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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윤온유 칼럼]20번째 이야기)아이 중심 대화#1. 내 마음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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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즈 윤온유 칼럼]20번째 이야기)아이 중심 대화#1. 내 마음도 모르면서!
  • 윤온유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14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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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엄마 생각만 해요. 내 생각은 안 해줘요."

▲아이들이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상황에는 이유가 있다. ( 출처/픽사베이 )

요즘 들어 아무것도 하기 싫어한다며, 우리 아이랑 대화를 좀 해달라는 부모님의 부탁에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OO야,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니?"

아이는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구고 앉아만 있다. 더 질문하지 않았다. 아이는 그저 내 눈 한 번 보고 책상 한번 보고, 그리고는 다른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CCTV로 보았다.
내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쳐다보고 있으니 말 문을 열었다.

"엄마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해요. 내가 놀고 싶어 하는 장난감보다 엄마가 좋아하는 것만 사요. 내가 가고 싶어 하는 데는 안 가고 엄마가 가고 싶은 데만 가요.
나는 가기 싫은데 엄마는 가라 그래요. 엄마는 안 가면서...."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

"학원 갔다 오면 엄마가 OOO 장난감 사줄 게~, 이것만 하면 엄마가 놀게 해줄 게~라고 얘기만 하고 다 하고 약속 지켜달라고 하면 그것 때문에 했냐면서 화내요. 이제는 하고 싶지 않아요. 어차피 해도 약속을 지키지 않을 거예요. 우리 엄마는."

생각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아이를 보면서, "약속"의 개념을 어른들이 주는 사전적 의미보다 더 확실하게 배우는 것 같았다.
약속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미 아이에게 엄마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어른"으로 낙인찍혀 버렸고, 신뢰감은 떨어졌다.

단순하게 아이가 아무것도 하기 싫어한다는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아이는 참 많은 생각을 했고, 실망했다.
아이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하며 다양한 것을 체험하게 하려는 부모님의 입장을 알지만, 또 아이가 느껴야 하는 부담감과 놀이를 하고 싶었던 마음을 참으면서까지
부모님의 요구대로 행동하려 노력했던 노력의 결과가 이루어지지 않음에 대한 상실감 또한 너무나 이해가 되었다.

"그렇구나... 엄마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 같아 속상했구나.."

속상한 아이의 마음을 말해줬을 뿐인데, 아이는 눈물을 글썽였고, 결국 울음이 터졌다. 엄마는 내 마음을 몰라준다는 말을 되풀이하였다.

▲약속을 지켰음에도 돌아오지 않는 결과는 아이에게 실망감을 준다. ( 출처/픽사베이 )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분명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느꼈을 것이지만 부모님은 아이에게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과제가 더 시급했다.
그것이 아이의 미래를 준비하게 하는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했기에 우선순위로 "먼저 해야 할 업무"에 대해 아이에게 중요성을 강조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부모님의 마음과 의미가 아이에게는 얼마나 전달되었을까?
만약 제대로 전달되었다면, 아이는 부모님의 요구에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했을까?
반대로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어떤 친구들은 오히려 학원 가는 것을 좋아하고 배우고 싶다 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왜 우리 아이만 이럴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내 아이는 놀기만 좋아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여기서 아이 중심 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놀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는 없다. 논다는 의미를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놀기만 좋아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지, 모든 아이들은 놀이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놀이를 하면서 놀이의 시작과 끝을 주도할 때, 긍정적인 자아존중감과 자신감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혼자 하는 놀이를 좋아하든, 친구와 하는 놀이를 좋아하든, 휴식 놀이를 좋아하든, 신체 놀이를 좋아하든 상관없이, 아이들은 자신이 주인이 되는 놀이를 원하고 있고 그 놀이가 발현되었을 때 가장 행복한 에너지가 솟아 나온다.
그래서 '내 아이만 노는 것을 좋아한다'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
내 아이가 노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부모님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하라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전 인생의 시간을 위해 생각한 가치를 의미 있게 전달해야 한다. ( 출처/픽사베이 )

아이들은 부모님의 요구가, 해야 하는 그 일이, 노는 것만큼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해야 할 이유도 목적도 발견할 수 없다. 더불어 아이가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했고, 아이가 원치 않았음을 알고 미안한 마음에 보상해주겠다는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으니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해서라 말하는 부모님의 말씀은 믿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가 놀이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약속을 지켰을 때, 혹은 지키려 노력했을 때 약속대로 이행하고 보상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아이 중심으로, 아이가 놀이를 원하지만, 부모님이 아이에게 반드시 해야 할 과제를 주어야 할 경우, 그 가치에 대해 아이 중심으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없는 상태에서, "이거 하면 저거 해줄게"의 보상심리를 적용한 과제를 주게 되면, 진정 부모님이 아이에게 주고자 하는 가치는 변질한다.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취감과 유능 감이 쌓여 자아 존중감이 형성되고 어떤 사회와 공동체 생활에 가더라도 자신감 있게 자신을 표현하는 능동적인 존재로 자랐으면 하는 의미 있는 욕구를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아이가 부모님이 하라는 그 과제가 그냥 놀기 위해 하는 과제가 아닌, 놀이만큼이나 중요하게 다가오는 '선물'의 개념이 될 수 있다.

앞서 아이가 생각한 것처럼, 부모님은 하기 싫어하면서 나는 하게 만드는 것 같고, 내가 좋아하는 놀이를 수단으로 나에게 어려운 숙제를 내주는 것 같은 느낌, 뭔가 무거운 짐을 안고
그 짐을 내가 다 해결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그때는 부모님이 아이를 중심으로 생각한 마음이 전달되지 않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아이에게 무엇을 요구하거나, 그 아이가 반드시 그것을 해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당연한 거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는 개념보다는 '왜',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했을 때','어떤 결과가 나오는지'에 대하여 아이와 중심을 가지고 이야기 나누며 아이가 스스로 개념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겠다.

그리고 의미 없는 약속을 남용하기보다는, 정말 지켜줄 수 있는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켜줬을 때 약속을 하게 된 과거 경험을 다시 회상하며, 아이가 어렵고 힘들 수 있었을 텐데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약속을 이룬 것에 대한 고마움과 칭찬을 더 해준다면, 약속을 지키는 것을 넘어 아이 스스로가 해야 할 것을 찾아서 해보며, 스스로 약속을 만들어 지켜낼 수 있는 능동적 사고도 획득하게 될 것이다.

▲약속을 지키는 부모님을 보는 아이들은, 약속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 출처/픽사베이 )

우리는 모두 아이였다.
우리가 아이였을 때, 부모님이 우리에게 지키라는 많은 약속을 지켜보고자 노력했으며 그 약속의 결과를 기대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의 '산타 할아버지'의 역할은 우리에게 착한 일 평가 관찰자로서, 성탄 파티는 '연간 착한 일 정산 시간'으로 여겨져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다.
그랬던 우리의 마음이 지금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다.
어른들이 말하는 '착한 일'의 의미는 아이들에게 있어 '약속을 지키는 일'이 된다.
똑같이 아이들도 '좋은 어른'이라는 의미는 '약속을 지키는 어른'이 된다.

어른들이 약속을 말할 때, 약속의 의미와 가치와 결과를 전달하듯이, 아이도 어른과 약속할 때, 약속의 의미와 가치와 그 결과가 바르게 성취되길 기대한다.
아이 중심 대화는 내가 아이로 돌아가 아이의 사고를 가지고 그 입장을 온전히 이해하면서도 우리의 목적한 바를 중심 있게 전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해주고 싶고 전달하고 싶다면, 아이에게 보상의 개념부터 알려주어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고 싶은 가치를 의미 있게 말하며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통해 아이가 부모님에 대한 신뢰를 쌓아나갈 수 있도록 아이를 위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오늘도, 가정에서 원에서 아이에게 신뢰받을 수 있도록, 보상을 위함이 아닌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대화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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