치적 산물이기도 하다. 

카자흐스탄의

1937년 9월 9일, 짐짝처럼 화물열차에 실려 황무지로 이주하던 도중 굶주림과 추위로 인해 사망한 고려인이 1만 1000여 명으로 추정될 정도로 배려 없는 강제 이주였다.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카자흐스탄의 우쉬토베는 강제 이주를 통해 고려인들이 가장 먼저 도착한 장소이다. 카자흐스탄의 과거 수도인 알마티의 북동쪽 방면에 위치한 우쉬토베로 향하는 길은 현대사회에서도 험난하다. 알마티에서 좁디좁은 벤을 타고 몇 시간 동안 탈디코르간으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또다시 버스 혹은 택시를 타고 1시간을 가야지만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인들의

현대 사회에서도 이렇게 이동이 어려운 지역을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화물열차를 타고 이동했다고 상상하니 쉽지 않은 여정이 분명했다. 직접 둘러본 우쉬토베는 허허벌판 그 자체였다. 11월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겹의 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추운 이곳의 겨울은 그 당시 고려인들이 어떻게 추위를 견뎌냈을지 가늠조차 어려운 날씨였다. 그러한 날씨를 이기기 위해 맨손으로 언덕에 토굴을 파서 겨울을 보낸 초기 정착지의 흔적들과 고려인 1세대들의 공동묘지들만이 공허한 공간을 채워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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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따뜻하게 고려인들을 대우해 줬다는 사실이다. 개를 즐겨 먹는다는 것을 알고 개도 잡아주고 마구간 같은 곳에서 살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한민족의 아픔을 간직한 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동묘지가 위치한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비석들이다. 1999년 카자흐스탄 한국 대사관에서 첫겨울을 이겨낸 그들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비석과 2002년 5월에 세워진 대리석이다. 비석에는 한글로 이렇게 써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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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원동에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이 1937년 10월 9일부터 1938년 4월 10일까지 토굴을 짓고 살았던 초기 정착지이다.”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한민족, 카자흐스탄의 고려인(2)에서는 고려인들의 식문화와 고려극장을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