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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이창석 에세이] 선물 받은 와인 어디에 보관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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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이창석 에세이] 선물 받은 와인 어디에 보관하면 좋을까?
  • 이창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29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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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강의할 때 질문을 많이 유도하는 편이다. 질문을 유도하는 이유는 질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요구하는 내용을 파악할 수 있어서 만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직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와 다르게 와인을 대하는 자세와 시각이 더 명확할 때가 많다. 또한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서 선호한다. 이러한 강연 자리에서 나왔던 질문을 토대로 와인 보관 방법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출처/픽사
▲선물 주는 사진 (출처/픽사)

최근 와인 특강 때 일이다. 어김없이 질문을 유도하였다. 그러자 “선물 받는 와인이 있는데 어디에 보관하면 좋나요? 김치냉장고가 좋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그러면 필자는 “김치의 향을 머금고 있는 와인을 선호하시는가요?”라고 되묻는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각에 빠진다. 약간의 시간을 두고 코르크(cork) 마개 이야기를 한다.

와인은 나무 재질로 된 코르크 마개를 사용한다. 나무의 성질 중 하나인 탄력성(彈力性)이 있어서 오래전부터 병 마개로 이용되었다. 그러므로 습도에 따라 팽창과 수축을 한다. 하지만 건조한 김치냉장고에 와인을 보관한다면 마개는 수축할 것이고 그 공간을 통해 향이 강한 김치 냄새가 배길 것이다. 설사 수축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와인을 꺼내면 김치 냄새가 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김치 없이 보관하면 될까?

먼저 냉장고의 원리를 보면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설정된 온도보다 상승하면 컴프레서가 작동하면서 온도를 낮춘다. 그 과정에서 강한 진동이 동반된다. 이점이 와인셀러(wine cellar)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와인 전용 냉장고는 최소한의 진동으로 지속적인 온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그러므로 진동이 강한 김치냉장고에 와인을 보관하는 것을 추천하기는 어렵다.

이쯤 되면 누군가 “거참, 장식장에 눕혀서 보관해.”라고 훈수를 둔다. 자연스럽게 눈길이 필자에게 온다. 말없이 그 눈길을 훈수를 둔 분에게 돌린다. 그러면 “맞죠? 강사님, 강사님이 이야기했잖아요. 마개가 나무로 되어있으니깐. 눕혀서 보관하면 되잖아요. 맞잖아요?”라고 확답을 얻고자 한다.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 동심으로 가자. 우리는 한 번쯤 꿈을 꾼다. 아니 희망한다. 우연히 보물 지도를 손에 넣고 표시된 곳을 가서 금은보화를 가득 얻는 꿈을 꾼 적이 있다. 생각만 해도 기쁘지 아니한가. 그러면 금은보화를 어디에 둘 것인가? 장식장에 두고 싶은가? 아닐 거다. 깊숙한 곳에 숨길 것이다. 와인도 금은보화처럼 보관하면 된다. 그러면 잘 숙성하여 최상의 컨디션으로 보답한다.

와인을 보관할 때 향, 습도, 진동, 온도, 햇빛 등과 같은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사실 와인뿐만 아니라 음식은 더 영향이 크다. 그래서 음식을 보관하는 냉장고가 집에 구비되어 있다. 하지만 선물로 들어온 소량의 와인을 보관 목적으로 비싸고 유지비가 많이 드는 와인 전용 냉장고를 구매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그러면 와인을 어디에 보관하면 좋을까?

출처/픽사
▲와인보관 창고  (출처/픽사)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바로 우리 몸 속이다. 마시는 걸 추천한다. 어이없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말하고 싶다. 아끼다가 똥된다. 바로 마시자. 아니면 꼭꼭 숨겨두자. 다음으로 가장 현실적인 곳을 추천하면 바로 냉·난방을 하지 않는 옷 방에 장롱 속이다. 그리고 아파트에 팬트리(Pantry)도 추천한다. 혹여 지하창고가 있는 주택에 거주하신다면 그곳은 최고의 와인 저장고가 될 수 있고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고마운 마음을 전달할 때 심사숙고하여 선물을 고른다. 그리고 집에 초대받아 방문할 때 빈손으로 가는 법이 없다. 성심성의껏 준비한 좋은 와인이 잘못된 보관으로 인상을 찌푸린 채 ‘이걸 왜?’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필자에게 좋은 와인인지 확인할 때가 많다. 그러면 필자는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하고 말한다.

좋은 와인입니다.

다음에는
바로 마시세요.

아니면
꼭꼭 숨겨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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