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러 칼럼을 통하여 음악에서 선율(melody)과 화성(harmony)의 구성모체인 음계-scale에 대하여 소개하였다. 높이가 다른 8음들을 한 줄로 나란히 세울 때, 음들 간에 균형이 있으며 밝은 느낌의 장음계(major scale), 멜랑꼴리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감성적인 단음계(minor scale)를 소개하며 그것들의 여러 면모를 음미하였다. 오늘은 음계를 이루는 한 옥타브(octave) 안의 전체 음, 음들 사이가 고르게 균형 잡힌(symmetrical) 12개의 반음-half step, semitone으로 엮어진 반음계(chromatic scale)를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이 음계를 음악이론가들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 말하는데, 화성적 반음계(harmonic chromatic scale), 선율적 반음계(melodic chromatic scale)가 바로 그것이다. 혹자는 반음계를 연주해 보면 반음으로 상행하거나 하행하는데 왜 그것을 위와 같이 구별하느냐 묻는다. 학자들은 이 반음계 연주 두 종류가 똑같이 들리지만, 정확히 악보로 기록되며 음악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a. 화성 반음계 - harmonic chromatic scale
화성 반음계는 다음과 같이 으뜸음(tonic)과 딸림음(dominant)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조성음악에서 으뜸음과 딸림음의 구조적인 축이며 그 중요성이 항상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이 두목(chief)과 같은 2음에 대해서는 임시표를(accidentals) 첨가하는 변화음(altered tone)을 가지지 않고 순수한 원음(original tone)의 이름을 갖게 된다.
화성 반음계의 구성은 조표 없이 임시표만 사용하여 구성할 수 있지만, 조표를 가진 조성 안에서 그 구성이 다음과 같이 가능하다. ☞ 조표의 효력을 잊지 말아야 한다.
b. 선율 반음계 - melodic chromatic scale
선율 반음계는 상행(ascending)에는 #을 사용하고, 하행(descending)에는 b을 사용한다.
이처럼 음계를 반음으로 구성할 때 조심할 것은, 한 음에 대해 여러 번 변형시켜 3개의 음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C C# Cb= X) 또한 다음과 같이 시작하는 음이 변화된 음일 때 조금 더 유의가 필요하다.
위 음계는 선율적인 형태이지만 시작 음이 Db이라서, D#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 D#에 대한 이명동음 Eb을 사용하여 반음계를 구성하여 진행하다가 기회가 될 때 #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제일 위의 음은 C#이 아닌 Db을 사용하고 있다.
영어로 semitone 혹은 half tone, half step이라 부르는 반음(半音) - 정확히 현대의 반음, 음향용어로 100cent - 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그 첫 자취는 고대 그리스 선법을 구성하는 4음 음계(tetrachord), 즉 3종류의 하행(descending)음계에서 자취를 찾을 수 있다.
반음에 관계하여 사용하는 'chromatic-반음계의'이란 말은 영어로 ‘colored- 색채 있는’ 뜻이며 이처럼 이 단어가 헬라어, 즉 그리스어에서 유래하지만 선법(mode)과 온음계(diatonic scale)의 7음에서 파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세의 성가에서 노래하기 어려운 증4도 음정(augmented 4th interval)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b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선법의 종지(cadence)의 느낌을 강화하기 위하여 #을 사용하여 종지 직전의 이끔음(leading note)으로 사용한 반음의 흔적들을 볼 수 있다. 시간이 흐른 후에 음악의 한 표현 도구로서 사용되었으며, 이 반음들이 부분적 혹은 집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을 ‘chromatism-반음계주의'라는 표현을 한다.
☞ 이 chromatism 이란 단어는 사진, 색채에서는 색수차(色收差)라 한다.
이들 반음계주의는 조성음악 안에서 큰 구조적인 기능을 담당하며 나타날 수도 있고, 때론 온음 사이를 반음으로 채워가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르네상스 후반에 이태리 작곡가 Gesualdo가 1611년에 출판한 그의 마드리걸(madrigal)-목가의 "Io parto' e non piu dissi-나는 헤어진다.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에서는 음악사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는 음악이었다. 그의 반음계주의가 화성적인 색채를 이루면서 이전의 허세를 위한 표현으로 사용한 것이 두드러진다.
확장된 반음계적 화성(chromatic harmony)을 사용한 Bach의 작품 ‘Chromatic Fantasy-반음계적 환상곡'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곡 푸가(fugue)의 주제에 반음계적 선율이 주어진다.
19세기 중반 낭만 시기(romantic era)에 Chopin을 비롯한 많은 작곡가들이 부분적으로 혹은 전반적으로 반음계를 중간에 즐겨 사용하였다. ☞ Chopin Prelude - op. 28 #4
Wagner는 반음계적 선율에 전통적인 화성을 결합하여 황홀한 음악극(music drama)의 표현으로서 손색이 없는, 그 반음계의 쓰임이 극한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느낌이 든다.
☞ opera 'Tristan und Isolde' overture
이런 반음을 지나치게 사용하면서 조성 파괴(tonality collapsing)라는 전통음악의 참혹한 붕괴 현상을 통하여 무조적(atonal)인 현대음악이 탄생되었다. 또한 이 12음을 통한 새로운 창작 기법, 소위 “12음 기법-12 tone technique)”이 A. Schoenberg에 의해 등장하게 되었으니, 그동안 쌓아온 소중하고 큰 것을 잃은 것만은 아니다.
오늘 다룬 반음계의 음악이 뻑뻑한 느낌이라면 이 반음계를 이용하여 매끄럽게 만든 세계의 대중음악의 하나인 'barber shop quartet'을 a capella로 들으면서 그 피로감을 풀어보자.
다음 칼럼에는 계속해서 음계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 선법-modes에 대하여 고찰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