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번에 또 헤어졌어요.”
“결국 또 헤어졌구나?”
“네, 그런데 헤어지자고 말하긴 했는데 다시 만나볼 생각이에요.”
“왜? 헤어졌다면서?”
“그래도 생각해보니깐 그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요.”
희정의 다섯 번째 이별 통보는 또 이렇게 번복되었다. 연애하면서 많이 경험하는 것 중 하나가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단지 외로움 때문에 같은 사람과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는 것일까?
연인과 헤어지는 원인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각자 상황이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별을 결심한 사람의 감정 상태는 비슷하거나 크게 다르지 않다.
“결과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항상 남 탓하는데, 그 점만 빼고는 다 좋은데 말이야...”
“욱하는 성질만 좀 고쳤으면 좋겠어. 그러면 이렇게 속상하지 않을 텐데.”
“이 사람은 술만 마시지 않으면 계속 사귀고 싶은데, 술만 마시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거든...”
이처럼 상대방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고, 단점을 개선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상대방의 이런 단점이 변할 것이라며 자기 위안을 삼으며 다시 사귀려고 한다. 때로는 자신이 상대방의 성격이나 습관을 변하게 만들 것이라고 당차게 마음먹고 다시 연애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다짐하고 다시 그 사람을 만나보지만,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결국 또 헤어지는 것을 고민하게 된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같은 상황에서는 또 같은 고민을 하면서 점차 지쳐가는 수순을 밟는다. 결국 상대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지고 나서야만 이별로 수렴한다.
“처음 생각했던 게 맞았었네. 그냥 그때 헤어질걸...”
결국 자신의 감정과 시간만 낭비한 꼴이다.
연인이 선뜻 헤어지는 것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심리적인 관성이 원인이다. 사귀는 기간이 길수록 이별을 더 어려워하고 두려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망각이 그 사람의 단점이나 부정적인 경험을 자꾸 지워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과거는 추억으로 아름답게 포장된다’고 한다. 나쁜 기억은 빨리 삭제하여 심리적인 불안을 줄이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격이나 인성, 습관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이런 것들은 선천적인 원인도 있지만, 성장기 부모님이나 가정환경의 영향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작정 상대방의 단점을 감싸 안고 희생과 봉사하는 것이 연애라고 생각하는 연애 초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연애는 일방적인 희생이나 봉사가 아니다. 서로 보살피면서 조율해가는 교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로 만족하고 행복을 함께 나누는 것이 연애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