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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松延유수현 에세이] 알쏭달쏭한 중국 요리 이름 해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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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松延유수현 에세이] 알쏭달쏭한 중국 요리 이름 해부학
  • 松延유수현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24 08:58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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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이름에 놀라 그냥 지나치면 맛있는 요리 맛볼 기회 놓쳐...
요리마다 얽힌 사연 있어...

필자가 중국에 유학하러 가서 중국 식당에 가면 요리를 주문해야 하는 게 숙제였다. 메뉴판에 한자로 까맣게 다닥다닥 쓰여 있는 글씨를 보면 참 답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는 중국어가 유창하지 않아 더 그랬던 것 같다. 더구나 그림이라도 있으면 대충 감이라도 잡는데, 글씨만 쓰여 있으면 참으로 난감했다. 하지만 중국 친구와 함께 식사하러 가면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중국 친구가 알아서 시키니 말이다. 필자는 그저 옆에서 "부야오샹차이(고수는 빼 주세요)"만 외치면 되니까.

▲중국 요리(출처/바이두)
▲중국 요리(출처/바이두)

하루는 중국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 당연히 요리의 메뉴 주문은 중국 친구의 몫이었다. 한국은 반찬이 기본으로 나오지만, 중국은 전부 돈을 내고 시켜야 한다. 그리고 요리를 주문하면 보통 고기 요리와 생선 요리는 거의 빠지지 않고 시킨다. 그날도 중국 친구가 어김없이 고기 요리를 시켰는데, 갑자기 메뉴판을 보다가 필자에게 “너 ‘톈 지(田鸡[tiánjī])’ 먹을 수 있어? 맛있는데”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필자는 ‘田鸡’는 밭에서 사는 닭인데 뭐 특별한 게 있나 싶어 “당연하지”라고 말했다. 그런데 잠시 후에 나온 요리를 보니 ‘닭’이 아닌 ‘개구리’였다. 필자는 깜짝 놀라 이내 동공 지진이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후 사전을 뒤져보니 ‘田鸡’가 닭이 아닌 개구리였다. 한자만 보고 착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후, ‘하기야 핫도그에도 개는 없지’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어쨌든 요리는 나왔고, 괜히 개구리라는 편견이 생겨 먹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래도 맛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아 한 번 집어먹었다. 약간 느끼했지만, 맛은 의외로 고소했다.

▲톈지, 田鸡(출처/바이두)
▲톈지, 田鸡(출처/바이두)

한 번은 식당에 가서 메뉴를 보는데 생선 요리가 눈에 띄었다. 메뉴 이름이 ’수이 주위(水煮鱼[shuǐzhǔyú])’ 였는데, 느끼한 걸 피하고 싶었던 필자는 메뉴 이름만 보고 옳다구나 하며 자신 있게 ‘水煮鱼’를 시켰다. 얼마 후에 필자가 시킨 요리가 나왔는데 이게 웬걸? 물은 하나도 없고 고추기름만 잔뜩 있었다. 이로써 ‘물에 끓인 생선’ 일 것이라는 필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하지만 다행히 고추기름의 늪에서 생선만 쏙쏙 골라 밥과 함께 먹으면 매콤한 맛이 입맛을 돋워 밥 한 공기를 거뜬히 비울 수 있었다.

▲수이주위, 水煮鱼(출처/바이두)
▲수이주위, 水煮鱼(출처/바이두)

이처럼 요리 이름과 뜻이 맞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때로는 요리 이름에 적힌 한자만 보고 겁에 질려 맛있는 요리를 그냥 지나쳐 버린 적도 있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필자의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하루는 필자가 식당에서 ‘마이 상수(蚂蚁上树[mǎyǐshàngshù])’란 메뉴를 보게 되었다. 이를 보고 기겁을 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蚂蚁’ 이 두 글자 때문이었다. 이 두 글자는 ‘개미’라는 뜻인데 요리 이름을 풀면 ‘개미가 나무에 올라간다’란 뜻이다. 우스갯소리로 ‘중국인들은 책상, 의자, 비행기, 자동차, 배 빼고는 뭐든지 다 먹는다’는 말을 들었던 필자는 편견이 생겼는지 요리 이름만 보고 아연실색했다. ‘중국인들은 별거 다 먹는다더니 개미도 먹나 봐’라고 생각하며 그 메뉴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일 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하루는 중국 친구와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필자의 입에 딱 맞는 요리가 나왔다. 너무 맛있어서 요리 이름을 물어봤는데 친구 대답이 ‘蚂蚁上树’였다. 그 순간 필자는 갑자기 구역질하며 친구한테 "내가 먹은 게 개미였어? 우웩!"이라고 말하고 씹던 음식을 내뱉었다. 그러자 친구가 "개미? 무슨 개미? 이거 잘게 썬 돼지고기를 당면에 볶은 거야. 자잘한 돼지고기가 당면에 붙어있는 모양이 개미가 나무에 올라가는 것 같다고 해서 요리 이름을 그렇게 붙인 것뿐인데”라고 말하며 배를 쥐고 깔깔 웃었다. 친구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하기야 우리나라의 붕어빵에도 붕어가 없고 칼국수에도 칼이 없다.

▲마이상수, 蚂蚁上树(출처/ 바이두)
▲마이상수, 蚂蚁上树(출처/ 바이두)

이 일을 겪은 뒤로 필자는 중국요리 이름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뒤로 이름만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요리를 보면 궁금해 어원을 찾아보게 되었다. 역시 그런 요리들은 저마다 이름이 붙게 된 사연이 있었다.

 

그중 지금까지도 필자의 기억에 남아있는 ‘푸치페이폔(夫妻肺片[fūqī fèi piàn])’이란 요리를 오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이 요리 이름을 보면 부부라는 한자가 눈에 띈다. 뜻을 보면 '부부의 폐 조각'으로 꽤 잔인한 것 같다. 하지만 이 이름이 생겨난 데도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1930년대에 중국 쓰촨성(四川省) 청두(成都)에 소의 쓸모없는 부분 즉 내장을 얇게 썰어 양념에 묻혀낸 음식을 파는 부부가 있었다. 당시 고기만 중요하게 여기고 내장은 버리는 것이 안타까웠던 어느 한 부부가 맛과 질을 동시에 커버하며 가성비도 좋은 음식을 팔기 위해 생각해 낸 방법이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맛있는 요리가 탄생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아 당시 손님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특히 버리는 내장으로 만든 만큼 한자로 버릴 폐 ‘废(廢)’와 조각 편‘片’을 써서 요리 이름을 ‘废片’이라 불렀는데 부부가 파는 만큼 앞에 ‘夫妻’를 붙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夫妻废片’이라 불렀는데 ‘废’ 자의 뜻이 별로 안 좋아 듣기 거북한 만큼 발음이 같은 ‘肺’ 자로 글자를 대신하게 되었다.

푸치페이폔, 夫妻废片(출처/바이두)
▲푸치페이폔, 夫妻废片(출처/바이두)

이런 이유로 이 요리에 당연히 있어야 할 것 같은 '폐(허파)'는 없다. 물론 초창기에는 소의 허파를 넣었는데 식감이 별로인 데다 다양한 식자재가 발달함에 따라 대체할 재료가 많았기 때문에 허파를 뺐다고 한다. 지금 이 요리의 주재료는 소고기 편육, 천엽, 소 혀 등으로 고추기름, 간장, 산초 등의 양념을 사용하여 입맛을 돋운다. 이 요리는 중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의 입맛도 사로잡아 2017년 미국의 한 잡지에도 실려 그해의 애피타이저로 선정된 적도 있다고 한다. 특히 술안주로는 안성맞춤이며 서민 요리로 사랑받는 만큼 가격도 저렴하니 중국에 갈 때 기억해뒀다가 한번 먹어보길 권한다.

▲스즈터우, 狮子头(출처/바이두)
▲스즈터우, 狮子头(출처/바이두)

이 외에도 ‘사자머리’라는 이름을 가진 ‘스즈 터우(狮子头[shīzitóu])’란 음식이 있는데 큼지막한 고기 완자니 이름만 보고 지레 겁먹지 말길 바란다. 이처럼 요리 이름이 요리와 전혀 다를 수도 있으나 알고 보면 그 맛이 모두 일품인 요리이니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꼭 한 번씩 도전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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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 2019-07-24 14:59:45
역시 음식 얘기라 더 생생하고 군침까지.... 좋은글 또 부탁드립니다^^

둥이빠 2019-07-24 20:30:59
전 지금도 부야오 쌍차입니다. ㅋㅋ 다음연재도 기대할께요!!

곰탱이 2019-07-25 22:43:41
어렵게만 느껴지는 중국메뉴판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네요

은방울 2019-07-25 20:22:11
역시 많은 걸 재미있게 알려 주네요
다음회도 기대 빵빵 해 봅니다

고영미 2019-07-26 20:05:26
글을 쉽고 재미있게 쓰셔서 중국문화에대한 편견이 조금씩 깨지네요 ^^ 다음편도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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