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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욱 연애칼럼] 사귀기 전에 삼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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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욱 연애칼럼] 사귀기 전에 삼귀자?
  • 이창욱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6.11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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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는 새로운 문화가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그릇과 같다.

“드디어 그 아이랑 삼귀고 있어요.”
“아, 전에 말했던 그 아이와 사귀는구나?”
“아니요, 사귀는 게 아니고 삼귄다구요.”
“응? 삼귄다고?”

내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하자, 희정은 삼귄다는 표현에 대해서 한참을 설명했다. 사귀기 전에 ‘삼귀는 단계’를 거쳐야 한단다. 사귄다는 단어의 ‘사’에 숫자 ‘4’를 대입하여 은유적으로 만든 신조어란다. 그래서 사(4)귀기 전 단계는 3에 해당하는 삼(3)귀는 것이고, 사귀고 난 다음에 헤어지는 것은 오(5)귄다고 한단다. 희정의 설명에 삼귄다는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기발하고 창의적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개운치 못한 기분도 들었다.

썸이란 단어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내게 ‘삼귄다’는 말은 여전히 생소한 표현이다. 신조어나 은어는 대게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환경과 문화 그리고 심리를 반영한다. 본격적으로 사귀기 전에 썸과 같은 호감을 표현하는 단계가 필요하게 되었고 이 연장선에 삼귀다는 표현도 나타났다고 본다. 연애에 조금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더불어 감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인관계를 섬세하게 구분하는 문화가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신조어는 시대와 문화적인 특성을 반영하는 키워드가 된다. 신조어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의 변화를 추정할 수 있다. (출처 : pixabay)
▲신조어는 시대와 문화적인 특성을 반영하는 키워드가 된다. 신조어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의 변화를 추정할 수 있다. (출처 : pixabay)

한층 섬세해진 감수성은 인터넷과 SNS의 산물이다. 시공간의 구분 없이 관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에 감정의 섬세함이 가속화되었고 표현의 스펙트럼도 한층 넓어졌다. 특히 스마트폰의 보급은 이전과 다르게 더 큰 폭의 관계적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친구와 연인의 경계가 명확했다. 그리고 연애는 대게 결혼을 전제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사회와 문화가 변화하면서 우리는 더 다양한 인간의 욕구를 맞이하게 되었다. 감정의 세분화는 다양한 표현으로 나타났고, 새로운 형태의 사고와 생활 방식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개성 뚜렷한 생활 방식에 새로운 가치가 더해지면서 우리 사회는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 공동체를 우선시하고 천편일률적인 사고를 강요하는 8, 90년대 사회를 지나, 이제는 공동체보다 개인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다양성의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썸이라는 관계를 책임감과 결부 지어, 무책임한 연애라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는다. 대인관계는 사회적인 환경의 결과물이이기 때문이다. (출처 : pixabay)
▲썸이라는 관계를 책임감과 결부 지어, 무책임한 연애라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는다. 대인관계는 사회적인 환경의 결과물이이기 때문이다. (출처 : pixabay)

과거에는 연애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가정이었다면, 최근에는 연애를 통해서 만족감을 얻고자 하는 열망이 크다. 가정과 자기만족을 비교하여 어느 것의 가치가 더 우월하고 올바른지에 대한 평가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결국 행복 추구라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이다. 단, 각자가 행복을 찾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썸타다, 삼귄다 이외에도 감정을 세분화한 말은 계속 증가할 것이며, 메타버스나 증강현실을 응용한 신박한 연애 방법이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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