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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이창석 에세이] 당신도 있나요? 내겐 너무 완벽한 마리아주(Mari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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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이창석 에세이] 당신도 있나요? 내겐 너무 완벽한 마리아주(Mariage)...
  • 이창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01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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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마실 때 우리는 많이 고민한다. 어떤 음식과 먹으면 좋을까? 어울릴까? 괜찮을까? 필자에게 와인을 추천받으면 어울리는 음식도 많이 물어본다. 그럴 때 음식 추천보다 경험을 공유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은 정해진 것도 없고 정답도 없기 때문이다. 와인과 음식의 매칭이 왜 중요한지 경험을 통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출처:픽사
▲(출처/픽사)

와인과 음식의 매칭을 프랑스에서는 ‘결혼’이라는 단어인 ‘마리아주(mariage)’라고 표현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하고 새로운 가정을 만들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처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누구나 좋은 배필을 얻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싶을 것이다. 와인도 그렇다. 본연의 향과 맛을 충분히 즐기면서 나아가 어울리는 음식을 곁들여서 더 큰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 음식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백화점에서 고객 대상으로 와인 클럽을 운영하였다. 하루는 한 분께서 과제를 주셨다. 다가오는 정월대보름에 나물과 밥을 준비할 테니 필자에게 어울리는 와인을 준비해달라는 것이었다. 평소 한식과 와인 매칭을 즐겨 하는 필자에게는 행복한 고민의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선택한 와인과 나물의 마리아주를 기대하며 그 시간을 기다렸다.

출처:픽사
▲(출처/픽사)

정월 대보름날에 아삭한 식감을 가진 우윳빛 무나물, 들기름 향을 품은 고구마 줄기 나물, 기분 좋은 쌉쌀한 맛이 일품인 취나물, 봄을 연상시키는 상큼한 냉이나물들과 이름 모를 나물들이 테이블에 놓여있다. 준비한 와인은 3종류로 레드와인과 화이트 와인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은 와인은 피노 그리(Piont Gris)로 만든 프랑스 화이트 와인이었다. 나물을 입에 머금고 잘 익은 와인을 마시면서 이야기꽃이 피어졌다. 맛 평가뿐만 아니라 서로의 감정과 추억들을 공유하면서 웃음꽃이 만개하였다. 그분들에게는 새로운 첫 경험을 선물한 것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그날 필자가 자리를 떠난 후에도 늦은 시간까지 향연을 즐겼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하루는 와인의 조예가 깊은 분의 댁에 방문하여 와인을 마신 적이 있다. 그분이 준비한 음식은 꽁치를 건조한 포항 과메기였다. 곁들여 마신 와인은 레드와인이었다. 상상해보자. 말린 생선과 레드와인 과연 어울릴까? 필자는 사실 조금 버거웠다. 과메기를 몇 번 씹고 입안에 머금고 레드 와인을 마시니 바다내음이 물씬 풍기는 부담스러운 맛이었다. 하지만 와인과 음식을 준비하신 분은 치아가 환하게 보이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유일하게 참여하는 와인 모임이 있다. 그분들을 통해서 음식에 매력을 느끼고 와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하지만 와인 마시는 취향은 확연히 다르다. 육류에는 말벡(Malbec)이라는 포도품종으로 만든 레드와인이 최고다.라고 하는 분들이 많이 있었다. 따라다니면서 말벡이라는 포도품종과 육류를 곁들여 마셔보았지만, 아직도 필자는 그 매력을 찾을 수 없었다.

와인과 음식의 매칭을 이야기할 때 화이트 와인에는 생선이 어울리고 레드 와인에는 육류가 어울린다고 말한다. 사실일까? 필자는 말하고 싶다. 마셔보세요. 먹어보세요. 경험해보세요. 그리고 공유해주세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선호하는 맛이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알고 있다.  완벽한 마리아주는 모인 사람들의 치아(齒牙)가 환하게 보이고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 자리가 회자(膾炙) 된다는 것이다.

음식과 와인의 매칭은 책에서 나온 어떠한 공식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직접 마시고, 맛보고 즐기는 경험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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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배려 2019-08-02 12:19:52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담 글도 기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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