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컬처타임즈

유틸메뉴

UPDATED. 2024-03-28 09:44 (목)

본문영역

[컬처타임즈 松延유수현 에세이] 음력 2월 2일은 미용실 대박 나는 날
상태바
[컬처타임즈 松延유수현 에세이] 음력 2월 2일은 미용실 대박 나는 날
  • 松延유수현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11 09:50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에는 머리 자르는 날이 따로 있다?

중국에서 유학했다고 하면 보통 사람들이 ‘그럼 중국어 잘하겠네?’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필자도 중국에서 생활하면 자연스레 중국어가 늘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매일 수업을 들어 듣기 실력만 늘어날 뿐 말할 기회가 적어 회화 실력은 제자리였다. 그렇다고 길에서 아무나 붙잡고 ‘저랑 친구 해주세요’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필자가 생각해 낸 방법이 바로 생활 속의 이모저모를 활용하는 것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중국 현지 미용실에 가는 방법이었다.

보통 머리를 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에 필자는 중국 헤어디자이너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파마든 커트든 어차피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 머리도 하고 공짜로 중국어 연습도 할 수 있어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최고의 방법이었다.

음력 2월 2일 용대두날에 머리 자르러 미용실에 온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출처/바이두)
▲음력 2월 2일에 머리 자르러 온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미용실 (출처/바이두)

여자들은 기분전환으로 쇼핑을 하거나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한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번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리포트를 쓰고 있었는데 술술 풀리지 않아 답답증이 올라왔다. 그래서 기분전환 겸 미용실에 갔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날따라 미용실이 평상시와 달리 문전성시를 이루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정말 베이징시의 사람들이 모두 미용실에 온 줄 알았다.

이에 필자는 ‘커트해? 말아? 속으로 한창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원장님이 단골인 필자를 알아보고 한 걸음에 달려와 "죄송한데 오늘 말고 다른 날 오시겠어요?"라고 하셨다. 원래 북적이는 것을 싫어해 휴가도 성수기를 피해서 다니는 필자는 알겠다고 냉큼 대답했다. 그래도 집에 가려다 궁금해서 "오늘 무슨 날이에요?"라고 여쭤봤다. 그러자 원장님이 쌩긋 웃으시며 “오늘은 저희 대박 나는 날이라 바쁘니, 다음에 오시면 궁금증 풀어드릴게요.”라고 말씀하시고 얼른 일하러 가셨다.

미용실에서 커트하는 모습 (출처/셔터스톡)
▲미용실에서 커트하는 모습 (출처/셔터스톡)

원래 궁금증은 꼭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필자는 뒷날 미용실로 다시 달려갔는데 전날과 달리 한산했다. 원장님께 궁금증 풀러 왔다고 했더니 껄껄 웃으시며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청나라는 만주족이 세운 나라로, 당시 남자들은 모두 변발을 해야 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며 머리를 자르지 않던 한족도 강제로 이를 지켜야만 했다. 이들은 매년 정월이 되면 친지들과 한자리에 모였는데, 서로 변발한 모습을 보며 한족이 세운 옛 나라를 그리워했다고 한다. 이때 ‘옛것을 그리워하다’라는 말을 중국어로 ‘思旧(sījiù)’라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死舅(sǐ jiù,외삼촌이 죽다)’와 발음이 같아 정초부터 외삼촌의 초상을 치를까 봐 정월에는 이발을 안 했다고 한다.

음력 2월 2일 용대두 명절에 붙이는 포스터 (출처/바이두)
▲음력 2월 2일 용대두 날에 붙이는 포스터 (출처/바이두)

특히 그 당시 남자들은 변발을 유지하기 위해 머리 앞부분을 늘 밀어야 했는데, 위와 같은 이유로 제때 이발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용이 동면에서 깨어나 머리를 드는 날' 즉 용대두(龍擡頭) 날인 음력  2월 2일에 이발하기로 했다. 이러한 풍습은 그때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져 음력 2월 2일만 되면 미용실이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또한 용대두 날이 길일인 만큼 대박 난다는 속설도 있으니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달콤한 유혹이리라.

반대로 매년 정월은 ‘이발하면 외삼촌이 죽는다’는 말 때문에 미용실에는 파리만 날린다고 한다. 이 밖에도 용대두 명절에 관해 전해오는 얘기가 많았지만, 필자의 머리 커트가 끝나 더 들을 수 없어 아쉬웠다. 그러나 필자는 매우 기뻤다. 왜냐하면 ‘돈으로 책은 살 수 있어도 지식은 살 수 없다’는 말처럼 그날 필자는 미용실 원장님 덕분에 중국에 관한 소중한 지식을 얻었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게 싫어 용대두날 한 번도 미용실에 간 적이 없는 필자도 대박 날 욕심에 지금은 한 번쯤은 경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출처/픽사베이)
▲기다리는 게 싫어 용대두 날 한 번도 미용실에 간 적이 없는 필자도 대박 날 욕심에 지금은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출처/픽사베이)

이발하는 날 용대두! 이날은 미용실이 북새통을 이루는 날이니 머리 깎을 때 미리 알아두면 좋을 듯하다. 또한 이날 이발하면 행운의 여신도 나의 편이라고 하니, 용대두 날 한 번도 미용실에 간 적이 없는 필자도 대박 날 욕심에 지금은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 독자분들의 후원으로 더욱 좋은 기사를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Tony 2019-12-13 18:55:50
와, 한국에서 용대두때 이발해도 대박의 기운을 받을수 있을까요? 다음년도에 좋은 기분으로 시도해보고 싶네요. 재미난 이야기 잘 봤습니다

식사TV 2019-12-12 08:48:22
유익하고 재미있는 중국이야기 감사해요! ♡

2019-12-11 15:08:30
재미있네요~~~

고영미 2019-12-11 12:39:53
중국이라는 거대한 땅엔 또 얼마나 많은 세시 풍습이 있을까요? 궁금해지네요.
오늘도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하단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