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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환의 세계여행] 휘게 하는 사람들이 사는 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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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환의 세계여행] 휘게 하는 사람들이 사는 덴마크
  • 권동환 여행작가
  • 승인 2020.03.02 10:21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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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일상 속의 행복 '휘게'

삶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을 갈망하지만 개인이 결정하는 행복의 척도가 달라서 행복에 대한 정의가 쉽지 않다. 인간이란 같은 공간에서 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다른 감정을 느낀다. 살아온 환경과 경험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같은 다양한 요인에 따라 조금씩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는 행복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여행지이다. 덴마크의 문화와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원들이 휴식을 취하던 술집 거리였던 뉘하운 운하는 현재 야외 테라스를 갖춘 레스토랑으로 가득한 거리가 됐다. (사진=권동환 여행작가)
▲선원들이 휴식을 취하던 술집 거리였던 뉘하운 운하는 현재 야외 테라스를 갖춘 레스토랑으로 가득한 거리가 됐다. (사진=권동환 여행작가)

한때 바이킹 왕국으로 유럽을 호령한 덴마크는 유럽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왕국이다. 오랜 역사만큼 수도 코펜하겐 역시 천년의 세월이 깃들어 있는 유서 깊은 도시이다. '가족과 살기 가장 좋은 도시'와 '자전거 타기 가장 좋은 도시'처럼 끝없는 칭호가 쏟아지는 코펜하겐의 하루는 평화롭기만 하다. 산책하기 좋은 도심 속 녹지를 북유럽 특유의 정취와 함께 걷다 보면 묵혀둔 고민거리도 잠시 잊히기 때문이다. 특히, 파스텔 색상의 알록달록한 가옥들이 늘어선 뉘하운 운하에서 맛보는 소금기 짙은 바람결은 부드럽다.

산책하기 좋은 코펜하겐의 도심 (사진=권동환 여행작가)
▲산책하기 좋은 코펜하겐의 도심 (사진=권동환 여행작가)

사실, 코펜하겐을 중심으로 성장한 덴마크는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나라이다. 테마파크부터 영화 그리고 비디오게임까지 확장한 장난감 회사 레고를 통해 덴마크인들이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과 뛰어난 상상력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창의력으로 만들어진 것은 비단 레고뿐만이 아니다. 인어공주와 미운 오리 새끼 그리고 벌거숭이 임금님과 같은 아동문학의 걸작들을 남긴 안데르센 작가의 발자취를 통해 동심 또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 제3의 도시 오덴세에서는 안데르센 동화작가의 생가와 박물관이 있는 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사진=권동환 여행작가)
▲덴마크 제3의 도시 오덴세에서는 안데르센 동화작가의 생가와 박물관이 있는 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사진=권동환 여행작가)

동심의 세계를 품은 레고와 동화 이외에도 눈이 띄는 것은 바로 휘게이다. 2017년 옥스퍼드에서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덴마크어 휘게는 덴마크식 라이프스타일을 일컫는 말이다. 편안함 또는 기쁨을 뜻하는 고대 영어 휘칸을 어원으로 둔 휘게는 안락하고 아늑한 상태에서 좋은 사람들과 여유를 즐기는 소박한 라이프스타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행복에 대한 정의처럼 사람마다 휘게를 정의하는 것이 조금씩 다르다. 개인마다 정서나 성격에 따라 조금씩 다른 정의가 내려지기 때문이다.

덴마크에 머무르는 동안 휘게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갔고 그런 이유에서 이곳에 살고 있는 친구와 만남을 약속하게 됐다. 그의 이름은 알렉산더 라자로브. 유럽을 여행하며 만난 친구들 중 한 명으로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코펜하겐에서 거주 중인 불가리아계 이민자이다. 그와의 약속 장소인 코펜하겐 중앙역으로 향하는 길은 자전거의 행렬로 가득하다. 세계 최초의 자전거 도로를 만든 덴마크에서 자전거의 존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일상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덴마크 어느 도로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자전거 전용 신호등 (사진=권동환 여행작가)
▲덴마크 어느 도로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자전거 전용 신호등 (사진=권동환 여행작가)

자전거 전용 도로 위 설치된 신호등의 불이 빨간불에서 파란불로 바뀌자 횡단보도를 가로지는 자전거 탄 사람들 속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해맑은 표정과 함께 유유히 페달을 밟으며 인사를 건네는 알렉산더.

 

“Welcome to Denmark”

 

힘찬 손 악수로 반가운 마음을 전한 우리는 어느 호수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기타 숍과 식당에서 근무하며 여행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라는 그의 안부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전혀 다른 업종을 병행한다는 것이 한국에서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덴마크에서는 직업에 대한 귀천의식이 전혀 없기 때문에 자신이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는 게 흔하다고 했다. 실제로 재무설계사와 운동선수 혹은 바텐더와 선생님을 병행하는 주변 친구들도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한국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 사회적 현상은 획일화된 기준으로 모든 것을 맞추기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주기 충분했다.

코펜하겐에 알렉산더 라자로브가 처음 왔을 때 미래를 계획했던 호수 공원에서 (사진=권동환 여행작가)
▲코펜하겐에 알렉산더 라자로브가 처음 왔을 때 미래를 계획했던 호수 공원에서 (사진=권동환 여행작가)

“궁금한 게 있는데 도대체 휘게는 무엇이야? 행복의 지름길이야?”

미뤄두었던 휘게의 궁금증을 털어놓았다.

“친구, 행복은 산수처럼 딱 떨어지는 답이 아니야. 행복해지려고 휘게를 하는 것은 아닌 거지.” 

“너무 어려워서 이해가 잘 안 가지 않아.”

“내가 처음 코펜하겐으로 왔을 때 앉아서 미래를 그렸던 곳이 바로 여기야. 나에겐 큰 의미가 있는 장소에서 너와 내가 함께 음악, 연애, 인생, 문화 많은 주제들을 두고 이야기하는 지금 이 순간이 휘게야. 양초를 켜고 값비싼 스테이크와 와인으로 이루어진 호화스러운 분위기가 아니더라도 소박하게 즐기는 지금의 운치가 행복인 거지 휘게 하려고 행복하려는 수고는 필요 없어.”

“휘게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는 일이 그리 거창한 게 아니구나.”

“응. 멀리서 찾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일상생활 속에서 느끼는 거지. 좋은 감정을 나누는 모든 것 자체가 휘게니까 말이야."

 

문득, 원효대사의 해골물 일화와 휘게의 공통점이 떠올랐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사실이다. 고작 마음을 다르게 먹을 뿐인데도 경쟁과 질투밖에 없는 세상이 행복과 사랑이 가득한 세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은 누군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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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공주 2020-03-08 20:22:07
사진은 물론 글이 정말 멋져요
대리여행만족 하고 갑니다

즐라탄 2020-03-04 13:30:19
권동환 작가님의 글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신혼여행을 덴마크로 가고 싶을 정도네요
작가님 코로나 바이러스 조심하시고
좋은 글 앞으로도 많이 부탁드립니다
사랑합니다.

Hey yoen 2020-03-04 00:30:44
소박한 행복 일상생활 속에서의 여유 권동환 작가님의 폭넓은 사고가 공감갑니다.

김동욱 2020-03-03 18:36:35
여자친구와 덴마크 한번 가봐야겠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권동환작가 화이팅하시고,앞으로도 계속좋은글 많이 부탁해요

이유찬 2020-03-02 18:50:08
처음 글을 읽어보게 된 작가님인데,
사진도 사진이지만 해당 나라에 대한 문화, 역사, 관광지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다음 글이 기대가 됩니다.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님의 생각이나 의견도 함께 들어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다음 글도 기대할께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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